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고·과학고 준비를 생각하실 때 초등 고학년은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시기입니다. 초등 저학년이 사고의 씨앗을 심는 시기였다면, 고학년은 그 씨앗을 구조화하고 체계화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학습 내용은 점차 추상화되고, 단순 반복이나 요령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얼마나 많이 했는가’보다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가’가 학습의 중심이 됩니다.

초등 고학년은 ‘사고력을 키우는 시기’이면서 동시에 ‘학습 습관의 구조를 형성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같은 문제를 많이 풀어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정리했는지에 따라 이후 중학교에서의 성장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진도를 앞당기는 것보다, 개념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설명하는 경험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개념 이해의 깊이가 실력을 만듭니다
초등 고학년 수학·과학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입니다. 문제를 많이 풀고 빠르게 푸는 능력은 단기적으로 성취감을 줄 수 있지만, 영재고 전형에서 요구되는 사고력과는 직접적인 연결성이 크지 않습니다.
수학에서는 분수, 비와 비율, 함수적 사고처럼 이후 중학교·고등학교로 이어지는 기초 개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이때 공식을 외우는 방식으로 학습하면 문제 유형이 조금만 달라져도 사고가 멈추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면 개념의 의미와 성립 과정을 이해한 학생은 조건이 바뀌어도 스스로 접근 방법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과를 외우는 방식보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근거있는 추론적 사고를 바탕으로 서술하는 능력 함양이 중요합니다. 이 설명 경험은 훗날 서술형 평가와 면접에서 사고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푸는 학습’에서 ‘설명하는 학습’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초등 저학년까지는 문제를 풀고 정답을 확인하는 학습이 중심이었다면, 초등 고학년부터는 설명하는 학습으로의 전환이 필요해집니다. 같은 문제를 풀더라도 ‘정답’에 멈추지 않고, 어떤 생각의 흐름으로 도달했는지를 말과 글로 정리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보기
- 전제조건을 바꾸어가며 풀어보기
- 하나의 질문을 확장한 질문, 즉 연계과목으로 설명해보기
이 과정은 단순히 말하기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 아니라, 아이의 사고를 점검하고 구조화하는 학습입니다. 영재고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 여부만이 아니라, 사고가 어떤 논리로 전개되는지이기 때문입니다.

탐구 활동과 보고서는 ‘형식’보다 ‘과정’이 중요합니다
초등 고학년 시기에는 간단한 탐구 활동이나 소규모 프로젝트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도 핵심은 결과물의 완성도나 화려한 형식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흐름을 실제로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 스스로 문제를 설정해 보는 경험
- 가설을 세우고 확인하려는 시도
- 실패와 수정 과정을 거치는 경험
- 결과를 자신의 언어로 정리해 보는 경험
보고서는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기록이 이후 면접에서 더 설득력 있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어려운 활동을 했는가, 얼마나 많이 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있게 탐구했는가 중요합니다. 초등 고학년의 탐구는 ‘스펙’이 아니라, 사고 습관을 만드는 연습에 가깝습니다. 다만, 탐구 전체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은 필요합니다.
경시대회·영재교육원 어떻게 봐야할까요?
초등 고학년 시기에 많은 학부모께서 경시대회와 영재교육원 참여를 고민하십니다. 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는 필수 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참여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 활동들은 잘 활용하면 사고력 확장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입시 스펙을 목표로 무리하게 준비할 경우, 문제풀이 중심의 학습으로 흐르기 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 영재고 전형에서도 ‘수상 여부’ 자체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참여 여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떤 사고 경험을 했는지입니다.

역시나 부모는 관리자가 아니라 ‘방향을 점검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초등 고학년에서 부모의 역할은 학습을 끌고 가는 관리자가 아니라, 아이의 학습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해 주는 조력자에 가깝습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의 학습 상태를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 아이가 개념을 자신의 말로 설명할 수 있는가
- 틀린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려는 태도가 있는가
- 새로운 문제 앞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가
속도가 느려 보이더라도 사고의 깊이가 쌓이고 있다면 그 방향은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이 시기에도 비교와 조급함은 가장 경계해야 할 요소입니다.

FAQ
A. 초등 고학년부터는 조건부 선행이 가능해지는 시기입니다. 수학은 중1 개념을 미리 접해 보는 수준의 선행이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진도식 반복 선행은 피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과학은 중등 교과를 앞당겨 학습하기보다, 초등 개념을 다양한 상황에 적용해 보는 확장 학습이 더 효과적입니다.
선행의 적절성을 판단할 때에는 다음 기준을 참고해 보실 수 있습니다.
-해당 개념을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가
-낯선 문제에서도 다시 활용할 수 있는가
-교과과정을 벗어난 풀이를 하고 있는가
과한 선행보다는 과목 간의 유기적 연결이 더 중요하며, 과도한 선행은 오히려 영재성을 퇴화시키거나, 만들어진 영재로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리 문제 풀이 시 미적분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교과과정을 벗어난 풀이는 채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앞서갔는가’가 아니라, 그 경험이 사고력 학습을 위한 재료로 남아 있는가입니다.
Q. 이 시기의 준비는 영재고 시험에서 어떻게 드러날까요?
A. 초등 고학년 시기에 형성되는 개념 이해력과 설명 능력은 영재고 시험의 서술형 평가와 면접에서 비교적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편입니다. 풀이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학생은 낯선 문제 앞에서도 사고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문제를 많이 풀었더라도, 설명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는 질문의 방향이 조금만 달라져도 사고 전개가 막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초등 고학년은 이처럼 사고를 말과 글로 구조화하는 능력이 형성되는 결정적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 회차를 향하며..
초등 고학년이 사고력의 뼈대를 세우는 시기라면, 중학교 시기는 그 뼈대 위에 사고력을 확장하고 선별해 가는 단계로 이어집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중학교 초반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선행과 심화 학습을 어떤 기준으로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