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TV가 방마다 한 대씩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60년대만 해도 TV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 밤만 되면 TV를 보기 위해 온 동네 사람들이 TV가 있는 집으로 모였을 정도였다. TV를 시청하면 사람의 사고가 마비돼 버린다고 해서 TV를 바보 상자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의 많은 양을 TV를 통해 얻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정보화 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요즘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중단 없이 제공하기 위한 정보 통신 기술은 여러 방면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미 전화, 팩스, 컴퓨터 통신 등 다양한 기술들이 제공되고 있다. 그런데 사람이 두 눈을 통해 얻는 정보는 오감을 통해 얻는 전체 정보의 80% 이상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영상 매체를 통한 정보 제공은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와 가장 가깝게 있는 영상 매체, TV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영상속에서 숨쉬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상하와 좌우만이 있는 2차원이 아니고 깊이감까지 가미된 3차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있는 영상 속에서 직접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임장감을 요구하게 됐다.
약 70년 전에 처음 TV가 개발됐을 때의 화상은 흑백으로만 보였다. 그 후 TV는 화상의 천연색화, 화면의 대형화 등을 거쳐, 현재는 기존 TV화면의 최적화, 화상의 선명화, 화소의 자연색화를 통해 관람자에게 임장감과 현실감을 느끼도록 해 주는 고선명TV(HDTV)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HDTV는 3차원 광경을 현실에서 보는 것과 같이 3차원적으로 표시해 줄 수 없는 2차원 전시 장치의 하나이다. 궁극적으로 영상 매체가 가져야 할 현실 세계의 사실적인 전달 기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3차원 TV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주변 세계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이미 기원전 수세기전 원근법의 개발로 나타났다. 1600년대경 양안 시차를 이용한 입체사진과 카메라가 개발됐으며, 19세기 중반 유럽에서는 광의 분극이나 색상 또는 밀도의 차이를 이용해 오른눈과 왼눈에 대응하는 화면을 교체시켜 주는 안경식 입체 영상 표시 방식이 발명됐다.
1900년도 초에는 파리눈과 같은 마이크로렌즈 배열판을 이용한 사진술(integral photography)과 이를 개선해 한쪽 방향의 시차를 없애고 깊이감을 개선한 반원주형의 렌즈가 배열된 렌티큘라판을 이용하는 것 등 안경을 쓰지 않고도 입체 영상을 관람 가능한 방식이 개발됐다. 1948년에 개발된 홀로그래피는 레이저와 결합해 3차원 영상기록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입체 영상 표시 방식을 이용해 새로운 장치의 개발이 이뤄졌다. 그 대표적인 것이 렌티큘라 방식과 액정식 셔터 안경을 이용한 입체TV, 그리고 의료 분야의 응용을 목적으로 개발된 물체의 깊이에 따라 반사경의 초점을 변화시키는 가변반사경(vari-focal mirror) 등이 3차원 영상 표시 장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입체 또는 3차원 영상 장치들은 궁극적으로 HDTV를 위시한 모든 2차원 영상 표시 장치를 대체할 수 있는 3차원 TV의 구현을 위한 것들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시험방송 중
3차원 TV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구 조건은 국제 전기 통신 동맹(ITU)의 전신인 국제 무선통신 자문 위원회(CCIR)의 연구 그룹에 의해 1958년 이미 작성됐다.(표1) 이 요구 조건에 따라 3차원TV가 현재의 2차원TV를 대신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전제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표2)
(표1) 3차원 TV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구 조건
1. 관람자가 피로를 느끼지 않고 자연적인 입체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2. 시역이 넓고 다수의 사람이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
3. 수상기는 3차원의 TV의 신호를 3차원 영상으로 표시하며, 2차원 TV신호의 수신시는 2차원 영상으로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역으로 현재의 수상기로 3차원 영상신호를 수신할 때는 2차원으로 표시될 수 있어야 한다.
4. 색 재현성 및 해상도가 현재 TV 이상이어야 한다.
5. 현행 TV 신호 규격의 변경이 가급적 적어야 하고, 수상기 방송 설비에 요하는 비용이 그다지 크지 않아야 한다.
(표2)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는 전제 조건
1. 관람자가 안경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2. 시야의 제한 없이 시점을 이동시켜 가면서 TV를 관람 가능 해야 한다.
3. TV 자체가 천연색의 동화상을 표시가능해야 하며, 또한 화면의 자체의 크기도 커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한다.
4. 현재의 방송 방식이나 방송 시스템을 급격하게 변경하지 않고 3차원 화상 방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조건을 모든 충족시킬 수 있는 방식은 홀로그래피밖에 없다. 그러나 홀로그래피는 기존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촬영 방식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반면 렌티큘라는 화면의 불연속성, 시야각이나 시역 그리고 시차의 제한과 깊이감의 부족이라는 면에서 홀로그래피보다는 못하지만 현재의 방송방식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입체 화상을 전송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현재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많이 연구되고 있다.
렌티큘라 방식의 입체TV는 현재 70인치까지 개발돼 있고 그 해상도는 HDTV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일본 NHK에서는 시범 방송도 행하고 있다. 앞으로의 3차원TV는 현재 알려져있는 3차원 영상 표시 방식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해결하면서 다른 방식과의 통합을 꾀하거나, 홀로그래피 같은 새로운 원리에 근거한 방식의 연구로 이어질 것 같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완전한 3차원 기록 방식인 홀로그래피에 근거한 3차원 영상 방식에는 두가지 방향이 있다. 홀로그래피를 직접 응용하기보다는 홀로그래픽 스크린 등과 같은 광학 소자를 기존의 프로젝터와 함께 사용해 입체 영상을 표시하는 방식과 홀로그램을 직접 전송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홀로그래피에 의한 3차원TV 구현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아주 많이 있다. 그 중의 하나는 홀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양이다. 예로 1㎤의 부피를 가지는 홀로그램의 데이터는 1기가바이트(Gbit) 이상이다.
또 다른 문제는 홀로그램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해내는 것이다. 홀로그램에 기록된 간섭 무늬의 형태는 반사형의 경우 간섭 무늬가 필름 평면과 평행으로 층을 이루고 있으므로 간섭 무늬의 형태를 읽어드릴 수 없다. 그러나 투과형의 경우는 간섭 무늬가 필름층 표면에 요철 형태로 기록되므로 기계적 또는 광학적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얼룩으로 인한(스펙클) 잡음 효과로 표면의 굴곡을 읽기가 아주 어렵다.
홀로그래피의 데이터량을 줄이기 위해 두 가지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하나는 합성홀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 장의 큰 홀로그램 대신에 물체의 여러 방향에서 촬영한 다수의 미소홀로그램을 이용해 상을 재생하는 이 방법은 재생시 해상도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데이터량을 크게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두번째는 홀로그램 자체 데이터량을 줄이는 것보다는 물체에서 반사되는 빛에 포함된 데이터의 용장도(redundancy)를 줄이자는 것으로 홀로그래픽 비디오라고 한다. 홀로그래픽 비디오는 컴퓨터로 홀로그램을 합성하고, 음향광변조기로 불리는 결정 또는 액정을 통해 간섭 무늬를 만들어 레이저를 이용해 공간에 상을 재생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들은 모두 홀로그램 자체가 가지는 데이터량을 축소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현재 홀로그래피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자연색의 재생, 자연 광경의 촬영, 그리고 간섭 무늬의 실시간 처리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돼 있다.
3차원TV가 2차원TV를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이 3차원 영상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디오 카메라와 같은 3차원 촬영용 카메라와 필름을 쉽게 현상하거나 전시할 수 있는 장치가 개발돼야 한다.
입체TV는 수상기 자체뿐 아니라 시스템 차원에서의 3차원 영상의 기록, 데이터 처리, 전송, 실시간 표시를 위한 신호 처리, 그리고 표시 장치 등이 동시에 개발돼야 완전한 입체TV라고 할 수 있다.
흑백TV에서 HDTV까지 발전된 TV는 21세기에는 홀로그래피를 이용한 완전한 3차원TV까지 발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기존의 방송 시설을 크게 변경시키지 않고 사람들이 3차원 영상에 서서히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 특수안경식이나 렌티큘라 등 입체 영상의 개발이 먼저 추진될 것이다. 완벽한 3차원TV는 21세기 초 그 실체가 드러날 것 같다.
용어설명
HD(고선명)TV
35mm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이 화질이 선명하고 음질이 깨끗한 TV를 HDTV(high definition television)라 한다. 기존의 TV의 주사선수가 5백25개(또는 6백25개)인데 비해 HDTV는 1천50개 이상으로 화소수가 4배나 된다. 따라서 고화질의 영상서비스를 제공한다. 화면의 가로세로비는 4:3에서(기존TV) 16:9로 넓어져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시야가 꽉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