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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살갗에 도전하는 인공피부

환자 자신의 성체줄기세포로 화상부위 재생

올해 2월 전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대구지하철 참사는 다양한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그 중 다행히 생명은 건졌어도 화상으로 피부가 심각하게 손상돼 고통받는 이들이 상당수 된다. 화상이 심각한 환자는 육체적으로 건강을 되찾아도 사회활동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화상이 아니더라도 외상이나 피부 질환으로 피부가 심각하게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다. 이처럼 피부가 손상돼 고통받는 사람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생명공학기술이 바로 인공피부다. 최근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기존의 인공피부보다 최고 7배까지 생존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피부가 손상된 사람에게 제2의 인생을 안겨주는 최첨단 인공피부 기술을 만나보자.

피부는 인체 표면 전체를 덮고 있는 가장 큰 장기로 성인의 경우 면적이 약 1.2-2.3m²에 이른다. 피부의 주된 역할은 유해물질이나 미생물의 침입을 막고, 물리적 자극, 자외선 등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일이다. 또한 내부에 존재하는 체액의 유출을 막고, 모낭, 털, 땀샘 등 부속기관을 거느리며 물질의 출입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인체 표면 보호하는 장기, 피부


화상을 심하게 입은 환자는 다행히 생명을 건졌어도 화상 흉터 때문에 사회활동에 적응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피부는 표피층과 진피층, 그리고 두층을 연결하는 기저막으로 구성된다. 우리가 흔히 피부로 생각하는 껍질인 표피는 사실 여러 세포층을 이루고 있다. 이 층들은 기저막의 표피줄기세포가 분열, 분화하면서 만들어지는데, 피부 표면은 최종 분화된 죽은 세포가 여러 겹으로 쌓여 보호막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진피층은 콜라겐과 같은 섬유단백질이 주성분인 결합조직으로 혈관이나 신경, 모근 등이 분포돼 있다.

피부가 크게 손상된 환자의 피부 조직을 재생시키기 위해서는 피부를 이식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환자 자신의 피부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채취 부위에 새로운 상처가 생기고, 피부조직을 확보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기 때문에 손상 부위가 광범위한 경우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대안으로 사체에서 채취한 피부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세포들을 제거한 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인체 피부 기증자의 공급이 부족해 뚜렷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돼지와 같은 동물의 피부는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지만 거부반응이 문제가 된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인공적으로 피부를 만들어 이식에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시술되는 인공피부는 크게 창상 피복제와 배양피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창상 피복제는 일시적으로 손상된 피부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된다. 아래층은 스펀지 형태의 콜라겐 지지체로 돼 있고, 위층은 실리콘 막으로 덮여있다. 콜라겐 지지체는 체내에서 나오는 물질을 흡수하고, 새로운 혈관과 결합조직의 재생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실리콘 막은 체액이 증발돼 소실되는 것을 막아준다.

배양피부는 창상 피복제와 달리 피부에서 직접 채취한 표피세포나 진피의 섬유아세포를 배양해 만든 생인공피부다. 여기서 섬유아세포란 진피의 섬유상 단백질을 합성해 결합조직을 만들어주는 진피에 있는 세포다. 피부를 구성하는 이런 세포를 채취해 시험관 내에서 수를 늘린 후 세포 현탁액 또는 얇은 막 상태 등으로 환자에게 이식한다.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할 경우 면역거부 반응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인공피부 제조 기술은 여러 면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창상 피복제는 생체와 거부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또한 상당히 고가여서 광범위한 면적의 피부 손상을 치료하기가 어렵다. 또 감염에 취약해 녹아버리는 단점이 있어 화상 환자처럼 감염이 동반될 확률이 높은 경우 적용이 어렵다. 배양피부의 경우에도 동종세포에 대한 면역 거부 문제가 있고, 자가세포의 경우 단기간에 필요한 만큼 많은 수의 세포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식한 후 생체 내 생존율 역시 떨어진다.

표피 재생 비결은 줄기세포
 

(그림) 인체 피부의 구조


인공피부 분야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바로 줄기세포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나 조직의 근간이 되는 세포다. 착상전 배아에 존재하는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와 성인조직의 일부에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가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강력한 자가 증식력과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전분화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재생의학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우선 현재 기술로는 특정 조직의 세포로 분화시키기 어렵다. 조직에 따라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고 발현되지 않는지 원리부터 밝혀야 이를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화 조절이 가능하다고 해도 면역 거부 반응이 문제가 된다. 다른 사람의 배아줄기세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면역 거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복제양 돌리에서처럼 환자에서 분리한 세포의 핵을 타인의 배아에 이식하는 핵치환 조작 기술을 생각할 수 있다(인간배아복제). 그러나 이런 방법은 법적·윤리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많다.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한가지 조직으로 분화하는 종류에서부터 여러가지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종류가 있다. 그런데 최근 기대 이상의 분화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연구사례가 보고되면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려는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표피층은 인체의 가장 바깥에 위치해 외부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으므로 다른 어떤 장기보다도 재생 능력이 우수하다. 이처럼 재생이 잘된다는 얘기는 줄기세포가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표피층 맨 아래쪽에 표피줄기세포가 존재하며 모낭, 땀샘, 피지선, 표피로 분화하는 분화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표피줄기세포는 환자로부터 채취가 쉽기 때문에 임상에 적용할 때에도 유리하다.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피부조직의 재현은 재생의학과 조직공학 분야의 선두주자로, 현재 상품화 단계까지 진행돼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최근 필자의 생체조직 재생연구실에서 개발한 인공피부 기술을 중심으로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최소 조직에서 최대한 분리해야

인공피부의 표피를 표피줄기세포로부터 만드는 방법을 실용화하는 핵심은 표피줄기세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하는 문제다. 표피줄기세포는 20층 이상 계층화된 표피의 하단부 기저막에 단단히 붙어있어 추출할 때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연구용으로 줄기세포를 추출한다면 줄기세포를 소량만 분리해도 별 문제는 없다. 그러나 환자에 제공할 줄기세포는 최소 조직으로부터 최대한 분리해야 한다.

표피줄기세포는 기저막에 단단히 붙어있기 때문에 결합부분을 끓어주는 효소를 이용한 처리법으로 분리한다. 그러나 표피줄기세포가 효소 용액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줄기세포가 분리된 후 부착력이 떨어지고 생존율이 낮아진다. 표피줄기세포를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해결책은 효소처리 과정에 물리적 힘을 가하는 방법(교반)을 병행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물리적 힘을 가해 표피줄기세포의 결합부위를 약하게 하면서 효소로 분리하는 방법인 셈이다. 표피줄기세포는 세포내 단단한 뼈에 해당하는 물질인 케라틴(keratin)을 대량생산하므로 물리적 힘에 견디는 능력이 우수해 이런 분리법의 적용이 가능하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표피줄기세포가 효소에 노출되는 시간이 최소화되며, 10배 정도 많은 줄기세포를 분리할 수 있다.

표피가 될 표피줄기세포는 진피가 될 부분에 마치 뗏목처럼 띄워 배양하는데, 이와 같은 세포배양법을 뗏목 배양법(raft culture)이라 부른다. 뗏목 배양법을 사용하면 약 20층 이상의 계층화된 생인공피부를 키울 수 있다. 이렇게 키운 인공피부는 피부 손상 환자에 막(sheet) 형태로 제공되므로 치료효과가 높다. 이식한 후에는 환자 본인의 피부가 재생되는데,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의 폭파사고 때 발생한 화상 환자에 적용돼 우수한 치유 효과를 얻었다. 막 형태의 인공피부는 화장품이나 의약품의 효능 평가를 위한 인체 피부 대용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세포내 환경 적응훈련 시킨다


배아 연구를 반대하는 시위 장 면.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 기세포와 달리 법적, 윤리적인 논란이 없다.


한편 성인 피부조직의 진피에 존재하는 섬유아세포를 분리해 배양하면 활발히 분열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배양한 진피의 섬유아세포를 진피 지지체 구조물에 접종하면, 이들 세포가 진피의 구성물질을 분비하면서 진피를 재생한다. 이상적인 인공진피를 만드는 방법인 셈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세포 배양으로 진피 섬유아세포의 수를 늘려 진피 지지체에 접종한 뒤, 면역결핍 쥐에 이식하면 많은 세포가 생체내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부분 괴사한다. 이렇게 생존율이 낮은 원인은 세포배양을 시키는 조건이 마치 온실에 화초를 키우는 것과 같은 최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즉 좋은 조건에서 성장한 세포는 이식한 후 어려운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이식할 세포가 생체 환경에서 받을 여러 물리적 자극으로 미리 세포를 훈련(cell preconditioning)시키면, 생체의 어려운 환경에 잘 적응해 이식한 세포의 생존율과 살아서 붙을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세포를 훈련시키는 방법으로는 1초에 1회 정도 세포 배양용기의 면적을 5-15% 정도 늘려주는 방법, 압력을 제공하는 방법, 유속을 가해주는 방법 등이 사용된다.

실제 다른 조직들의 경우 다양한 세포 훈련 기술이 있다. 예를 들면 연골 경우는 인체의 연골이 생체 내에서 받는 주기적 압력으로 훈련시켜 연골세포의 기능을 되찾게 할 수 있다. 혈관의 경우 혈액의 속도와 인체 혈압과 유사한 압력을 제공하는 훈련을 통해 생인공 혈관을 만들 수 있다. 인체 진피 섬유아세포에 인장력(양쪽으로 당기는 힘)을 제공하는 세포훈련을 시키면 세포수가 증가한다. 세포부착력을 증진시키는 파이브로넥틴이라는 물질의 합성도 약 3백배 가까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이식 후 생존률이 약 7배까지 증진된다는 사실을 면역 결핍 쥐에 이식한 세포에서 확인했다. 이와 같은 물리적 자극에 의한 훈련이 상흔을 증가시킬 우려가 없는 안전한 훈련법으로 평가돼 화상 환자에 적용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땀샘, 피지선, 모낭까지 재생

인체 성인 조직에는 여러 종류의 줄기세포가 특수한 환경에 자리잡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분화 다양성과 자가 증식력 면에서 배아줄기세포보다 떨어지지만 본인의 세포라는 장점 때문에 재생의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최근 성인의 뇌 속에 신경줄기세포가 있고, 골수 깊은 곳에 혈액줄기세포와 간충직 줄기세포가 있으며, 간 속에 간줄기세포가 있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하지만 이들 세포를 꺼내 조직 재생에 활용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위해 주사기를 찌르는 일은 상당히 까다롭고 효율도 낮다.

반면 피부에는 표피줄기세포를 포함해 다양한 성체줄기세포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진피에 존재하는 전구세포(SKP, SKin derived Precursor cell)는 신경세포, 지방세포, 근세포로 분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최근 보고됐다. 또한 피부 속 지방 조직에 존재하는 간충직 줄기세포는 연골, 뼈 등으로 분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피부는 가장 손쉽게 성체줄기세포에 접근할 수 있고 이를 추출할 수 있는 조직이다. 또한 어느 조직보다도 많은 줄기세포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연구결과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현재 이들 줄기세포를 조직공학 기술로 발전시켜 재생의학 분야 연구에 적용하려는 활발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시도는 이미 표피줄기세포를 이용한 생인공피부의 제품 개발에서 성공적으로 확인됐다. 현재 인공피부 제품이 가진 낮은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앞으로 분화능력이 다양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땀샘, 피지선, 모낭까지 재생하는 기술이 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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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손영숙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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