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편집장 이영혜입니다. 2월호를 마무리하는 지금, 제 배 안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툭툭’ ‘꿀~렁’ 신호가 옵니다. 마감일 기준 34주나 자란 둘째, 새담이의 태동입니다.
진짜 베이비의 존재감을 온몸으로 느끼는 와중에 ‘디자인 베이비’ 특집을 만든다는 건… 기묘하고도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배아를 교정해 원하는 형질을 만든 ‘유전자 편집 아기’는 아직 SF에 더 가까워 보이지만 태어난 아기를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를 고치는 의료는, 취재로 확인한 바 이미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 사례를 자세히 다뤘습니다. 2024년 8월 미국에서 태어난 KJ 멀둔은 생후 48시간 만에 카르바모일인산합성소-1(CPS-1) 결핍증 진단을 받습니다. 독성 암모니아가 체내에 축적될 수 있는 치명적인 희귀병이죠. 그런데 의료진이 불과 6개월 만에 아기의 변이에 맞춘 맞춤형 유전자 교정 치료를 설계해 멀둔은 현재 호전된 상태로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퍼 기반 유전자 교정이 ‘연구 도구’를 넘어 치료 플랫폼으로 상용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유전자를 직접 고치지는 않지만 배아 선별로 이어질 수 있는 기술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얻은 배아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 위험뿐만 아니라 키나 지능 같은 복합 형질을 예측해주는 서비스가 미국에서 수만 달러에 제공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두 사례에는 과학적 한계와 윤리적 질문이 한꺼번에 붙습니다. 전자는 ‘치료를 위한 유전자 교정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후자는 ‘선택을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결국 남는 질문은 이처럼, ‘가능한가’가 아니라 ‘가능해 보이기 시작할 때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입니다.
솔직히 말해, 자녀의 유전 형질을 고를 수 있다면 솔깃하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요. 그래서 디자인 베이비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의학적 유용성, 과학적 득실, 환경·경제적 영향, 그리고 사회·철학적 의미까지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입니다.
과학동아는 올해, 이런 질문들을 더 집요하게 던질 생각입니다. 잡지를 크게 큐리어스(CURIOUS)와 퓨처(FUTURE) 두 섹션으로 나눈 것도 그 때문입니다. 큐리어스에서는 지금 우리 주변에서 가장 호기심을 건드리는 질문을, 퓨처에서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가 스스로 던져야 할 질문을 깊이 파고듭니다.
이번 개편이 독자 여러분께 ‘재미’와 ‘의미’라는, 함께 갖기 어려운 두 가지를 전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제겐 이 2월호가, 편집장으로서 드리는 마지막 선물입니다.
저는 이제 제 유전자가 아주 정직하게(?) 마구 섞인, 랜덤 디자인 베이비 새담이를 만나러 떠납니다. 그동안 함께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과학동아 곁에, 쭉 남아주실 거라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