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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킁킁 과학] 제주도 바다의 냄새

편집자 주
우리를 둘러싼 공기와 빛, 소리만큼이나, 세상은 냄새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름다운 향기부터 코를 찌르는 악취까지 ‘킁킁과학’은 냄새의 근원을 향한 오디세이입니다.

 

▲Shutterstock

 

다이메틸설파이드(Dimethyl Sulfide)
▲PubChem
메틸기 두 개가 중간에 황 원자 하나를 두고 연결된 구조. 해양 플랑크톤이 만든 DMSP라는 유기물질이 분해돼 만들어진다.

 

길고 긴 추석 연휴에는 제주도에 다녀왔다. 바다를 보면서 자전거를 탔다. 도로가 바다와 가까워지면, 강한 맞바람이 불어오면, 갑작스레 옆에서 파도가 부서지면 그때마다 코에 바다 냄새가 어렸다. 비린내처럼 불쾌한가 싶으면서 시원하고, 종종 달콤하게도 느껴지는 냄새. 바닷가에서 자라지 않은 이들에게는 낯설며, 여행의 흥분을 가져다주는 냄새다. 


바다 곁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바다 냄새의 정확한 근원을 알지 못한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사람들은 바다 냄새가 오존 때문이라고 잘못 추측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바닷물에 녹아있는 염류 때문’에 짠내가 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금(염화소듐)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 바닷물에는 염화소듐 말고도 염화마그네슘, 황산칼슘 등 다양한 화합물이 녹아있지만 이들 모두 거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바다 냄새의 주성분은 무기 염류가 아니라 유기물질, 그중에서도 특히 ‘다이메틸설파이드(DMS)’다. 다이메틸설파이드는 바다에 사는 해조류나 플랑크톤이 분해돼 만들어진다. 다이메틸설파이드는 이후 대기 중으로 빠르게 휘발되면서 바다 냄새를 풍긴다. 바람과 파도는 이 과정을 더 빠르게 만든다.


놀라운 점은 다이메틸설파이드가 기후에 끼치는 영향이다. 대기로 올라간 다이메틸설파이드는 산화돼 다른 종류의 황화합물이 되는데, 이 황화합물은 구름의 씨앗인 ‘응결핵’의 주성분이다. 심지어 다이메틸설파이드의 형태로 바다에서 대기로 유입되는 황은 매년 1720만 t(톤)에 달한다. doi: 10.5194/essd-16-4267-2024


그러니까, 우리가 제주도에서 맡은 바다 냄새는 구름의 씨앗이 될지도 모르는 물질의 냄새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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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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