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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전남 신안에서 발견된 한반도 세 번째 ‘신종 공룡’ 둘리사우루스

    한반도에서 신종 공룡 화석이 발견됐다. 전남 신안 압해도에서 발견된 이 화석은 백악기 중기 이 땅을 거닐던, 채 2살도 안 된 아기 공룡이 죽고 남은 뼈다. 그래서 한국의 만화 캐릭터 ‘아기공룡 둘리’에서 따온 ‘둘리사우루스 허미나이(Doolysaurus huhmini)’란 학명이 붙었다. 한반도에서 발견된 신종 공룡이 학계에 보고된 건 이번이 세 번째, 15년 만의 일이다. 논문은 3월 19일 국제학술지 ‘화석 기록(Fossil Record)’에 발표됐다. 과학동아는 2월 25일, 연구자의 귀띔을 받고 광주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에서 둘리사우루스를 먼저 만났다. 

     

    이준성, 김수정

     

    중생대 백악기 중기에 살았던 둘리사우루스 허미나이(Doolysaurus huhmini) 복원도. 가운데에 1m 크기의 아직 어린 둘리사우루스가 서 있다. 왼쪽 큰 다리의 주인은 뒤에 있는 공룡들과 같은 카이나그나투스과 공룡이다. 위엔 오르니투라이형류의 새가 날아다닌다. 오른편의 알은 앞부터 뒤로 차례대로, 새알인 옹관울리투스 압해도엔시스, 공룡알인 프리즈마툴리수스류, 마크로일롱가툴리수스다.

     

    전남 신안 압해도에서 ‘아기공룡 둘리’가 발견됐다. 정종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잭슨 지구과학대학 지구·행성과학과 연구원은 둘리를 만난 2023년 2월 18일을 “야외조사 하기 좋은 맑은 날”로 회상한다. 당시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에 몸담던 그는 조혜민, 김민국 연구원과 함께 압해도에서 사흘 동안 야외조사를 진행했다. 압해도는 수각류 공룡알 둥지 화석을 비롯해 다양한 화석이 발견된 주요 연구 장소다. 해안가를 걷던 중, 조 연구원이 흰색 덩어리가 박혀 있는 암석을 발견했다. 공룡 화석이었다. 


    한국공룡연구센터 연구팀은 이 화석을 연구실로 가져와 분석했다. 한반도의 땅은 대부분 열과 압력에 의해 단단하게 변형돼 있다. 공룡 화석보다 주변 돌이 더 단단하기에 돌을 깎기도 어렵거니와, 자칫 돌을 깎다가 뼈를 깨트릴 수도 있다. 그래서 줄리아 클라크 텍사스 오스틴대 교수와의 협업을 통해 텍사스 오스틴대의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로 돌 속에 박힌 뼈의 구조를 밝혔다.


    연구 결과, 압해도에서 발견된 화석이 어디에서도 발견된 적 없었던 신종 공룡의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공룡에는 ‘둘리사우루스 허미나이(Doolysaurus huhmini)’란 이름이 붙었다. 공룡을 발견한 한국공룡연구센터 연구팀은 둘리사우루스가 1억 1300만 년에서 9700만 년 전, 백악기 중기에 살던 어린 공룡임을 밝혔다. 그래서 압해도의 공룡은 만화 캐릭터 ‘아기공룡 둘리’에서 이름을 따 둘리사우루스가 됐다. 연구 결과는 3월 19일 국제학술지 ‘화석 기록(Fossil Record)’에 발표됐다.


     한국의 신종 공룡 화석이 학계에 보고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전남 보성에서 발견돼 2010년 발표된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Koreanosaurus boseongensis)였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경기 화성에서 발견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Koreaceratops hwaseongensis)가 보고됐다. 그리고 15년 만인 2026년, 둘리사우루스가 등장한 것이다.

     

    정종윤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 연구팀이 전남 신안 압해도에서 둘리사우루스 화석을 발굴하고 있다.

     

    둘리사우루스 허미나이 화석

    2023년 2월 18일 전남 신안 압해도에서 발견된 신종 공룡 ‘둘리사우루스 허미나이(Doolysaurus humini)’ 화석은 CT 스캔 데이터를 3차원으로 모델링해 돌 속 뼈의 형태를 밝히는 방식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치아 15개 달린 두개골, 척추, 발, 그리고 위석 등이 발견됐다. 아래 돌 이미지에서 흰색 부분이 밖으로 드러난 뼈다.
     

     

     

    아기공룡 둘리, 단단한 갈색 돌 속에서 고개를 들다


    2월 23일 월요일 아침, 정 연구원에게서 카카오톡 메시지가 한 통 왔다. “이전에 말했던 둘리사우루스에 대한 논문이 게재 확정됐다”는 내용이었다. 정 연구원과는 2024년, 과학동아의 공룡 연구 200주년 기획취재를 하면서 맺은 인연이 있다. 당시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에서 한국 공룡 연구의 현주소를 취재할 때 정 연구원이 둘리사우루스 화석을 보여주며 “아직 연구 중인데, 신종 공룡 화석으로 보인다”고 귀띔했었다. 둘리사우루스가 이제 세상에 드러난다는 사실에 2월 25일, 한달음에 전남대로 향했다. 둘리사우루스 화석은 2년 전 봤을 때보다 돌을 더 깎아내 흰 뼈가 드러난 모습이었다. 그전에는 갈색 돌 속에 화석이 들어있음을 쉽게 짐작하기 어려웠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돌을 깎은 건 김민국 연구원이었다. 그는 둘리사우루스 연구에서 돌 속에 박힌 화석의 형태를 알아내는 역할을 맡았다. CT 장비의 도움을 받아 돌 속의 화석을 꿰뚫어 볼 수는 있지만, 그마저도 돌이 두꺼우면 안쪽 깊숙한 곳의 뼈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최대한 돌을 벗겨 내는 작업을 했다. 하루에 두세 시간씩 반년 동안 깎았다. 김민국 연구원의 노력은 돌 위에 아로새겨진 자국에 고스란히 남았다.


    이걸 텍사스대로 들고 가 CT 촬영을 진행하고, 이 화석이 어떤 공룡의 것이었는지 밝히는 일은 정 연구원이 맡았다. 정 연구원은 “CT 촬영 데이터를 보니, 치아 15개 달린 두개골, 척추, 발, 그리고 위석 등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한반도에서 공룡 두개골과 위석(소화계통 내부에 머무는 암석)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화석 속 둘리사우루스의 뼈는 아직 덜 발달된 상태였다. 연구팀은 뼈의 발달 상태를 보고 이 공룡이 대략 0세에서 2세 사이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둘리사우루스의 몸 길이는 살아있을 때 1m 이내였다. 다 자라면 3~4m였을 것이다.


    둘리사우루스의 해부학적 정보를 다른 공룡 화석과 비교한 결과, 둘리사우루스가 기존 발견된 코리아노사우루스와 같이 백악기에 살았던 원시 신조반류 공룡임이 밝혀졌다. 신조반류는 골반이 새와 비슷하게 생겨서 ‘조반목’으로 묶이는 공룡의 하위분류로, 트리케라톱스, 볏이 긴 파라사우롤로푸스나 이구아노돈 등이 속한다.  


    조반류에서는 원래 위석이 잘 발견되지 않는다. 둘리사우루스에서 위석이 발견된 점은 둘리사우루스가 속한 분류군이 위석을 갖고 있었음을 알려주는 증거가 된다. 정 연구원은 “위석의 크기와 형태를 고려하면, 둘리사우루스는 잡식성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Fossil Record

    *스케일 바의 크기는 모두 10mm다.

     

    남윤중

    2월 25일 만난 정종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잭슨 지구과학대학 지구·행성과학과 연구원(전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 연구원)이 둘리사우루스 화석을 들고 있다. 

     

    백악기 중기 북미와 아시아 연결고리 밝힐 ‘훌륭한 도마뱀’


    둘리사우루스는 1억 1300만 년 전에서 9700만 년 전 사이에 형성된 일성산 지층에서 발견됐다. 코리아노사우루스는 그것보다 더 최근인 8100만 년 전에 형성된 선소역암층에서 발견됐다. 둘리사우루스는 코리아노사우루스와 함께 원시 신조반류 중에서도 ‘훌륭한 도마뱀’이란 뜻의 테스켈로사우루스류에 속한다. 그런데 세부적인 과가 다르다. 둘리사우루스는 테스켈로사우루스과, 코리아노사우루스는 오르도르메우스과다. 비슷한 시기 살았던 이 두 개체가 한반도 끝자락에서 발견된 것은 백악기 중기 아시아와 북미 사이에 공룡이 어떻게 오갔는지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백악기 중기 아시아 대륙과 북미 대륙은 베링 육교라는 긴 육로로 연결돼 있었다. 이 육로를 통해 두 대륙 사이의 생물 교환이 활발히 이뤄졌다. 과학자들은 이 길을 따라 테스켈로사우루스류가 아시아에서 북미로 이동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테스켈로사우루스류가 테스켈로사우루스과, 오르도르메우스과로 분화된 장소가 아시아인지, 아니면 북미였는지 구분하는 것이 고생물학계의 중요한 질문 중 하나였다.


    코리아노사우루스가 속한 오르도르메우스과의 경우, 원시적인 개체의 화석은 아시아에서 발견된다. 조금 더 분화된 계통군은 보통 북미에서 발견된다. 분화된 계통군의 오르도르메우스과 공룡 화석이 아시아에서 발견된 건 코리아노사우루스가 유일하다. 한편 둘리사우루스는 원시적인 형태의 테스켈로사우루스과 공룡이 아시아에서 발견된 유일한 케이스다. 그간 테스켈로사우루스과 공룡은 대부분 북미에서 발견됐다. 정 연구원은 이 두 사실을 토대로 “테스켈로사우루스류의 분화는 아시아에서 이뤄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코리아노사우루스의 경우, 아시아에서 분화된 오르도르메우스과 공룡이 북미로 갔다가 다시 한반도에 온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한편 둘리사우루스의 경우를 보면 아시아에도 테스켈로사우루스류가 있었다는 증거가 되죠.”


    중생대 백악기,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는 아시아와 북미를 잇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었다. 둘리사우루스와 코리아노사우루스의 경우처럼, 두 대륙을 오간 공룡의 화석을 비교하면 중생대 생물의 이동과 진화를 연구할 수 있다. 한반도도 그런 연구를 하기에 좋은 지역이다. 하지만 그간 한반도에서 뼈 화석은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몽골, 중국, 일본에는 과거에 어떤 생물이 살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많지만, 한국은 그 가운데에서 정보의 공백이 생긴 상태였다.


    정 연구원은 “둘리사우루스의 발견은 앞으로 한국에서도 공룡 뼈 화석이 더 나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둘리사우루스가 발견된 2023년 2월 압해도 조사는 풍작이었다. 조사 첫 날인 2월 17일엔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백악기 조류알 화석이 발견됐다. 옹관울리투스 압해도엔시스(Onggwanoolithus aphaedoensis)란 종명이 붙은 이 알들은 표면 장식이 없고, 세 개의 뚜렷한 층을 가졌다. 현생 조류를 포함한 조류에서만 독특하게 관찰되는 특징이다. 연구를 진행한 조혜민 연구원은 “옹관울리투스는 현생 조류와 유사한 특징을 가진 알의 가장 초기 사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옹관울리투스의 발견은 오늘날 ‘새’라고 부르는 분류군이 백악기 중기에도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이어 2월 19일엔 압해도에서 테리지노사우루스류와 트로오돈류, 그리고 오비랍토르류의 알로 추정되는 공룡알 화석이 다수 발견됐다. 알 화석에 대한 논문은 2026년 2월 20일 국제학술지 ‘고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Palaeogeography, Palaeoclimatology, Palaeoecology)’에 발표됐다. doi: 10.1016/j.palaeo.2026.113653 

     

    남윤중

    2023년 압해도에서 발견된 백악기 알 화석들. 흰색 받침 위에 있는 것들이 조류알이고, 아래 큰 알들이 공룡알이다. 

     

    한반도의 공룡 뼈 화석 분포

    한반도에서도 공룡 뼈가 간혹 발견된다. 학계에 신종으로 보고된 건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Koreanosaurus boseongensis),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Koreaceratops hwaseongensis), 그리고 둘리사우루스 허미나이(Doolysaurus huhmini) 세 종이다. 그 외에 아직 학명이 유효하지 않은 부경고사우루스 밀렌니움미(“Pukyongosaurus millenniumi”), 울트라사우루스 탑리엔시스(“Ultrasaurus tabriensis”)와 단편적인 뼈 화석들이 있다. 이들을 지도에 표시했다. 색칠한 부분은 한반도 최대의 백악기 퇴적분지인 경상 분지의 지층들이다. 

     

    자료: Fossil Records

     

    한국의 젊은 고생물학자들, 토종 공룡 발견의 꿈을 안고


    ‘둘리사우루스 허미나이’라는 학명에서 ‘허미나이’는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장을 맡았던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이름에서 따왔다. 논문에는 “허미나이라는 속명은 한국에서 지난 30여 년간 공룡 연구를 해온 허민 박사의 업적을 기리며 붙였다”고 쓰여 있다. 허 청장은 2년 전 과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고생물학의 미래는 사람에 있다”고 강조했었다. 


    허 청장은 2월 26일 과학동아와의 통화에서도 후배 연구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제 한국 공룡 연구 1세대의 시대가 저물었고, 앞으로는 2세대인 제자들이 배턴을 이어받을 차례입니다. 앞으로 (한국 공룡 연구는) 더 잘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알과 발자국 화석이 주로 발견됐는데, 발굴을 이어가면서 뼈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남해안에 숨어있는 고생물 화석을 더 찾아내면서 훨씬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요새는 과학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해서, 코리아노사우루스의 경우 화석의 형태를 밝히는 데만 7년이 걸렸지만 둘리사우루스는 단 2년 만에 그 작업을 해냈죠.”


    정 연구원은 “과학수사 하듯이 남겨진 흔적만 보고 과거의 사건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고생물학의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관심사는 뼈 화석 외에도 발자국 화석, 알 화석 등 다양하다. 코리아노사우루스와 둘리사우루스의 발견을 두고 보면, 한반도에는 원시 신조반류가 많이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인 한반도에서 원시 신조반류로 추정되는 발자국은 보고된 적이 없다.


    정 연구원은 “둘리사우루스는 토양이 발달한 지역에서 땅을 파고 살았을 것”이라면서 “다람쥐의 발자국을 쉽게 보기 어려운 것처럼, 흙바닥에 발자국이 잘 남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혹은 원시 신조반류의 발자국을 수각류 발자국과 혼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과거 한반도 땅을 거닐던 고생물에 대해선 아직도 밝힐 것들이 많다. 화석을 더 발견하면서 고생물에 대한 데이터도 점점 더 쌓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 연구원은 “앞으로 한국에서 고생물 화석을 발굴하고 연구해 중생대 한반도에서 생물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복원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종윤

    압해도의 둘리사우루스 발굴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 왼쪽부터 줄리아 클라크 텍사스 오스틴대 교수, 허민 국가유산청장(전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장), 조혜민 연구원, 정종윤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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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4월 과학동아 정보

    • 광주=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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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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