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날고 있는 파리 옆에서 조그만 기생충 한 마리가 튀어오른다. 그러더니만 마치 자석에라도 이끌리듯 갑자기 공중에서 파리의 몸으로 날아가 찰싹 붙는다. 이 ‘나방병원선충(Steinernema carpocapsae)’을 숙주인 파리에 붙인 힘은 ‘정전기’다. 빅토르 오르테가-히메네즈 미국 메인대 생물생태학과 교수가 이끈 공동연구팀은 10월 14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를 발표했다. doi: 10.1073/pnas.2503555122 연구 내용을 나방병원선충과의 가상 인터뷰로 정리했다.
Q.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나방병원선충이에요. 몸길이는 눈에 겨우 보이는 약 1.5mm 정도로, 남극을 제외한 전 대륙에 살아요. 저는 곤충 없이는 살 수 없는 ‘완전기생선충’이에요. 토양에서 기회를 엿보다가 숙주인 곤충을 찾으면, 몸 속으로 들어가 상호 공생 중인 박테리아를 방출한 다음, 이틀 내로 곤충을 죽이죠. 이후에 숙주와 박테리아를 먹어 치우며 증식합니다.
Q.어떻게 날아다니는 숙주에 달라붙나요?
숙주 곤충이 지나가는 걸 감지하면 우리가 몸을 둥글게 말아 하늘로 뛰어오른다는 건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어요. 하지만 공중에서 어떻게 숙주의 몸에 달라붙는지는 수수께끼였죠. 연구팀은 우리가 정전기를 이용할 거라 추측했어요. 초파리 같은 곤충의 날개는 파닥이며 대기와 마찰해 수백 V(볼트)의 양전하로 대전되거든요.
그래서 연구팀은 초파리의 몸에 전선을 연결해 전압을 걸어줬어요. 그리고 전압을 조절하면서 선충이 실제로 정전기를 띤 초파리에 얼마나 잘 달라붙는 지 확인했어요.
Q.결과는 어땠나요?
저희는 몸길이의 최대 25배 높이까지 뛰는데, 이는 사람이 10층 건물보다 높이 뛰는 정도예요. 초파리에게 100V의 전압을 걸었을 때에는 선충이 붙을 확률이 겨우 10% 정도에 불과했지만, 800V의 전압을 걸었을 때는 명중률이 80%까지 올라갔어요. 정전기 덕분에 초파리가 있는 곳과 다른 방향으로 튀어오른 선충도 초파리의 몸에 끌려가 붙었죠. 800V는 실제로 날아다니는 곤충에서 측정되는 정도의 전압이기도 해요. 연구의 제1저자인 란장샹 란 미국 에모리대 물리학과 박사후연구원은 보도자료에서 “정전기가 아니었다면 선충은 이런 뛰는 행동을 진화시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