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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에겐남’ 전성시대, ‘테토남’은 유해할까? 과학으로 본 유해한 남성성

    동양의 가부장과 서양의 마초, 요즘 말로는 ‘테토남’.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간 남성성은 힘의 상징이자 남성들의 ‘추구미’로 여겨졌다. 최근의 양상은 조금 다르다. 남성성을 숭배하던 과거의 질서가 성차별을 유발하고, 기존에 남성성이라고 불리던 기질이 유해하다는 인식이 생기며 소위 테토남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성별 간의 갈등이 혼재하는 지금, 남성성의 유해한 측면인 ‘유해한 남성성’을 과학적으로 측정하려는 움직임이 피어나고 있다. 유해한 남성성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다면 젠더 갈등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까. 남성성이 ‘무해’하기 위해선 과학이 어딜 향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AI 생성 이미지(Midjourney)

     

    “그 남자, 테토래? 그럼 좀….”
    “에겐남이라고? 회피형 같아서 난 별론데.”

     

    AI 생성 이미지(Nano Banana)

    온라인 테토-에겐 설문조사에서 묘사되는 전형적인 ‘테토남’과 ‘에겐남’의 모습.

     

    최근 소개팅 주선에 이따금 나서다 보면, 이성 간 ‘체크리스트’에 한 가지 항목이 더 생겼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테토남’과 ‘에겐남’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남자를 뜻하는 ‘남’이 만나 탄생한 신조어다. 테토남은 주로 리더십 있고 직설적인 ‘남자다운’ 남성을, 반대로 에겐남은 상대적으로 다정하고 섬세한 ‘여성스런’ 남성을 지칭한다(테토녀와 에겐녀 같은 여성 버전도 있다). MBTI와 같이 자가 설문을 통해 분류한다.


    MBTI의 열풍이 한풀 꺾일 무렵 등장한 테토-에겐력은 2025년 한국 소셜미디어를 물들였다. 남자다움이나 여자다움 같은 성적 고정관념이 잘 먹히는 사회의 코드와 테토-에겐력 밈의 궁합이 좋았던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여론속의여론’이 2025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최근 1년간 ‘여성·남성스럽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거나 들어본 적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 유행의 기저에는 다소 안일한 믿음이 깔려 있다. 대개 남성에게서 나타나는 행동과 성격, 즉 ‘남성성’이 ‘호르몬 수치’라는 생물학적 주사위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각이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남성을 ‘여성적’이라고 조롱할 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다고 표현하는 근거로 쓰인다. 3월 호주 시드니대가 주도한 공동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사회과학 및 의학(Social Science &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구독자가 1000명 이상인 계정의 게시물 중 ‘성 기능이나 남성성’을 언급한 46건 중 33건이 남성들을 겨눠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해 여성적’이라고 비난했다. doi: 10.1016/j.socscimed.2025.118903


    정말 성호르몬이 남성성을 만들까. 남성성과 테스토스테론이 직결돼 있다는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연구팀의 조사 결과 또한 “남성 호르몬이 부족하면 사회적으로 수치”라는 식의 호르몬을 통한 ‘공포 마케팅’ 게시글은 대부분 제약회사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제대로 된 근거 없이 호르몬 의약품으로 돈벌이를 하기 위한 주장이란 뜻이다. 연구팀은 “사람의 성을 호르몬 결핍이라는 문제로 단순하게 환원하는 건 위험하다”고 논문에서 경고했다.


    개인을 성호르몬 수치로 테토-에겐으로 구분하는 방식이 안일한 믿음인 건 확인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이른바 ‘상남자’나 ‘마초남’들을 향한 비난의 언어로 사용되는 ‘유해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은 어떨까. 성차별적 언행을 서슴없이 하거나 남존여비적인 가부장의 태도를 지닌 ‘유해한 남성’들은 여전히 현실에 공존한다. 유해한 남성성이 그저 낙인찍기 위한 멸칭일 뿐일까, 아니면 정말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계량할 수 있는 실체가 있는 데이터일까.


    심리학은 남성성을 계량해 답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남성과 남성성의 심리학(Psychology of Men & Masculinities)’ 등 주요 학술지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들은 ‘마초’의 무게를 숫자로 재려한다. 그 시도가 과학적으로 얼마나 타당한지, 타당하다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줄지 물어볼 시간이 왔다.

     

     Shutterstock

    영국을 비롯한 서양 남성들 사이에서 주로 관찰되는 극성팬, 일명 ‘훌리건’은 거친 행동을 취하는 대표적인 남성 집단이다. 이들은 자신의 응원하는 팀이 패할 시 주변 기물을 부수거나 방화하는 등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독성’ , 숫자로 가두다


    남성성은 생물학적 특징을 넘어, 사회적 성을 다루는 사회학적 젠더 정체성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키멜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서양 사회에서의 남성성은 용맹, 독립, 단호를 가리킨다. 즉, 남성을 둘러싼 사회가 남성에게 요구하는 남자다움이다. 그런데 이런 남성성의 일부 특질은 사회적으로 해로운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폭력성과 공격성, 감정 억압 등이 사회 갈등과 서열화를 가중하기 때문이다. 이를 198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셰퍼드 블리스가 ‘유해한 남성성’이라 불렀고, 이 용어는 지금껏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유해한 남성성을 계량적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정신질환의 질병 진단 기준인 ‘DSM-5’에 등록되지 않은 이 모호한 개념을 어떻게 객관화할 것인지 관건이다. 2월,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기존에 연구된 남성성 지표를 통해 유해한 남성성을 지닌 이들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직접 조사했다. doi: 10.1037/men0000547


    해당 논문의 주저자인 데보라 힐 콘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심리학과 연구원은 과학동아와 진행한 e메일 인터뷰에서 이 작업의 본질적인 어려움을 털어놨다. “유해한 남성성이라는 말은 대중문화와 학계에서 이미 방대하게 쓰이고 있지만, 정작 무엇이 유해한지에 대한 과학적으로 합의된 정의가 부족했습니다. 제가 이 연구를 시작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너무나 쉽게 오가는 이 용어가 실질적으로 측정 가능한 구성 요소로 분해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죠.”


    데보라 연구원이 주목한 것은 단순히 남성적인 특성이 아니라, 그 특성이 타인이나 사회에 해를 끼치는 유해한 지점을 가려내는 일이었다. 그는 2024년 스티브 샌더스 미국 오리건주립대 교수팀이 개발한 ‘독성 남성성 척도(TMS, Toxic Masculinity Scale)’를 언급하며, TMS가 과학적 정량화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doi: 10.3390/bs14111096 


    데보라 연구원은 TMS에 포함된 28개 항목 중 총 8개의 ‘유해한 남성성’ 지표(성 정체성 중심성, 성 편견, 불쾌감, 특권 의식, 적대적 성차별주의, 온정적 성차별주의, 가정폭력 예방 반대, 사회적 지배 성향)를 추려서 뉴질랜드 남성 4만 7948명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남성들은 다섯 가지 그룹으로 분류됐다. 가장 큰 그룹(35.4%)은 ‘무독성’ 남성들이었다. ‘적대적 유해성’ 남성들은 단 3.2%에 불과했다. 이들은 여성에 대한 명백한 적대감, 높은 공격성, 강한 지배욕, 감정 억압을 모두 보이는 집단이다. ‘유해한 남성성’의 전형인 셈이다.


    데보라 연구원은 결과를 말하기 전, 한 가지 중요한 지점을 짚었다. 남성성과 유해성은 다른 영역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남자다움이 반드시 유해한 건 아니다. 남성성의 강도와 유해함의 여부는 별개의 차원이라는 뜻이다. 라틴 아메리카 문화권에는 ‘카발레리스모(caballerismo)’라는 남성성이 있다. 이는 남성성이지만, 기사도적 이상, 가족 중심주의, 그리고 존경을 강조한다. 이 또한 전형적인 남성성이나, 흔히 표현하는 유해함과는 거리가 있다. 이 때문에 그는 28개의 특성 중 유해함을 유발하는 8개의 척도만 체로 걸러냈다.


    “유해한 남성성을 측정하는 이유는 남성이라는 집단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 신념 체계가 어떻게 남성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연구를 보면, ‘감정 억제’나 ‘사회적 지배 지향’ 점수가 높은 남성일수록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과 같은 심리적 위기에 취약할 가능성이 컸어요. 그 말은 즉, 유해한 남성성의 첫 번째 피해자는 그 유해함을 품은 남성 자신일 수 있다는 과학적 데이터인 거죠.”

     

    동아DB

    2017년 여성혐오살인사건 공론화대책위가 강남역 묻지마 살인 등 여성을 향한 남성의 혐오성 범죄에 대해 “침묵과 방관하는 남자들도 똑같은 가해자”라는 구호와 함께 규탄하는 모습.

     

    3.2%란 소집단, 어떻게 사회를 흔드나


    여기서 질문은 깊어진다. 유해한 남성 집단의 크기인 3.2%는 전체로 따져봤을 땐 소수다. 하지만 현실에서 유해한 남성성을 체감하는 일은 다분하다. 소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비율에 비해 어째서 크게 느껴지는 걸까. 3월 4일, 부산 동아대 승학캠퍼스에서 만난 임소연 융합대학 교수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던졌다. 그는 과학기술이 젠더에 미치는 역학과 페미니즘 등을 활발히 연구 중이다. 


    데보라 연구원이 측정 가능성을 통해 현상을 진단했다면, 임 교수는 그 숫자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오독하는지를 파고들었다. “물론 3.2%란 수치만 봤을 때는 적습니다. ‘남성들은 나쁘다’는 스테레오타입을 깨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임이 분명하죠. 문제는 이 유해한 남성성이 남성 집단 내에서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그는 구체적으로 성범죄 논란이 있는 배우를 영화에 캐스팅한 예를 들었다. “감독 자체는 온정적이고 무해해 보이는 남성일지라도, 과거 성범죄 이력이 있는 배우를 출연시킵니다. 이게 남성성이 집단적으로 작동하는 원리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임 교수가 지적한 점을 ‘집단적 일체화’라 부른다. 남성 개개인의 스펙트럼은 이미 다면적인데도, 남성이란 집단은 왜 여전히 한 덩어리로 행동하는지에 대한 답이다. “남성성은 집단적 차원에서 작동한다고 생각합니다. 온정적 가부장과 폭력적 가부장이 나뉘는 것부터 테토남과 에겐남, 마초와 너드처럼 실제 남성은 양극단 사이 스펙트럼으로 존재할 거예요. 하지만 그런 스펙트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성이 집단으로 작동한다면 개별 남성이 자신이 독성적이지 않다고 해서 젠더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 됩니다.”


    집단적 일체화는 오래전부터 논의됐다. 1979년 폴란드의 사회심리학자 앙리 타지펠과 영국의 사회심리학자 존 터너가 발표한 논문 ‘집단 간 갈등에 대한 통합적 이론’에 따르면 사람의 자아는 개인 정체성과 사회 정체성으로 나뉜다. 집단적 일체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남성 집단이 여성 집단을 향해 보이는 편향된 공격성, 즉 유해한 남성성이다. 이들에 따르면, 개인은 ‘사회적 정체성’을 통해 자아존중감을 유지하려 한다. 이런 탓에 3.2%가 여전히 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doi: 10.1093/oso/9780199269464.003.0005


    임 교수는 더 나아가 새로운 측정 지표를 제안했다. “소위 맨박스라고 불리는 규범 등을 남성 연대의 차원에서 볼 수 있는 문항을 넣으면 어떨까요.” 그가 제안한 문항들은 “남성끼리의 자리에서 누군가 부적절한 농담을 했을 때,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그냥 넘기는지, 논란의 남성이 등장한 콘텐츠를 계속 소비할 것인지” 등이다.


    이런 문항들이 드러내는 건 남성 집단 내 ‘연대의 메커니즘’이다. 많은 남성이 도덕적으로는 성범죄를 반대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침묵을 선택하는 현상이 해당 문항에서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과 3.2%만으로도 전통적인 남성적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생각해요. 소수 남성의 과잉된 남성성보다 다수 남성의 침묵이 더 유효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남성성 계량화 연구는 앞으로 이렇게 감춰진 부분을 드러내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K 남성성’은 어떤 모습일까


    앞선 소개한 데보라 연구원의 연구는 뉴질랜드에 사는 젊은 백인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제 시선을 한국으로 돌려본다. 한국의 2030 남성들에게, 유해한 남성성은 더 이상 과거의 권위적인 가장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2017년부터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에서 성평등을 위해 활동 중인 이한 활동가는 3월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오히려 젊은 한국 남성은 ‘우린 기득권이 아닌 약자다. 경쟁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는 방어적 태도를 보인다”고 전했다.


    이 모든 것의 배경에 뭐가 있을까. 여성학자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을 비롯한 여성학·사회학자들이 저술한 교양서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에선 서구의 유해한 남성성은 ‘내가 더 우월하다’라는 데에서 오는 ‘헤게모니 남성성’이며 한국의 경우는 ‘왜 내가 정수기 물통 들어야 하나’라는 모습의 ‘식민지 남성성’이라고 해설한다. 제국으로서 식민지배 경험이 없는 한국 역사에서 남성들은 다른 남자들을 노예로 둔 적이 전무하다. 이에, 집단 내부에서 약자를 찾게 된다는 풀이다. 소수자나 장애인, 여성 등 남성 집단에 비해 사회적 약자인 집단을 억압하고 자원화하면서 우월성을 벌충하는 모습은 식민지 남성성의 연장선이다. 그 결과 소수자로 분류되지 않는 이들 사이에서 집단적 남성성, 즉 군대적인 카르텔이 형성되는 양상이다. 


    데보라 연구원은 “한국인들이 ‘테토남’ 같은 용어에 열광하는 심리 이면에는, 호르몬 수치 같은 객관적 숫자로 자신의 ‘남성적 능력’을 입증받고 싶어 하는 현대 남성들의 절박함이 숨어 있음이 보인다”고 짚었다. “과거의 가부장적 권위가 붕괴한 자리에, 경쟁에서 이겨야만 남성성을 증명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적 남성성’이 들어섰습니다. 이런 의식 안에서 남성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검열하고, 여기서 탈락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외부의 적에게 투사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과학은 현대 남성들이 들어선 이 길이 막다른 골목임을 경고한다. 남성성을 오로지 성취나 경쟁으로만 정의하려는 시도가 남성 본인을 우울과 자살 충동의 늪으로 몰아넣는 치명적 유해함이 된다는 분석이다. 남성성의 여러 속성들 중에서도 유해한 남성성만을 추구하는 남성들의 자살률이 높다는 과학적 사실은 2024년 진행된 연구로도 입증된 바 있다. doi: 10.3390/psychiatryint60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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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남함페)’ 활동가는 “남성성 측정이 과학적으로 발전할수록 남성들이 억눌림을 해소할 계기가 마련된다”며 “또한 양성이 서로를 이해하는 재료가 돼 서로 간 대화의 여지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측정할 수 있다면, 대화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유해한 남성성 같은 사회학적 용어를 수치로 계량하는 작업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길까. 임 교수는 남성성 측정을 성 갈등 해소에 있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한편, 나아갈 방향을 짚었다. 


    “뉴질랜드 연구에 비하면 아직 한국의 남성에 대해선 질적, 양적 연구 모두 부족한 상황입니다. 무언가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다면 그것을 바꿀 수도 있다는 과학의 힘을 믿습니다. 남성들에게는 일상이 되어버린 보이지 않는 문화를 보이는 것으로, 특히 숫자와 그래프로 만드는 작업은 지금의 현실을 바꾸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무의식 속에 자리한 남성성의 집단의식을 드러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안점이다. “현실에는 다양한 남성들이 있고, 우리가 소위 극우라고 표현하는 등 유해한 집단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3.2%처럼요.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이런 소수 집단을 어떻게 말살할지’가 아니라 ‘이런 집단이 어떻게 사라지지 않고 계속 지속해 나가는지’를 분석하는 거예요.”


    이 활동가 역시 이에 동의하며 남성성의 스펙트럼을 세밀히 측정하는 일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여전히 강하게 존재하는 남성연대적 문화는, 남성들의 대안적인 생활 모습을 서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소할 수 있다”며 “소위 ‘알파 메일’이 아닌 삶도 가치 있다는 걸 남성들이 인지하면 다변화된 남성성이 여성과 남성의 대화를 좀 더 열어줄 재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데보라 연구원은 근본적인 방향을 제안했다. “우리가 할 일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재는 게 아니라, 어떤 모습의 남성이든 사회에서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이름표’를 만드는 것입니다. 남성성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음을 드러낼 때 유해한 남성성은 그 지반을 잃게 될 겁니다. 집단으로 유지돼 오던 유해한 남성성도 함께 옅어질 수 있겠죠.” 결국 유해한 남성성을 계량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갈등의 원인을 가시화해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오는 과정이다. 


    2025년, 소셜미디어의 테토-에겐 테스트가 한국 사회를 휩쓸었을 때, 우리가 마주한 것은 단순한 성격 테스트가 아닐 수 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환상과, 그 환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증명하려는 현대인의 절박함이 만나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유해성 구분으로 시작된 남성성 측정은 이제 그것을 둘러싼 집단적 연대에 질문을 던지고 측정을 요구한다. 은밀히 서로를 감싸던 유해한 남성성마저 측정할 수 있을 때, 한국 사회는 비로소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다. 


    여전히 젠더 갈등이 첨예한 지금, 과학이 던지는 조용하지만 강직한 후속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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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4월 과학동아 정보

    • 박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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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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