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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의 시간’ 리뷰 | 왜 우리는 극단주의에 빠질까

    넷플릭스

     

    올해 3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의 시간’은 13살 소년이 살인 혐의로 체포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하는 심리 스릴러다. 작품은 평범한 청소년에게서 남성 중심 이념의 극단주의가 드러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왜 사람들은 극단주의에 빠질까. 최근 ‘브레인 이데올로기’란 책을 쓴 레오르 즈미그로드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연구원과 함께 작품을 살펴봤다. 

     

     이 기사에는 작품의 주요 전개를 포함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김태희, 어크로스

    5월 6일 레오르 즈미그로드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연구원과 ‘소년의 시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그가 최근 출간한 책 ‘이데올로기 브레인’.

     

    SCENE #1


    평범해 보이는 영국의 한 가정집에 이른 아침부터 무장을 한 경찰들이 문을 부수고 들이닥친다. 혼비백산이 된 중년 여성과 남성은 비명을 지르며 무슨 일인지를 묻는다. 무장 경찰은 대답하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가 13살 제이미 밀러를 동급생 살해 혐의로 체포한다. 중년 여성과 남성의 비명 소리는 한층 더 커진다. “우리 애는 아무 짓도 안 했어요!” 경찰서로 이송된 제이미 본인도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다. 

     

    이념, 실패할 염려가 없는 논리를 향한 열망


    앳된 제이미의 말과 행동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경찰이 착각해 어린 소년을 잘못 체포한 게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덜 자란 소년은 놀라울 만큼 평범했고, 또 극단적이었다. “소년의 시간을 보면 누군가가 극단화되는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정상적이란 것을 알게 됩니다. 정상적이란 말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고요.” 레오르 즈미그로드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연구원은 말했다. 그는 ‘이데올로기 브레인’이라는 책을 4월 출간한 정치-신경과학(political neuroscience) 전공 심리학자다. 


    극단주의는 특정 이념이나 신념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며, 자신과 생각 혹은 관점이 다른 타인을 철저하게 배척하고 공격하는 등의 극단적인 행동을 추구하는 태도다. 즈미그로드 연구원은 책에서 이데올로기, 즉 이념을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경직된 교리와 그에 따른 고정된 정체성’으로 정의한다. 

    사람들이 이념에 빠지는 이유는 완벽하고 실패할 염려가 없는 ‘논리’를 갖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다. 우리 뇌는 두 가지 근본 원리로 기능한다. 첫 번째는 예측이다. 뇌는 과거의 패턴을 파악해 미래를 예측한다. 두 번째로 뇌는 사회적으로 소통하고,  관심받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이 과정에서 이념은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고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예가 파시즘이다. 파시즘은 1930년 유럽 대공황기, 과거의 역사 혹은 삶의 방식으로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어지러운 상황에서 강한 국가와 지도자가 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기대를 먹고 성장했다. 당시 사람들은 지도자와 민족국가에 소속된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모든 이념이 파시즘같은 것은 아니다. 즈미그로드 연구원도 “좋은 사람이 되려면 이념을 갖고, 이념에 열정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인류의 역사는 다양한 이념과 함께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념의 가치와 이념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별개다. 즈미그로드 연구원은 “이념이 내포하는 특징과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떤 이념이든 이념에 깊이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사람은 지적인 노예 상태가 된다. 자신의 생각은 없고, 이념을 공유하는 다수의 의견에 복종하고 이념을 주도하는 소수의 권위에 의존한다. 또 자신의 사고방식이 다른 이들의 사고방식보다 우월하다는 오만한 확신으로도 이어진다. 즈미그로드 연구원은 영단어 ‘pharmacy(약학)’의 어원인 라틴어 ‘pharmacon(파르마콘)’이 치료제와 독약이라는, 정반대의 의미로 사용됐다는 점을 짚으며 오늘날 이념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파르마콘”이라고 말한다.


    청소년기에는 이념에 특히 취약하다. 즈미그로드 연구원은 책에서 “뇌가 빠르게 발달하고, 위험에 대한 평가 능력과 순응성, 유연성 등을 기르며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청소년기가 ‘소년의 시간’이 그리는 시간이다.

     

    ‘소년의 시간’ 속 사이버불링 도구, 이모티콘

    사이버불링(온라인에서 특정인을 반복적으로 괴롭히고 위협하는 등의 행위)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숨은 폭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제이미의 인스타그램에 이모티콘 댓글을 단 것을 보고 형사들은 둘이 친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모티콘은 은어로, 피해자는 제이미를 사이버불링한 것이었다.

    GIB, 박주현

     

    SCENE #2


    두 명의 형사가 제이미, 동석 보호자인 아버지, 변호사와 마주 앉았다. 공식 심문이 시작됐다. 형사들은 속옷만 입고 있는 여성의 사진을 제이미가 재게시(리포스트)한 뒤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 공격적인 댓글’을 남겼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리고 피해자는 이런 제이미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종종 댓글을 달았다. 


    이 정도 정보로는 사건의 실마리를 잡기 어렵다. 형사들은 제이미가 다니던 학교에서 범행 동기와 범행 도구를 찾아나섰지만 별다른 단서는 얻지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형사의 아들이 나섰다. “아빠는 애들이 뭐 하는지 못 읽고 있어.” 형사의 아들은 피해자가 댓글로 남긴 이모티콘의 폭력적인 의미와, 주변 인물들이 이 폭력에 ‘하트’로 동조하는 행위를 설명한다. 형사는 그제야 제이미의 인스타그램에 달린 댓글이 일종의 ‘사이버불링’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러니까 이게 사이버불링이라고? 좀 약한데….” 

     

    소셜미디어, 극단주의가 자라는 온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극단성을 강화하는 급진적인 공간이 되곤 한다. 즈미그로드 연구원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정서를 자극하는 가장 날것의 정보를 퍼뜨리고, 개인의 신념이나 불안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생각과 취향, 선호에 일치하는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노출한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익숙하고 또 받아들일 수 있는 관점만 계속 접하며 반대 의견과는 멀어진다. 또한 소셜미디어는 사용자의 참여를 최대화하는 것을 목표한다. 이때 사용자가 정서적으로 강하게 반응할 수 있는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콘텐츠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좋은 도구다. 


    한편 형사는 인스타그램 댓글로 달린 이모티콘 몇 개가 살인이란 범행의 동기가 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또 그것을 ‘약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온라인 범죄는 으레 오프라인 범죄보다 더 약하다고 간주된다. 특히 피해자에게 물리적 상처가 없으면 감형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동안의 법 기준이 경제적 피해 규모나 물리적 폭력 여부를 중심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 범죄는 피해의 실체성이 없다는 인식이 오래 있었다. 


    그럼에도 소셜미디어를 위시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오늘날 극단주의가 태동하는 공간임이 틀림없다. “현재 어느 정부 기관과 협력해 일을 하고 있는데, 정부에서도 잠재적으로 극단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는 나이가 점점 어려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16살을 극단주의에 빠지는 나이로 봤는데, 지금은 12~13살 가량이니까요. 저는 이렇게 극단주의가 더 넓고 빠르게 퍼진 것은 소셜미디어의 확증편향적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즈미그로드 연구원이 말했다. 

     

    SCENE #3
    피해자는 제이미에게 “넌 인셀이야”라고 말했다. 인셀(incel)은 비자발적 독신주의자를 가리키는 단어로, 제이미와 또래의 아이들은 ‘이성적인 매력이 전혀 없는 존재’라는 모욕으로 사용하곤 했다. 아들에게 인셀이란 중요한 키워드를 알게 된 형사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다른 형사와 학교 선생님에게 인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그들은 각각 이렇게 반응한다. “앤드류 테이트 같은 쓰레기요.” “남자애들이 그 사람에 대한 얘기를 했어요.”

     

    Shutterstock

    2025년 1월 1일 뉴욕포스트 1면에는 뉴올리언스 보번 거리의 신년 축제에서 트럭 돌진 및 총기 테러가 발생한 소식이 실렸다. 테러로 10명이 사망했고 35명이 넘는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용의자 차량에서는 ISIS 깃발이 발견됐다. ISIS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이다.

     

    리더보다 팔로워가 더 극단적


    앤드류 테이트는 실제 인플루언서다. 소셜미디어에서 여성혐오, 인종차별, 호모포비아 발언을 서슴없이 해 극단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제이미를 비롯한 ‘남자애들’은 평소 그를 추종했던 것으로 보인다. 즈미그로드 연구원에게 “앤드류 테이트와 제이미 밀러를 똑같은 극단주의자로 볼 수 있는지” 물었다. 성인과 미성년자 간 뇌 발달 차이에 따라, 두 연령층에는 서로 다른 극단주의적 특징이 있을거라 생각해 던진 질문이었다.


    즈미그로드 연구원을 그럴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 이유는 예상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념을 만드는 리더와 그 이념을 따르는 팔로워는 달라요.” 즈미그로드 연구원은 극단주의자 인플루언서 앤드류 테이트보다 그를 따랐던 제이미가 오히려 더 경직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념적 지도자의 역할은 경직된 사고체계를 만들고,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경직성을 불러일으키고 자극하는 것이다. 특히 인플루언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인기와 권력을 얻는 것이 이념보다 더 중요하기에 어떤 면에서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한편 즈미그로드 연구원은 저서 ‘이데올로기 브레인’에서 실존적 불안이 사람들로 하여금 극단적이고 폭력적이며 보복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적 해결책을 강구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인셀이란 낙인이 정말 제이미를 불안하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폭력을 행사하게 만들었을까?
    “‘galvanize(갤버나이즈)’란 영어 단어가 있어요.” ‘아연을 도금한다’ ‘사람을 갱생시킨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는 단어다. 즈미그로드 연구원은 이 단어가 최근 ‘활동적인 사람들을 극단주의 집단에 모은다’는 뜻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자원이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았거나 부족해서 모두가 충분함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은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이를 계속해 상기시키면서 자극하는 건 사람들을 더 극단적이고 적대적으로 만드는 데 정말 큰 영향을 미쳐요.” 제이미를 비롯해 오늘날 사회에서 극단주의가 커지는 원인은 결핍감을 끊임없이 강조해 만들어 낸 불안에 있다.


     
    SCENE #4
    임상심리학자가 ‘선고 전 범죄 보고서’를 쓰기 위해 보호 훈련 센터에 머물고 있는 제이미를 찾아간다. 이미 여러 번 만난 적 있는 둘 사이의 대화는 화기애애하게 시작한다. 하지만 좋은 분위기는 길지 않았다. 제이미는 심리학자를 비꼬고 조롱한다. “선생님도 남자 성기가 달렸으면 좋겠죠?” 대화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땐 폭력성도 드러낸다. 


    그러다 이번이 마지막 상담 날인 걸 알게 된 제이미는 심리학자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한다. “이렇게 끝이라고요?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날 좋아하세요?” 잠깐 침묵하던 심리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난 여기 전문가로 온 거야.” 자신의 질문에 끝까지 대답하지 않는 심리학자에게 제이미는 “날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냐”며 분노를 터트린다.


    외로움과 정서적 결핍이 키우는 극단주의


    제이미는 상담이 중간중간 갑자기 감정적으로 변모한다. 즈미그로드 연구원은 “극단적인 이념에 취약한 사람들은 매우 충동적이고 일상 생활에서도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분노와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보다 놀라운 장면은 그 다음이었다. ‘나를 좋아하느냐’는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어 화를 내는 모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즈미그로드 연구원에게 심리학자로서는 그 부분을 어떻게 봤는지 물었다.


    “알던 사람도 아니고, 또래도 아니고, 친구가 될 수 있는 관계도 아님에도 그저 자신을 좋아하길 바라는 태도가 저도 인상 깊었어요.” 즈미그로드 연구원은 같은 감상을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미국에서 테러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 중 다수가 범죄를 저지르기 몇 달 전에 중요한 인간 관계가 파탄 났거나, 어떤 종류의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제이미의 질문은 제이미가 얼마나 외롭고 결핍돼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왜 제이미가 보호 훈련 센터까지 왔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심리학자가 제이미의 남성성에 대해 파악하려고 그의 아버지에 대해 질문했을 때 제이미는 자신의 아빠가 다정하기보다 화를 내는 쪽에 가깝다고 말하며, 운동에 소질이 없어 축구 경기에서 실수하는 자신을 외면한 적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그런 태도가 제이미의 정서적 결핍을 야기했을까? 즈미그로드 연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자신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바랐던 건 확실합니다.”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의 주인공 제이미 밀러는 자신을 찾아 온 임상심리학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을 때마다 화를 낸다(위). 반면 제이미의 누나, 리사는 자신이 제이미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받는 고통을 감내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SCENE #5
    제이미의 범행 소식이 알려지며 그의 가족은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또다른 ‘소년’들의 응원을 동시에 받는다. 손가락질과 응원 모두 가족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제이미 아빠의 생일 날. 가족들은 힘내서 평소보다 조금 더 행복한 하루를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제이미 아빠의 사업용 트럭엔 쉽게 지워지지 않는 욕설이 새겨졌다. 살던 집과 동네를 떠나 이사를 갈지 고민하는 부모에게 제이미의 누나, 리사는 말한다. “사실 모두가 날 힘들게 해. 제이미 누나라고. 하지만 떠나지 말자. 우리가 떠나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하지만 누군가는 뭔가를 알아낼거야. 그럼 그 뭔가가 전부가 될거고. 그럼 더 힘들어질 거야. 제이미는 우리 가족이잖아.”

     

    인지적 유연성, 극단주의에 맞서는 능력


    극단주의의 반댓말은 인지적 유연성이기도 하다. 더 넓게 생각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세상에 대해 탄력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다. 즈미그로드 연구원에게 “리사가 높은 수준의 인지적 유연성을 갖고 있는 인물”인지 물었다. 그러자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지만, 작품에서 그런 유연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극단적인 이념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것처럼 끊임없이 나타난다”며 “그런 극단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숙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연한 사고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지적 유연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즈미그로드 연구원이 내놓은 답은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감각하라”는 것이었다. 이념이란 편하고 쉬운 ‘해설지’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은 다시 이념에 매몰된다. “소년의 시간은 극단주의에 대한 수요와 공급 사이의 긴장감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공동체를 필요로 하고, 또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찾고자해요. 지금 사회에서는 극단주의가 누군가에게 그 필요이자 방법이 되고 있죠. 이념적인 해결책에 얽매이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소년의 시간’은 공개 4일 만에 2430만 뷰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는 이 드라마를 학교 교육자료로 쓰겠다 밝혔다. 즈미그로드 연구원은 작품을 교육자료로 사용한다면 어떻게 다뤄야 할지 의견을 덧붙였다. “학교에서 극단주의에 관한 교육을 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극단주의를 단순히 비판하는 게 아니예요. 오히려 우리 삶 속에서 극단주의가 얼마나 복잡한 지를 보여주고 있죠. 때문에 학교에서 이 작품을 만난 학생들의 반응은 갈릴 수 있습니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는 거고요. 따라서 작품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이미의 극단주의가 어떻게 구성되고, 작품은 이를 어떻게 추론해 나가는지를 세심하게 읽어야만 의미있을 겁니다.” 


    한국에서도 청소년들이 잘못된 남성 중심 이념의 극단주의를 학습해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등 여러 사회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소년의 시간이 비추는 것은 비단 영국의 한 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의 마음 경직성 테스트

    GIB, 자료: 브레인 이데올로기

    인지적으로 경직된 사람일수록 이념적으로도 경직돼 있다. ‘다른 용도 찾기 테스트’는 창의성을 측정하는 고전적인 시험이다. 참가자가 얼마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지 평가한다. 특히 참가자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정교한지와 특이한지를 살핀다. 정교화 지수와 독창성 지수로 인지적 유연성을 정량화할 수 있다. 유연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은 이념적 주장을 평가할 때도 유연할 가능성이 높다. 규범을 벗어날 수 있는 인지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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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7월 과학동아 정보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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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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