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아는 지난 9월호에서 ‘암흑에너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DESI 연구팀의 발표를 특집 기사로 소개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여 뒤인 10월 16일, 천문학계의 주류 견해와 정반대의 연구 결과가 또 한 번 발표됐다. 현재 우주가 오히려 ‘감속팽창’, 즉 수축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의 근거가 된 ‘가속팽창’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이다. 이 발견이 표준우주론을 깨뜨릴까. 연구를 이끈 이영욱 연세대 교수를 찾아 자세한 내용과 뒷이야기를 들었다.
30여 년 전인 1998년, 한 초신성 관측 결과가 정체불명인 우주의 윤곽을 서서히 드러냈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50개 이상의 초신성을 관찰해 보니,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내뿜은 빛이 예상보다 어둡게 관측된 것이다. 당시 주요한 우주론이던 감속팽창 모델에 비해 빛이 더 어둡게 관측된다는 건, 그만큼 우주가 더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는 해석이었다. 이후 천문학계는 해당 연구를 통해 우주가 점점 더 빠르게 팽창(가속팽창)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사울 펄무터(당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브라이언 슈미트(당시 호주국립대 교수), 애덤 리스(당시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 연구로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며, 가속팽창을 우주론의 정설로 이끌었다.
이들이 관찰한 초신성은 우주의 ‘표준촛불’이라고 불리는 Ia형 초신성에 속한다. Ia형 초신성은 쌍성계에 있던 백색왜성이 격렬하게 폭발한 결과물이다. 세 과학자는 밝기가 정확하게 일정하지 않은 Ia 초신성을 광도표준화과정을 통해 먼 은하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표준촛불’로 사용할 방법을 개발했다. 이후 이들이 노벨 물리학상까지 수상하며 가속팽창은 천문학계에서 ‘반박 불가능한’ 정론으로 받아들여졌다. 우주를 팽창시키는 불가사의한 힘은 우주의 68.3%를 차지하는 정체불명의 ‘암흑에너지’라고 정의하는 표준우주모형(우주가 일정한 속도로 가속팽창 중이라는 모델)이 확립됐다.
노벨상도 인정한 가속팽창에 문제를 제기하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도 단단히 잘못 끼워진 겁니다.”
10월 27일, 연세대 신촌캠퍼스 과학관에서 만난 이영욱 천문우주학과 교수의 첫 마디는 단호했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지금까지는 우주가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우리의 오랜 연구 결과, 우주는 이미 브레이크를 밟고 있습니다.”
그는 우주의 가속팽창을 입증해온 ‘표준촛불’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Ia형 초신성의 밝기가 일정하지 않고, 별의 나이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팀 소속 정철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연구교수와 손준혁 연구원이 약 300개의 초신성 호스트 은하를 정밀히 분석한 결과, 기존 결과와 다르게 젊은 별에서 발생한 초신성은 상대적으로 어둡고, 나이 든 별에서 발생한 초신성은 더 밝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doi: 10.1093/mnras/staf1685
연구에 따르면, 먼 은하의 초신성이 어둡게 보이는 이유가 단순히 우주가 팽창해서 멀리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별 자체의 나이가 영향을 줄 수 있다. 먼 은하의 별은 나이가 들었고, 상대적으로 밝은 초신성을 만든다. 가까운 은하의 별은 젊고, 어두운 초신성이다. 즉, 젊은 초신성은 표준화 과정에서 실체보다 더 어둡게 보정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나이편향’ 효과는 이 교수의 연구에서 5.5시그마(99.99999%의 신뢰도)의 통계적 정확도를 보였다.
연구팀이 나이편향을 반영해 초신성 데이터를 보정하자, 암흑에너지가 우주상수 형태(불변 상태)로 존재한다는 기존 표준우주모형은 더 이상 관측 결과와 일치하지 않았다. 이는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이론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우주, 쪼그라들고 있다?

반박에 맞선 재분석, 불붙은 논쟁
“실은 5년간 정말 외롭게 싸웠습니다.” 이 교수는 2020년 ‘초신성 우주론 핵심 가정이 잘못됐다’는 첫 논문 발표 이후, 거센 저항과 맞닥뜨렸다고 토로했다. “투고한 논문을 과학적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게재해주지 않는 등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다만 데이터가 계속해서 사실이라고 말해주니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위대한 발견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4단계가 있는데, 1단계라고 생각했거든요. 1단계는 무시, 2단계는 ‘틀렸다’는 반박, 3단계는 ‘중요하지 않다’는 물타기, 그리고 4단계가 인정입니다. 지금은 3단계의 반박을 받고 있는 중이죠.”
실제로 2020년 첫 논문 발표 직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애덤 리스 연구팀은 ‘기존의 초신성 결과와 가속팽창이 맞다’는 반박 논문을 냈다. doi: abs/2002.12382 하지만 이 교수는 그 논문을 보는 순간 경악했다고 전했다. “별의 나이를 나타낸 논문 그래프에 측정오차가 없었어요. 1학년 물리실험에서도 측정오차 없는 리포트는 F를 받습니다.” 그에 따르면, 애덤 리스 연구팀이 사용한 초신성 나이 데이터의 오차는 우주 나이(138억 년)에 필적할 만큼 컸다. 오차가 크면 당연히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 교수팀은 당해 10월, 재반박 논문을 내며 응했다. doi: 10.3847/1538-4357/abb3c6
그는 논문 게재 과정에서도 보이지 않는 벽을 경험했다고 했다. “우리의 연구를 게재해도 좋다는 심사위원이 다수였지만, 데이터 부족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게재해선 안 된다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계속 심사위원을 더 뽑더군요. 결국 미국 학계와 이해관계가 없는 영국 왕립천문학회지(MNRAS)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 교수는 이어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 30년간 노벨상은 수백 명이 참여하고 수조 원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에 주로 주어졌어요. 그런 프로젝트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칠전팔기하던 그에게도 반전이 있었다. 2020년 11월, 아담 리스 연구팀이 사용한 다른 데이터를 정확한 통계 기법으로 재분석한 결과가, 오히려 이 교수의 주장을 99.99% 신뢰도로 지지했다. 더 극적인 것은 노벨상 수상 논문의 공동저자였던 알렉스 필리펜코 미국 UC버클리 연구팀이 이를 반박하고자 검증에 나섰다가, 오히려 연세대 팀이 옳다는 결과를 내놨다.
nbsp;초대형 관측 프로젝트 DESI가 더한 변수
이 교수팀의 발견은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 프로젝트 연구팀이 2024년부터 발표하는 결과들과 들어맞고 있다. DESI는 미국 애리조나주 키트피크 국립천문대에 설치된 첨단 관측 장비로, DESI 프로젝트는 DESI의 5000개 광섬유 로봇을 이용해 약 1500만 개의 은하와 퀘이사를 관측하는 초대형 국제공동 프로젝트다.
DESI 연구팀은 우선 바리온음향진동(BAO) 관측에 나섰다. 바리온음향진동은 초기 우주의 플라스마에서 나타나는 음향 파동이다. 빅뱅 이후 38만 년 동안 밀도 높은 우주가 요동치며 생긴 ‘주름’인 셈이다. 지금도 당시의 주름이 그대로 남아 있다. BAO가 각인된 동시에 우주는 급격히 식으며 안정을 찾았고 우주 전체에 우주배경복사(CMB)를 남겼다. 이 때문에 BAO를 보다 선명하게 관측하면 초기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추측할 수 있다.
2024년 4월 DESI 연구팀은 BAO 분석 결과를 통해 “암흑에너지가 일정한 우주상수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있으며, 지난 45억 년 동안 약 10% 약해졌다”고 발표했다. 2025년 3월 발표된 DESI 3년차 데이터 역시 이를 지지했다. DESI 연구팀은 세계물리학서밋에서 암흑에너지가 점차 줄어드는 모델이 표준우주모형보다 더 납득이 된다고 밝혔다. 이는 이 교수팀의 연구 결과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이 교수팀 역시 초신성의 나이편향을 보정한 데이터와 BAO, CMB 세 가지 데이터를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표준우주모형이 틀렸다는 가설이 9시그마라는 통계적 신뢰도를 보였다고 주장한다. 9시그마는 결과가 우연일 확률이 거의 0에 가깝다 뜻이다. 이 교수는 감속팽창에 대한 확신을 보였다. “최근 DESI 데이터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DESI 데이터도 우주가 더 이상 가속팽창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죠. 저희의 분석으로는 우주가 이미 감속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우주의 미래, 그 끝은 다시 ‘한 점’일까
우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기존 표준우주모형에서는 암흑에너지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우주가 영원히 가속팽창한다고 예측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우주의 종말은 ‘빅 프리즈(Big Freeze)’다. 약 1000억 년 후면 은하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우리 은하에서 관측할 수 없게 된다.
이 교수는 만약 감속팽창이 계속된다면 우주의 끝이 ‘빅 크런치(Big Crunch)’가 될 수도 있다며 미래를 조심스레 점쳤다. “초신성 기반 가속팽창 우주론이 자리잡기 전에는 중력에 의해 우주가 감속팽창할 거라고 했잖아요. 제가 보기엔 그때랑 비슷한 상황이에요. 여전히 팽창은 하고 있지만 서서히 느려지는 겁니다. 달리던 자동차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 상태예요. 그러다가 우주의 밀도 계수가 1.0을 넘는다면 어느 순간 우주가 수축 단계로 접어들 수 있죠.”
물론 감속팽창은 아직 정론으로 인정되진 않았다. 그럼에도 만약 우주가 정말로 감속팽창하고 있다면, 우주의 운명은 기존에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다. 27년 동안 확립된 것으로 여겨졌던 우주 가속팽창 이론이 흔들리고 있다. 이 교수팀의 나이편향 발견, DESI 프로젝트 등의 연구들이 만나 가속팽창에 도전하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우주는 정말로 멈추고 있을까. 그 답을 찾는 여정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