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전기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전기 덕분에 가능했던 모든 편리함이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다. 컴퓨터, 휴대전화, 엘리베이터, 전철 등은 한순간에 쓸모없어지고, 교통이 마비되며, 가정으로 공급되던 식수와 가스가 끊겨 우리를 안락하게 보호해주던 집도 기능을 잃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삶은 전기에너지와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전기에너지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 중하나다. 이번 호에서는 전기에너지의 생성 과정과 각 발전 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소비지로 이동하는 과정, 그리고 이동 과정에서 손실되는 전기에너지를 줄이는 방법 등을 알아보자.
전자기 유도 현상의 발견
18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전기와 자기가 별개라고 생각했다. 전기는 ‘찌릿’하는 자극을 주지만, 자석은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820년 덴마크의 물리학자 한스 크리스티안 외르 스테드는 도선을 이동하는 전자가 도선 주변에 자기장을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는 많은 과학자들을 흥분시키 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전자가 흐르는 도선 주변에 자기장이 생긴다면, 반대로 자기장에 의해서도 전류가 흐를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해했다.
이후 영국의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실험을 통해 도선 주변에 나타나는 자기장의 변화가 도선에 전류를 흐르게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이 내용을 담은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법칙’을 발표했다.
외르스테드의 발견 이후 10여 년이 지난 뒤에야 전자기 유도 법칙이 확인됐으니, 쉽지 않은 발견이었음을 짐작할수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석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자기력이라고 하며, 자기력이 미치는 공간을 자기장이라고 한다. 자기장의 방향은 한지점에서 나침반의 N극이 가리키는 방향을 기준으로 하며, 자석의 양 끝(자극)에서 자기장이 가장 세고, 자극에서 멀어질수록 약해진다. 자기력선이란 자기장의 모양을 알기 쉽게 선으로 나타낸 것을 말하며,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아래 그림처럼 코일과 검류계로 회로를 만든 뒤 코일 근처에서 자석을 움직여보자. 도선을 원형 또는 원통형으로 여러 번 감아 놓은 것을 코일이라고 한다. 검류계는 코일에 흐르는 전류의 세기와 방향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다.
이 실험으로 패러데이는 자석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검류계 바늘이 움직이는 방향이 달라지고, 자석을 움직이는 빠르기에 따라 검류계 바늘이 움직이는 폭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자석의 움직임을 멈추면 유도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처럼 코일 근처에서 자석을 움직일 때 코일에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전자기 유도라고 한다. 이때 코일에 흐르는 전류를 유도 전류, 코일의 양끝에서 발생한 기전력을 유도 기전력이라고 한다. 유도 기전력과 유도 전류는 코일을 통과하는 자기장이 변할 경우에만 흐른다. 패러데이는 이외에도 수많은 실험을 반복하며 다음과 같은 규칙을 발견했다.
이 규칙을 수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고, 이를 ‘패러데이 법칙’이라고 한다. 패러데이 법칙은 전자기 유도에 의해 발생하는 유도 기전력의 세기는 코일을 통과하는 자기력선 속의 시간적 변화율과 코일의 감은 수에 비례함을 뜻한다.
이후 독일의 과학자 하인리히 렌츠는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법칙을 더욱 자세히 연구한 끝에 ‘렌츠의 법칙’을 발표 했다. 유도 기전력에 의해 흐르는 전류의 방향은 자기력선 속의 변화를 방해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법칙이다. 유도 전류의 방향은 다음 그림과 같이 자석의 운동 방향이나 자석의 극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래 그림 (가), (다)처럼 코일에 N극을 가까이 가져가거나 S극을 멀리할 때, 코일의 위쪽에는 N극이 형성돼 자석을 밀어내거나 잡아당겨 자석의 움직임을 방해하려고 한다. 이때 잡아당기는 힘을 인력, 밀어내는 힘을 척력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그림 (나), (라)처럼 코일에 N극을 멀리하거나 S극을 가까이 하면 코일의 위쪽에는 S극이 형성돼 자석을 잡아당기거나 밀어내면서 자석의 움직임을 방해하려고 한다. 이는 패러데이 법칙의 수식에서 ‘-’로 표시되며, 유도 기전력에 의한 유도 전류의 방향은 코일 주변의 자기장의 변화와 반대가 됨을 뜻한다.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법칙 덕분에 최초의 발전기가 등장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발전기의 성능을 개량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가 가정과 공장에도 전기를 공급하면서 ‘전기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현재 우리는 발전에 의한 전기 공급 외에도 다양한 전자기 유도 현상을 일상생활에서 접하고 있다. 버스를 탈 때 요금을 내는 교통카드, 휴대전화의 압력 센서, 금속 탐지 장치 등이 전자기 유도 현상의 대표적인 예다.
발전기의 원리와 종류
전자기 유도에 의해 전류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발전기라고 한다. 그리고 수력이나 화력, 원자력, 조력, 풍력 등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일으키는 설비를 갖춘 곳을 발전소라고 한다. 발전기는 코일이 자석 속에서 회전할 때 코일을 통과 하는 자기장이 변해 유도 전류를 일으키는 원리로 작동한 다. 발전기에서는 역학적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전환된다.
발전소에서 쓰는 발전기도 작동 원리는 같다. 하지만 프로펠러 모양의 터빈이 발전기에 연결돼 있고, 위의 발전기 기본 원리의 그림과는 반대로 바깥쪽에 코일(고정자)이 고정 돼있으며, 내부에는 축을 따라 회전하는 자석(회전자)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터빈을 회전시키면 회전자에 해당하는 자석이 고정자 안에서 회전을 한다. 이때 전자기 유도 현상에 의해 전기에너 지가 만들어진다. 발전기에 연결된 터빈을 돌리는 에너지원에 따라 수력이나 화력, 원자력, 조력, 풍력발전 등으로 나눈 다. 수력, 화력,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과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발전은 에너지원의 종류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터빈의 운동에너지가 발전기의 코일을 돌려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기본 원리로 이뤄진다.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에너지는 에너지가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기존 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전환된 결과다. 따라서 기존 에너지는 고갈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신재생에너 지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전력 수송 과정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에너지는 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진 소비지까지 어떻게 전달될까. 단위 시간 동안 공급하거나 사용한 전기에너지를 전력이라고 한다. 전력은 전압과 전류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전력을 구하는 방법과 전력 단위는 다음과 같다.
전력을 발전소에서 변전소까지 전달하는 과정을 송전, 변전소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지까지 전달하는 과정을 배전이라고 한다.
생산 단계인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 전력이라고 하며, 송전 과정에서 송전선의 저항 때문에 손실되는 전력을 손실 전력이라고 한다. 소비 단계인 가정 또는 공장에서 이용되는 전력은 소비 전력이라고 하는데, ‘송전 전력-손실 전력 = 소비 전력’이라는 식이 성립한다. 손실 전력을 구하는 식은 다음과 같다.
송전 전압을 높이기 위해 변전소는 변압기를 이용한다. 아래는 변압기의 구조와 변압 과정이다.
특히, 변압기 양끝에서 코일의 감은 수는 양끝에 걸리는 전압과 비례한다. 따라서 변압기로 전압을 높이려면, 1차 코일의 감은 수보다 2차 코일의 감은 수가 많아야 한다. 반대로 변압기로 전압을 낮추려면, 1차 코일의 감은 수가 2차 코일의 감은 수보다 많아야 한다.
전력 수송
전력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수송할 방법은 무엇일까? 효율적인 전력 수송과 안전한 전력 수송 방법을 오른쪽 표와 같이 구분할 수 있다.
인류가 불을 발견한 뒤 삶이 변화한 것처럼 전기도 인류의 삶을 변화시켰다. 대부분은 편리한 쪽으로 변화했다. 이제 전기는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그러나 전기에너지도 다른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사라질지 모른다.
전기에너지의 종말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전기에 너지가 사라지는 시점을 늦추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효율적 으로 쓰고 절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기에너지는 감전과 화재 등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안전하게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