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롯(brain rot)’의 실체는 아직 모른다. 브레인롯이란 증상이 뇌의 어떤 변화와 연결되는지, 학계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한 답도 없다. 확실한 건 소셜미디어, 특히 숏폼의 추천 알고리즘이 뇌를 피로하게 만들고, 일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점이다. 숏폼을 끊는다면 뇌는 다시 회복될까? 과학동아와 함께 4주간 숏폼을 끊은 참가자 26명의 챌린지 기록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과학동아와 함께
브레인롯 탈출에 도전한 26인
“장시간 숏폼을 보면 정신이 멍해져요.”
“자기 전 습관처럼 숏폼을 보다가 늦게 잠드는 경우가 많아요.”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이에요.”
과학동아가 8월부터 9월 사이 진행한 ‘숏폼 4주 끊기 챌린지’ 참가자들이 챌린지를 시작하며 한 말이다. 브레인롯이라는 용어가 정확히 뇌의 어떤 변화를 말하는지 알기 위해선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브레인롯의 사전적 정의는 소셜미디어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이들이 호소하는 다양한 악영향이다. 세계인의 고민거리가 된 브레인롯이란 증상에 대해 과학동아가 만난 각국의 전문가들은 “비슷한 자극이 반복되면 뇌에 부하가 증가한다”면서 “소셜미디어를 반복해 접한 결과, 부하가 가해지면서 생긴 인지적 피로가 브레인롯이란 단어로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현재 학계가 내놓은 공통된 설명이다.
피로해졌다면, 쉬면 된다. 뇌도 마찬가지일까. 답을 찾기 위해 과학동아는 8월 26일부터 9월 22일까지 약 4주간 29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함께 숏폼을 끊어보는 4주간의 챌린지를 시작했다. 기자도 챌린지에 함께했다. 참가자들이 끊은 소셜미디어 서비스는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숏츠, X(구 트위터), 틱톡이었다. 모두 추천 알고리즘이 숏폼을 무한히 보도록 만드는 매체다. 이런 소셜미디어 서비스는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볼지 주도적으로 고르지 않고, 소셜미디어가 보여주는 것을 계속해서 보게 한다.
참가자들은 모두 1주일에 13시간 이상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며 자신이 숏폼으로 인한 브레인롯을 겪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이었다. ‘13시간’이라는 기준점은 한국인의 평균적인 숏폼 앱 사용 시간을 기준으로 설정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제공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는 2024년 8월 안드로이드 사용자 3688만 명, iOS 사용자 5120만 명의 앱 사용 시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세 가지 숏폼 앱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이 52시간 2분이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챌린지는 숏폼 콘텐츠 소비 시간이 평균치인 주 13시간보다 긴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29명의 참가자 중 챌린지를 끝까지 완주한 26인은 숏폼을 끊기 직전 1주일과, 챌린지 참여 마지막 주인 4주차를 비교했을 때 주간 숏폼 이용 시간을 많게는 58시간 32분, 적게는 3시간 17분까지 줄였다.
1주차 I 습관을 이겨라!
구파란
“자꾸 습관적으로 X 앱을 누르게 돼요. 인스타그램은 릴스는 보지 않고 DM만 했습니다. 지금은 빈 시간에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하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남은 김에 뭔가 해보게 되더라고요. 이 챌린지에 함께 참여한 친구는 우리 상황을 ‘단군신화 속 곰과 호랑이’에 비유합니다. 저는 곰이에요. 계속 해나갈 수 있겠어요.”
쥬샨
“빠르게 X에 들어가서 잠깐 보고 다시 나오길 반복하고 있습니다. 카톡을 상상이상으로 많이 했어요. 소셜미디어의 기능을 카톡으로 대체하는 식이었죠. 친구들과 대화를 더 자주, 많이 하게 됐습니다. 친구들은 귀찮아 할 수도 있죠. 그리고 넷플릭스를 많이 보게 됐어요.”
박정은
“습관적으로 X앱을 열게 되네요.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아요! 세상 돌아가는 걸 알기 좀 어렵고, 고양이 영상이나 사진을 못 봐서 아쉽네요. 그래도 다른 만화책을 읽거나 소설을 읽는 식으로 다른 콘텐츠를 찾기 시작했어요.”
백서준
“처음에는 무의식적으로 유튜브에 들어갔다가 숏츠를 누르려고 하더라고요. 이틀 지나고 보니까 그런 경향이 줄어들었고요. 4주간 챌린지를 하고 나면 숏츠를 보는 시간이 확실히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숏츠를 끊는 게 불안했는데, 이제는 신경도 안쓰여요. 학원에서도 평소보다 더 집중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고요.”
최민호
“챌린지 이전까지는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숏츠를 주로 봤어요. 지금은 잘 끊고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릴스를 누를 때도 있는데, 세 개 보고 바로 끕니다. 요새는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을 보기 시작했고요.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빈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소연 기자
“모두 습관적으로 숏폼 앱을 눌렀다가, 화들짝 나오길 반복한 한 주였습니다. 저는 기사 아이템을 발굴하고 이슈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소셜미디어를 합니다. 숏폼을 끊으니 정보를 얻기 어렵더라고요. 사회와 연결도 함께 끊긴 느낌이라 뉴스를 더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게임, 웹툰 시청 시간이 늘었고, 잠을 일찍 자게 됐어요.”
뇌파의 종류
숏폼 끊기 챌린지
어떻게 설계하고 진행했나
숏폼 4주 끊기 챌린지 참가자들이 챌린지를 통해 겪은 변화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가능한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김주현 한국뇌연구원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 선임연구원과 조철현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챌린지 설계와, 결과 분석 등의 자문을 맡았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뇌였다. 숏폼을 볼 때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브레인롯이 진행됐다고 체감하는 참가자들이 숏폼을 끊으면 뇌가 회복할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뇌파 측정 전문 기업 ‘아이메디신’의 비침습형 뇌파 측정 장치 ‘아이싱크웨이브(iSyncWave)’를 이용했다. 아이싱크웨이브는 19개 전극으로 뇌의 각 부위에서 발생하는 뇌파를 주파수 대역별로 측정한다.
뇌파 측정은 숏폼을 끊기 전과 4주간 끊은 뒤에 동일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4주 전후의 뇌파 데이터를 비교하기 위해서다. 먼저 눈을 뜬 상태로 3분 30초간 뇌파를 측정하고, 눈을 감은 상태로 같은 시간 동안 뇌파를 측정한다. 이후 10분간 숏폼 콘텐츠를 시청한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고 뇌파를 측정하고, 눈을 감은 상태로 뇌파를 측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눈을 감은 상태의 측정 결과는 휴식 기간 동안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나타낸다. 눈을 뜬 상태의 측정 결과를 보면 시각 정보를 처리할 때 뇌의 반응을 알 수 있다.
김준엽 아이메디신 연구원은 뇌파 측정 결과에서 나타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경향성을 분석해 보고서 형태로 과학동아에 전달했다. 이 보고서를 김 선임연구원, 조 교수와 함께 심층 분석했다. 두 자문위원은 보고서 내용 중 일관된 패턴이 여러 조건에서 반복 관찰돼, 유의미해 보이는 부분을 짚어줬다. 그리고 신뢰도 면에서 주의하며 해석해야 할 부분도 함께 일러줬다. 전체 결과 보고서는 기사 끝에 첨부된 QR 코드를 스캔해 확인할 수 있다.
두 자문위원은 “챌린지 전후 참가자들에게 자기보고형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해 스스로 느끼는 변화를 기록하자”고 권했다. 이에 일상적 인지·행동 조절능력을 측정하는 BRIEF-A 검사지를 참고해 간단한 자기보고형 설문지를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챌린지 시작 전과 후에 이 설문지에 답했다. 그리고 매주 주말 개별 인터뷰를 진행해 챌린지 기간 내 참가자들이 겪는 변화와 어려움을 살폈다.
전문 연구 기관에서 연구자가 수천, 수만 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실험을 설계하고, 정밀한 측정 장비를 동원해 진행한 분석은 아니었다. 학계의 검증을 받아 발표된 논문도 아니다. 따라서 취재 결과를 ‘과학적으로 확정적인 결론’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조 교수와 김 선임연구원은 입을 모아 “한계점은 있으나, 흥미롭고 유의미한 분석 결과도 나타났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숏폼을 끊은 4주간, 참가자들에게서 회복이 시작됐음을 뜻하는 공통적인 변화가 관찰됐다. 브레인롯은 극복 가능했던 것이다.
2주차 I 시간이 남아돈다. 뭘 하지?
조지은
“숏폼이 없다고 큰일이 나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그냥 슬슬 좀 심심하네요. 그래도 전과 비교해서 쓸데없이 숏폼을 보며 보내는 시간에 30분이라도 더 자게 됐다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어요. 수면 시간이 늘어서 꽤나 쾌적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동겸
“인스타그램, X를 하지 않으니 빈 시간이 생겼어요. 이럴때 심심해하다 숏폼을 보고 싶다는 충동이 크게 들었습니다. 정말 큰 맘을 먹어야 숏폼을 끊을 수 있는 거더라고요. 숏폼을 안하는 시간에 뭘 할지 찾아보고 있습니다.”
박나영
“숏폼을 끊기 전에는 이동하는 시간, 대중교통에서 핸드폰을 많이 했었어요. 요즘은 빈 시간에 핸드폰 대신 단어장을 손에 들고 다니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송현서
“숏폼을 보지 않는 것에 점점 적응되고 있습니다. 1주차에는 숏폼을 보지 않게 돼, 비어버린 시간이 헛헛하게 느껴졌어요. 지금은 그 시간을 대체할 만한 것들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숏폼을 보다가 할 일을 못하는 제 모습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어요. 지금은 그런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느껴져요. 30분 지난 것 같아도 5분밖에 안 지났더라고요. ‘시간이 이렇게 느렸구나, 짧은 콘텐츠를 여러 개 보는 것 보다 긴 콘텐츠를 한 개 보는 게 낫구나’하고 느끼는 중입니다.”
위수호
“1주차에는 넷플릭스를 많이 봤습니다. 이제는 조금 질리기도 하고, 빈 시간에 할 일이 없어서, 가끔 숏폼 생각을 했어요. 그랬더니 꿈에 숏폼을 보는 제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김소연 기자
“모두들 비어있는 시간에 뭘 할지 찾아보는 한 주였습니다. 1주차에는 숏폼을 대체할 활동을 열심히 하다가, 2주차에 접어들자 조금 질리면서 다음 자극을 찾게 되는 경향도 일부 참가자들에게서 포착됐습니다. 그래도 영단어를 외우거나, 잠을 더 자는 등 긍정적인 방식으로 빈 시간을 채우는 참가자들이 눈에 띄네요! 저도 1주차에 만화책을 실컷 봤는데, 이제 볼 수 있는 만화가 떨어졌어요. 게임도 이젠 질렸고요. 뭘 할지 고민을 하다가, 소설책을 한 권 샀습니다. 산책도 더 자주 했고요. 그래도 할 일이 없으면 잠을 잤어요! 사실 과학동아 마감을 하는 기간이라, 바빠서 숏폼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 그래도 인간적으로 X는 좀 하고 싶네요.”
Before
뇌파로 본 브레인롯 상태
우선 살펴볼 것은 숏폼 시청 전후 뇌의 변화다. 특히나 눈을 감은 상태의 측정 결과를 비교하면 뇌의 휴식 패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있다. 뇌파 측정 결과를 분석한 김준엽 연구원은 “숏폼을 본 뒤에 명상이나 기억 처리 등 내면에 집중해 사고할 때 발생하는 세타파 활성도가 감소했다”고 했다. 숏폼을 본 직후엔 머릿속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한편 세타파의 활성도를 알파파의 활성도로 나눈 ‘TAR’ 지표는 23.87% 감소했다. 알파파는 정신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한다. 알파파가 발생할 때 뇌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걸러내, 편하게 쉬는 상태를 유지한다. 세타파의 활성도가 알파파의 활성도보다 지나치게 높으면(TAR 지표가 높으면), 뇌가 주의 분산 상태에 이른다. 반대로 TAR 지표가 낮아지는 건 뇌가 각성상태라는 의미다. 김준엽 연구원은 “TAR 지표의 감소세는 브레인롯을 겪는 이들의 뇌가 숏폼 시청 이후 휴식을 취할 때 ‘휴식도, 각성도 아닌 비효율적인 중간상태’를 보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눈을 뜬 상태를 비교한 측정 결과도 독특한 패턴을 보였다. 숏폼 시청 전후 눈을 뜬 상태를 보면 외부 정보를 받을 때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눈을 뜬 상태를 비교했을 때, 숏폼 시청 후 세타파 활성도가 시청 전보다 증가하는 패턴이 나타났다. 김준엽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세타파는 눈을 감았을 때보다 떴을 때 감소하거나 동일하게 유지돼야 한다”면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정보가 쌓이면서 내적 사고를 할 때 발생하는 세타파 활성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긴장 상태에서 주로 나타나는 베타파와 흥분 상태에서 나오는 감마파가 과활성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숏폼의 예측 불가능한 자극 패턴이 지속적인 경계 상태를 유발해 뇌가 과각성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앞서 ‘낮을수록 뇌가 각성상태’라고 설명한 TAR 지표는 거꾸로 증가했다. 눈을 뜨고 정보를 받는 중인데, 집중력이 저하된다는 뜻이다. 숏폼을 본 뒤, 뇌는 눈을 뜨고 있어도 정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숏폼을 보고 난 뒤 뇌의 변화
3주차 I 숏폼을 보던 과거를 되돌아보며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맨정신일 때는 괜찮은데, 피곤할 때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느낌으로 아무 생각 없이 숏폼 콘텐츠에 손을 대게 되더라고요. 과거에 한창 숏폼을 많이 보던 때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새삼 깨달았네요. 그리고 출근하고 나서 일이 좀 더 잘 되는 느낌입니다. 원래는 출근하면서 유튜브 숏츠를 봤었어요. 이제는 출근할 때 긴 영상을 보거나 듀오링고를 보니까, 숏츠보다는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류현진
“유튜브는 아예 끊었고, 인스타그램도 아예 앱을 지워버렸어요. 확실히 숏폼 콘텐츠를 안 보니까 ‘뭐 하지?’란 생각을 더 하게 됐어요. 그 전에는 숏폼 콘텐츠를 보면 됐는데, 이제는 그 대신에 뭘 할지 리스트를 세워보게 됐습니다. 아마 숏폼이 그간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지도 못하게 가리고 있었던 거겠죠?”
박정은
“숏폼과 멀어지면서 소셜미디어를 되돌아보니까, 세상에는 무심코 연이어 감상하기 쉬운 짧은 콘텐츠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 느껴졌어요. 새삼스레 무서워졌습니다. 대중이 온라인과 관계맺는 방식 자체가 이미 고착화된 느낌이랄까요.”
박시온
“여행을 다녀왔어요. 함께 여행하는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느라 인스타그램 사용시간이 조금 길게 나왔습니다. 그래도 릴스나 추천게시글 탭은 열어보지 않았어요! 3주 동안 적응이 돼서, 이제는 숏폼보다 롱폼이 더 재밌다고 느껴요. 그래서 손이 안 가게 된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사용 시간은 늘어나버렸지만요^^. 숏폼 없이도 잘 지내는 제가 신기하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숏폼 없이 살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김소연 기자
“숏폼과 거리를 두고, 멀리서 숏폼에 대해 바라보기 시작한 참가자들이 눈에 띕니다. 멀리서 보면 전체적인 그림을 알 수 있죠. 숏폼에서 떨어지자, 소셜미디어의 구조를 볼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저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한 주였어요. 그래서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릴스처럼 생각 없이 화려한 콘텐츠를 보고 싶다는 욕구가 커지더라고요. 이래서 세간에서 숏폼 중독이 스트레스에 의한 자해성 행동이라고들 말하나 생각했습니다.”

After
숏폼 끊은 뇌는 이렇게 변했다
이제 4주 전후의 변화를 살펴보자. 분석 결과를 함께 본 김 선임연구원과 조 교수 모두 주목할 부분으로 “숏폼을 끊은 후, 뇌파에서 부분적 회복 징후가 나타난 지점”을 꼽았다. 조 교수는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아니었지만, 뇌의 변화가 가역적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분석을 진행한 김준엽 연구원은 “4주 전후의 눈을 감은 상태를 비교한 결과, 델타파와 세타파 활성도가 전반적으로 더 높아진 것을 관찰했다”면서 “휴식 상태일 때 뇌의 네트워크가 회복돼, 멍한 느낌의 원인이었던 신경 피로가 개선됐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델타파는 휴식을 취할 때 발생한다.
델타파와 세타파, 이 두 종류의 뇌파가 강해진 것은 뇌가 더 잘 쉴 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 긴장 상태에서 주로 관찰되는 베타파 활성도는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뇌가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 잘 쉬게 됐다는 의미다.
숏폼을 끊기 이전 눈을 감은 상태의 전두엽 뇌파 활성도는 참가자 전체 평균 16.811%로 과각성된 상태였다. 이 수치가 4주간 숏폼을 끊은 이후 12.25%까지 낮아졌다. 이는 4주간 숏폼을 끊은 이들의 전두엽이 과각성되고 과부화된 상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편 눈을 뜬 상태를 비교했을 때는, 뇌의 전체적인 신경 활성도가 향상되는 변화가 관찰됐다. 김준엽 연구원은 “델타파부터 감마파까지 모든 대역의 신경 활성도 증가는, 숏폼 시청으로 인해 제한됐던 뇌의 다양한 리듬 생성 능력이 회복됐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메디신에서 보유 중인 숏폼 유행 이전에 측정한 2019년 건강인 뇌파 데이터와 비교해 봤을 때, 여전히 베타파와 감마파 활성도가 건강인보다 더 높게 유지됨을 확인했다”면서 “(챌린지 이후에도) 숏폼의 영향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고, 과활성 상태로부터 정상 상태를 향해 변화하는 도중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4주는 뇌가 휴식한 결과가 드러나기엔 충분하지만, 완전히 회복되기엔 부족한 기간이었던 셈이다.
숏폼을 본 뇌가 피로해지기 시작하는 시간, ‘15분’
추가 분석
숏폼 시청, 언제부터 뇌를 바꿀까
참가자 26인의 뇌파 측정 데이터를 살펴보면 숏폼을 보기 전후 뇌파 패턴에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얼마나 오래 보면 뇌가 ‘썩는’ 것일까? 고백하자면 기자는 숏폼을 끊던 초반, 인스타그램 릴스와 X에 슬쩍슬쩍 접속했었다. 뇌에 영향이 갈까 봐 얼른 다시 앱을 끄는 행동을 반복했다. 질문을 바꿔보자. 몇 분까지가 마지노선이었을까?
답을 찾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 4명에게 1시간 동안 숏폼을 시청하게 한 뒤 15분, 30분, 45분, 그리고 1시간이 지난 시점에 뇌파를 측정했다. 조 교수는 “여성으로만 구성된 4명의 참가자를 본 실험이라 일반화는 어렵다. 개인차가 클 수 있는 측정에서 이 정도의 표본은 너무 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의미해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참가자 4인의 뇌파 측정 결과를 분석하니, 숏폼을 본 지 15분 뒤부터 바로 알파파 발생이 억제되는 한편, TAR 지표가 증가하는 경향성이 보였다. 측정을 15분 단위로 해서 그렇지, 사실 그 전부터 변화가 나타났을 수도 있는 지점이다. 아이메디신 관계자는 “15분 만에 매우 빠른 인지 피로가 발생해, 깨어있지만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라면서 “30분 이후부터는 TAR 지표가 증가한 상태로 고정돼 ‘피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해석된다”고 했다.
숏폼을 보기 시작한 지 30분까지는, 갑자기 쏟아지는 자극에 대응하기 위해 각성상태에 접어들 때 나타나는 베타파가 증가했다. 그러다가 30분이 지나고부터 베타파가 감소하며 각성 유지에 실패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분석을 맡은 김준엽 연구원은 “뇌의 보상 메커니즘이 30분을 기점으로 붕괴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뇌파 측정 결과를 살펴본 김 선임연구원은 “적은 숫자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4명 모두 숏폼 시청 이후 알파파가 줄어드는 등의 유의미한 결과도 몇 가지 관찰됐다”면서 “뇌파 측정 결과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왔듯이 ‘숏폼의 계속적 시청이 뇌를 피로하게 만든다’는 결론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과학적 검증을 위해선 다양한 측면을 더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학계에서 관련 연구가 더 나오길 기대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숏폼 끊은 후, 실행력이 좋아졌다
4주차 I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는데요?
조지은
“소셜미디어 자체를 끊으니까, 주변인의 화려한 모습을 보면서 생기는 FOMO(소외감·기회 상실에 대한 불안)가 줄어들었습니다. 차라리 안 보는 게 속 편하더라고요.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느낌도 듭니다. 맨날 걷고, 잘 자는 삶이 단조롭고 행복해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그냥 다 지웠습니다. 앞으로도 굳이 안 깔 것 같아요.”
박나영
“이번에 숏폼을 끊으면서 느꼈는데,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면 사람들 반응이 빠르게 오가고, 나와 생각이 다르면 폭력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런 과정이 피곤했더라고요.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맑아지는 느낌이 확실히 들어요. 이 챌린지를 한다고 하니, 주변 어른들이 응원과 격려를 많이 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그 덕인지 어렵지 않게 숏폼을 잘 끊을 수 있었어요.”
이웅수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과거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켜서 뭘 보는지도 모르고 봤구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내가 보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 위주로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챌린지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숏폼을 막 보고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사라지더라고요. 숏폼을 보는 행위 자체에 중독돼 있었는데, 이제는 벗어난 것 같습니다.”
김도윤
“힘들진 않았어요. 앞으로는 숏츠, 오래 보지 말고 살짝만 보려고요.”
김소연 기자
“챌린지가 끝난 다음, 마지막 인터뷰에서 참가자들에게 ‘앞으로도 쭉 숏폼 시청 시간을 줄일 의향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놀랍게도 단 4명 빼고는 다 “앞으로도 숏폼 시청 시간을 줄여보겠다”고 말했어요. 챌린지가 끝나고 숏폼 콘텐츠를 다시 보게 된 다음 생긴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실컷 본 다음 스스로에게 ‘오늘 내가 숏폼 콘텐츠를 보면서 어떤 정보를 얻었지?’ 자문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얻은 게 없더라고요. 새삼스럽게 숏폼 콘텐츠를 멍하니 보던 과거의 자신을 좀 측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가장 쉽고 빠르게 도파민을 얻을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대인의 서글픔 아닐지….”
인터뷰&설문
뇌파엔 담지 못한 이야기
뇌파에 담지 못하는 변화도 있었다. 참가자들과 매주 진행한 인터뷰, 그리고 챌린지 전후에 진행한 두 건의 설문조사에는 참가자들이 겪은 변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브레인롯이라는 용어가 ‘대중이 느끼는’ 악영향을 말하는 만큼, 참가자들 스스로 느끼는 변화는 의미가 크다.
참가자 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숏폼을 멀리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숏폼을 보고자 하는 열망이 줄었다. ‘업무·학업 중 숏폼을 보고 싶은 충동을 얼마나 자주 느끼십니까?’라는 질문에 ‘자주 있음’ 또는 ‘항상 그렇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은 숏폼을 끊기 전 60%에서, 끊은 뒤 21.7%까지 떨어졌다. 숏폼을 끊기가 생각보다 쉬웠던 것이다.
숏폼을 끊으면서 겪은 변화도 긍정적이었다. 숏폼을 끊기 전에는 ‘최근 2주간 피로감(또는 무기력감)을 얼마나 자주 겪었습니까?’라는 질문에 ‘자주 피로했음(주 4~5일)’ 또는 ‘거의 항상 피로했음(주 6~7일)’이라고 답한 이들은 73.3%에서 21.7%로 떨어졌다. ‘업무, 학업 등 작업을 시작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노력은 어느 정도입니까?’란 질문에 ‘작업을 시작하기 다소 어렵다’ 또는 ‘작업을 시작하기 매우 어렵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도 챌린지 전 76.7%에서 챌린지가 끝난 이후 30.4%까지 떨어졌다.
기자는 챌린지가 끝난 날부터 인스타그램 릴스와 트위터를 실컷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맵고 짠 음식을 한참동안 끊었던 사람처럼, 숏폼 콘텐츠가 너무나 자극적이게 느껴졌다. 숏폼을 보지 않을 때는 큰 욕망도, 큰 노여움도 없었던 삶이 갑자기 숏폼에서 보이는 건 사고 싶고, 먹고 싶고, 그리고 화가 나는 삶으로 바뀌었다. 길었던 챌린지와 기사를 마무리하는 10월 15일 지금, 다시 인스타그램 릴스를 끊을 결심을 했다. 잔잔한 삶이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4주간 함께 숏폼 단식을 해 준 참가자들께 지면을 빌려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