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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과학동아 에디터와 함께 읽는 이달의 책

▲디플롯, GIB, 이형룡

 

경이로운 SF의
재현 가능한 창작 경로

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김보영 지음│디플롯│232쪽│1만 7800원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을 때처럼, 줄어드는 페이지가 아쉬운 소수의 작법서들이 있다. SF 작가 김보영의 신간 ‘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를 그 목록에 넣었다.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 속에 SF 소설을 쓰고 읽는 작가만의 통찰이 가득하다. 읽는 동안 더 길면 좋겠다는 아쉬움과 작가는 SF 작법에 대해 해야 할 말은 이미 다 했다는 만족이 교차했다.


‘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의 가장 큰 힘은 작가가 작법서의 효용만큼이나 한계도 깊이 자각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작가가 글쓰기에 대해 납득한 것들만 단단히 쌓아간다. 이 점도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처럼 몰입력이 남다른 작법서들의 희소한 특성이다. 많은 사람이 소설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는지 궁금해하지만 이 책은 SF의 아이디어를 찾는 경이로운 방법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왜 아이디어가 SF 소설의 시작부터 결말까지 작품 곳곳에 끝없이 필요한지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작가 자신에게 가장 솔직하다. SF 작가로서 자신이 가르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가르칠 수 있는 것만 차분히 전하고 있어서다. SF 소설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 나가며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여러 구체적인 조언들을 짜임새 있게 전한 끝에, 글쓰기에 몰입하는 자세로 다시 돌아온 데서 이 책의 목표가 드러난다. 바로 작가 자신을 만족시키는 작법서다. 결국 그는 “몰입해야 나를 뛰어넘는 글이 나온다. 글이 어떻게 작가를 뛰어넘을 수 있느냐고? 넘을 수 있다. 그게 불가능했으면 내가 어떻게 그 소설들을 다 썼겠는가?”라고 기꺼이 밝힌다.


SF 소설을 쓰려는 지망생은 물론, SF 소설을 더 깊이 읽으려는 독자에게도 인상적인 대목이 이 책엔 많다. 작가는 어떤 SF 소설이 왜 나에게는 흥미롭거나 그렇지 않은지, 그 이유를 더 깊이 살필 수 있는 여러 단서를 짚는다. 작품에서 중요한 부분은 짧은 순간도 충분히 느리고 섬세하게 전개하고,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긴 시간도 간결히 압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SF의 절대시간과 상대시간을 지적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과학동아의 에디터인 나로서는 “(어떤 장면을) ‘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의식에 떠올랐다면, 이성적으로는 글의 완성도를 위해 빼야 한다는 감이 온 것이다. 감정적이고 사적인 이유로 넣고 싶은 것이다.”란 문장을 오래 기억할 듯하다. 글을 쓰는 사람은 피할 수 없는 역설적인 심리, 그럼에도 더 나은 글을 위해서 이런 내면까지 자각해야 하는 긴장감을 간파해서다. 지금 우리에게 SF 소설만이 줄 수 있는 ‘읽는 즐거움’과 그런 즐거움을 주는 한국 SF 소설을 재현할 수 있는, 검증된 경로를 ‘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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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라헌 에디터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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