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에 매장된 귀금속의 99.999%는 핵에 묻혀있다. 귀금속은 밀도가 높아 지구 생성 당시 지구 내부로 가라앉았다. 이 물질들이 2900km 두께의 맨틀을 뚫고 지각 위로 올라올 수 있을지는 지질학자들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닐스 메슬링 독일 괴팅겐 게오르크아우구스트대 지구과학 및 동위원소 지질학과 박사후연구원이 이끈 국제 공동연구팀은 하와이에서 만들어진 화산암을 조사해 지구 핵의 귀금속이 실제로 지표로 유출됐다는 연구를 5월 2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doi: 10.1038/s41586-025-09003-0
연구팀이 관심을 가진 화학 원소는 백금족의 귀금속인 ‘루테늄(Ru)’이다. 백금처럼 산화나 부식에 강한 특징을 가지며, 지각에서는 매우 드물게 발견된다. 그런데 맨틀에 포함된 루테늄과 핵에 포함된 루테늄은 동위원소 비율이 다르다. 정확하게는 핵의 루테늄이 100Ru라는 동위원소를 더 많이 함유한다. 그 이유는 핵에 포함된 루테늄은 지구 형성 초기에 만들어졌으며, 맨틀에 포함된 루테늄은 핵 생성 이후 추가로 지구에 낙하한 소행성에서 비롯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루테늄의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하면 루테늄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 수 있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독일 라인산맥, 캐나다의 배핀섬, 하와이의 킬라우에아 화산 용암 등 다양한 지역에서 지질 시료를 추출해 루테늄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하와이에서 분석한 화성암 시료에서 100Ru의 비율이 다른 곳보다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하와이를 만든 마그마가 핵과 맨틀의 경계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연구에 참여한 같은 학과의 마티아스 윌볼드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엄청난 양의 암석이 핵-맨틀 경계에서 지구 표면으로 솟아올라 하와이와 같은 섬을 형성함을 증명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