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주요기사][트랙 위의 과학] “Aero is King” 0.001초를 가르는 F1 공기역학

    Shutterstock

     

    “Aero(dynamics) is king.” 포뮬러1(F1)에서 공기역학은 레이스카의 성능과 다운포스 생성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왜 공기역학이 F1의 ‘왕’이라고까지 불리는지 김효원 윌리엄스 레이싱 F1 팀 공기역학 엔지니어와 함께 살펴봤다.

     

    공기역학은 공기와 같은 유체가 물체 주위를 흐를 때 생기는 힘과 그 흐름의 특성을 연구하는 분야다. 공기역학은 포뮬러1(F1)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로 꼽힌다. 공기역학과 F1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4월 19일, 26일 김효원 윌리엄스 레이싱 F1 팀 공기역학 엔지니어(aerodynamicist)를 화상으로 만났다. 


    김 엔지니어는 F1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 한국인 엔지니어다. 그는 2010년 3월, 로터스 르노 GP F1팀(현 알핀 F1팀)에 입사한 후 맥라렌 F1팀을 거쳐 현재는 윌리엄스 레이싱 팀에서 공기역학 프로젝트 리더를 맡고 있다. 김 엔지니어는 헬리콥터의 로터에 관한 공기역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F1에 발을 디뎠다.

     

    김효원

    김효원 당시 로터스 르노 GP F1팀 공기역학 엔지니어(맨앞)는 2011년 10월 영암에서 개최된 한국 그랑프리에서 레이스 팀 코디네이터로 참여했다.


    공기역학은 왜 F1의 왕이라 불릴까

     

    공기역학은 차량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다른 핵심 요소와도 깊게 상호작용한다. 김 엔지니어는 F1에서 성능을 결정짓는 네 가지 핵심 요소로 드라이버, 엔진, 타이어 그리고 공기역학을 꼽았다. 네 가지 요소는 각기 독립적인 요소가 아니다. 특히 공기역학은 나머지 세 요소와 모두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공기역학 설계가 비효율적이면 차체에 작용하는 드래그(항력·물체가 유체 속에서 움직일 때 받는 저항력)가 커져 엔진이 공기 저항을 극복하는 데 낭비된다. 또 공기 흐름을 이용해 타이어를 효과적으로 식혀주지 못하면 타이어가 과열된다. 타이어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노면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잘 버티는 힘(그립)이 떨어져 빠르게 코너를 돌 때 문제가 생긴다. 즉 공기역학 설계가 잘못되면 드라이버는 차를 원하는 대로 조종하기 어렵다. 때문에 F1에서는 ‘Aero is king(공기역학이 왕이다)’ 라는 표현이 널리 쓰인다. 김 엔지니어는 “오랜 실전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상징적인 표현”이라고 말했다.


    F1 공기역학 엔지니어의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다운포스(차량이 노면에 단단히 눌리도록 만드는 힘)를 최대화하며 드래그(항력)는 최소화하는 일이다. 다운포스가 강하면 타이어가 그립을 증가시켜 코너를 돌 때도 빠른 속력을 유지할 수 있다. 드래그는 직선 주행을 할 때 차량 속력을 떨어뜨리는 공기 저항력이다. 다운포스와 드래그는 별개의 힘이 아니다. 보통 다운포스를 높이면 드래그도 증가한다. 때문에 공기역학 엔지니어는 두 힘의 균형을 맞추며, 기존보다 더 좋은 성능을 뽑아내야 한다.


    두 번째는 공기역학적 균형을 조절하는 일이다. 우선 차량 앞면과 뒷면에 작용하는 다운포스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에어로 밸런스(Aero Balance)’다. 에어로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차량이 앞이나 뒤로 쏠려 주행이 불안정해진다.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 차량의 공기역학적 반응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에어로 캐릭터리스틱(Aero Characteristics)’도 중요하다. 김 엔지니어는 “과거에는 다운포스 수치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지만 지금은 다운포스 그래프가 만드는 전체 넓이를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정 구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코너를 주행하며 차량 자세가 변하는 여러가지 상황에서도 다운포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냉각 성능을 최적화하는 일이다.  김 엔지니어는 “차량 냉각 장치는 차량 내부에 있다 보니 눈에 띄지 않지만, 레이스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냉각이 필요한 요소로는 엔진, 터보, 브레이크, 타이어 냉각 등이 있는데 이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차량이 손상되고 드라이버와 팀은 리타이어(경기 중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김 엔지니어는 “다운포스는 순위를 결정하지만, 냉각은 레이스 완주 여부를 결정짓는다”고 말했다.

     

    공기역학적 성능을 만드는 F1 레이스카의 주요 요소

    F1 레이스카의 공기역학적 성능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를 여덟 개로 정리했다. 각각의 요소는 상호작용을 하며, 극한의 속도와 코너링 성능을 끌어내는 데 역할한다.

     

    Shutterstock, 이한철

     

    프런트 윙(Front Wing)
    프런트 윙은 차량 전면의 공기 흐름을 조절해 차체를 노면으로 눌러주는 다운포스를 발생시킨다. 또한 앞바퀴로 가는 공기의 방향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프런트 서스펜션(Front Suspension)
    프런트 서스펜션은 앞바퀴와 섀시(차량 뼈대)를 연결하는 장치다. 바퀴를 타고 들어오는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고 차량의 높이와 균형을 조절한다. 프런트 서스펜션은 차량을 정밀하게 조종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프런트 휠 보디워크(Front Wheel Bodywork)
    프런트 휠 보디워크는 앞바퀴 주변을 감싸는 차체 구조물이다. 바퀴 주변의 공기 흐름을 정리해 항력을 줄이고 브레이크 냉각을 돕는다. 뜨거워진 차량 부품에 고속 주행 중에 차량 앞면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를 전달하며, 브레이크에서 나온 고온의 공기를 다른 부품이나 타이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정리한다. 프런트 휠 보디워크는 공기 흐름을 제어함으로써 다운포스 생성에도 기여한다. 

     

    플로어와 디퓨저(Floor & Diffuser)
    플로어는 레이스카 하부 전체를 이루는 평평한 구조물이며 디퓨저는 차량 바닥 뒤쪽에 있는 공기 확산 장치다. 플로어와 디퓨저는 차량의 하부 공기 흐름을 가속해, 지면 효과*를 극대화하고 강력한 다운포스를 생성한다. 이로써 고속에서 코너를 돌 때의 차량 안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리어 휠 보디워크(Rear Wheel Bodywork)
    리어 휠(뒷바퀴) 보디워크는 뒷바퀴 주변을 감싸는 차체 부분이다. 차량이 달리는 동안 뒷바퀴에서 생기는 복잡한 공기 흐름(난류)을 줄인다. 난류를 줄이면 차량 전체의 공기 저항이 줄고, 속도를 더 잘 낼 수 있다. 또한 리어 휠 보디워크는 뒷바퀴 브레이크에 차가운 공기가 잘 들어가게 도와 브레이크 과열을 막는다.

     

    보디워크(Bodywork)
    보디워크는 레이스카의 전체적인 외형을 구성하는 차체 부분이다. 보디워크는 차를 감싸는 모든 표면에 공기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유도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이를 통해 엔진이나 브레이크의 냉각을 돕고, 공기 저항(항력)을 줄이며, 다운포스를 생성하는 등 다양한 공기역학적 역할을 맡는다.

     

    리어 윙(Rear Wing)
    리어 윙은 차량 뒤쪽에 달린 날개 구조물이다. 레이스카가 고속으로 달릴 때 강력한 다운포스를 만든다. 이 힘은 코너를 돌거나 가속할 때 바퀴가 헛도는 일을 줄여준다. 또한 리어 윙에는 DRS(drag reduction system) 장치가 있는데, DRS가 허용되는 직선 구간에서 윙의 일부를 열어 공기 저항을 줄여 줌으로써 차량이 속도를 더 낼 수 있게 도와준다.

     

    리어 서스펜션(Rear Suspension)
    리어(후면) 서스펜션은 뒷바퀴와 섀시를 연결하는 장치다. 노면에서 충격을 흡수해 차량이 흔들리지 않게 해주고, 엔진의 힘이 뒷바퀴에 잘 전달되도록 도와준다. 또한 차량 뒤쪽을 지나는 공기 흐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흐름을 고려한 공기역학적 설계가 중요하다. 

     

    Energies

    스페인 카탈루냐 공대 연구팀이 2020년 발표한 논문 속, F1 레이스카 주변으로 공기가 어떻게 흐르는지와 차량 뒤쪽으로 난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그림. 

     

    공기역학 엔지니어와 규정의 끊임없는 대결 

     

    F1 공기역학 엔지니어가 해야 하는 일은 명확하지만, 해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FIA가 F1 레이스카 설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 F1 기술 규정’은 PDF 파일로 178쪽에 달한다. 이 중 세 번째 조항이 공기역학 요소에 관한 규정이다. 김 엔지니어는 “F1 엔지니어들이 자신이 맡은 분야의 기술 규정을 완전히 숙지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레이스카를 만들더라도 규정을 어긴다면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벌금이나 실격 등 강도 높은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기술 규정을 숙지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로 규정을 지키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기술 규정은 글로 쓰여 있다. 그리고 글에는 언제나 언어적 빈틈(loophole)’이 존재한다. 때문에 언제나 F1의 공기역학 엔지니어들은 빈틈을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규정을 ‘갖고 노는’ 것이다.


    김 엔지니어는 F1 엔지니어들이 기술 규정을 갖고 논 대표적인 사례로 2009년 브론 GP F1팀이 선보인 ‘더블 디퓨저(Double Diffuser)’를 꼽았다. 디퓨저는 레이스카 플로어(하부) 아래쪽에서 차체 뒤로 올라가는 경사진 구조의 공기 확산 장치다. 당시 디퓨저의 높이는 명확히 제한돼 있었다. 그런데 플로어에 높이 차이가 있을 때 두 개의 단면을 어떻게 연결하는지에 관한 규정은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브론 GP는 단차를 만드는 수직면에 공기 통로 역할을 하는 구멍을 뚫었다. 


    기존 하나였던 디퓨저를 두 개 층으로 분리한 셈이었다. 더블 디퓨저는 더 많은 공기를 배출하고 차량 하부 공기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다른 차량보다 더 많은 다운포스를 만들어 낸 브론 GP는 그해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더블 디퓨저는 2011년 금지됐다.


    규정을 가지고 노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김 엔지니어는 “일을 시작한 2010년 이후 15년 동안 F1의 공기역학 규정은 점점 더 엄격해졌고 무엇보다 정량적으로 명시하는 추세로 변해 왔다”고 말했다. 또한 F1 팀이 1년 동안 쓸 수 있는 돈을 규제하는 예산 상한제가 도입되며 규정 안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최고 성능을 끌어내는 지적인 설계가 더욱 중요해졌다. 

     

    McMurtry Automotive

    차량이 노면에 단단히 눌리는 힘, 다운포스를 극대화하면 180도 거꾸로 뒤집힌 상태에서도 차량 주행이 가능하다. 영국의 자동차 기업 맥머트리 오토모티브는 2025년 4월 차량 바닥에 강력한 진공을 형성해 최대 2000kg의 다운포스를 만드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꽁무니에 대형 선풍기? 금지된 베스트 레이스카

     

    “만약 FIA 규제가 다 사라지고 1950년대처럼 자유로운 설계가 가능하다면, 오늘날의 F1 레이스카는 어떤 모습일까요?” 기자의 질문에 김 엔지니어는 웃으며 “공기역학 엔지니어로 받을 수 있는 가장 재밌는 질문”이라며, F1 역사 속에서 규제로 인해 사라졌지만 커다란 혁신을 만들었던 기술을 총 6개 꼽았다.   


    첫 번째는 1977년 로터스 F1 팀이 도입한 그라운드 이펙트 기술이다. 당시 로터스는 차량 하부에 공기 흐름을 가둬 낮은 압력을 생성함으로써 강력한 다운포스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1983년 공식적으로 금지됐다. 다운포스가 너무 많이 만들어져 속력을 지나치게 높이고, 차량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위험한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 F1 레이스카는 그라운드 이펙트 개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플로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안전성과 제어성을 보완한 형태다.


    차량 후면에 커다란 선풍기도 달고 있었을 것이다. 1978년 브라밤 F1 팀이 선보였던 ‘팬 카(Fan car)’다. 대형 선풍기는 차량 아래쪽의 공기를 빠르게 배출하게 했는데, 이로 인해 차량 아래쪽 압력은 크게 낮아지고 다운포스가 늘어났다. 팬 카 덕분에 1978년 스웨덴 그랑프리에서 브라밤 소속의 드라이버, 니키 라우다가 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단 한 번의 그랑프리가 끝이었다. 다른 팀들의 반발로 브라밤은 이후 선풍기를 자발적으로 철거했다.


    밸런스를 최적화하는데 1992년 윌리엄스-르노 F1팀이 도입한 ‘액티브 서스펜션(Active Suspension)’ 시스템도 부활할 수 있다. 액티브 서스펜션은 차량의 자세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으로 다양한 주행 조건에서 최적의 다운포스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 FIA가 1994년 이를 금지하기 전까지 2년 동안 윌리엄스-르노는 2년 연속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김 엔지니어는 앞서 언급한 더블 디퓨저도 “규제가 없었더라면 2025년 F1 레이스카에 여전히 장착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옆엔 ‘블로운 디퓨저(Blown Diffuser)’도 장착됐을 것이다. F1에서 첫발을 뗀 2010년 김 엔지니어는 르노에서 블로운 디퓨저 기술을 구현하는 일을 맡았다. 당시 F1을 호령하던 레드불 레이싱 F1팀이 2010년 처음 선보였던 블로운 디퓨저는 배기구에서 나오는 고온의 배기가스를 차량 아래 디퓨저로 유도해, 고속 구간뿐 아니라 중저속 구간에서도 다운포스를 극대화하는 장치였다. 2012년 시즌부터 FIA가 완전히 금지해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지만 당시 F1 모든 팀들이 자신들의 레이스카에도 블로운 디퓨저를 장착하고자 했다.


    마지막은 2010년 맥라렌이 선보인 F-덕트(F-Duct)다. F-덕트는 리어 윙(차량 뒷편 날개)의 저항력을 줄여 차량 최고 속력을 높이는 장치였다. 리어 윙은 큰 다운포스를 만듦과 동시에 저항력도 높이는 요소다. 그런데 F-덕트로 공기 흐름을 조절하면 고속의 공기가 리어 윙 상단에 흐르면서 리어 윙의 기능을 잠깐 무력화한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직선 주행에서 최고 속력을 시속 6~10km 이상 향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드라이버가 직선 구간에서 특정 통로를 손으로 직접 막아 공기 흐름을 조절해야 해 안전의 문제가 있었다. FIA는 2011년 F-덕트를 금지한 뒤 ‘DRS(Drag Reduction System)’를 공식 도입했다. DRS는 리어 윙의 윗부분을 열어 저항력을 줄이는 장치다. 김 엔지니어는 “F-덕트는 공기역학적으로 매우 영리한 기술”이었다며 “인위적인 DRS보다 더 자연스럽고 창의적이었다”고 평가했다.

     

    Gerold Smits

    1978년 브라밤 F1팀의 레이스카 BT46B는 차량 하부에서 강제로 공기를 빨아내는 선풍기를 부착했다. 선풍기는 차체 하부의 압력을 낮춰 다운포스를 만들어 냈다.

     

    예선 1등이 반드시 우승? 순위를 결정짓는 공기역학

     

    2025년 F1 그랑프리가 개막한 뒤 총 4개 그랑프리 동안 폴 포지션을 차지한 드라이버가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는 공식이 있었다(이 공식은 다섯 번째 그랑프리였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깨졌다). 또한 F1 중계를 보다 보면 레이스 리더(레이스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드라이버)가 뒤차와의 간격을 점점 더 벌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왜 선두에서 달리는 것이 유리한지 이유를 묻자 김 엔지니어는 “가장 크게는 ’더티 에어(Dirty Air)’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더티 에어는 앞 차가 지나간 뒤에 남긴 난류다. 난류는 뒤 차의 공기 흐름을 교란해 다운포스를 감소시킨다. 다운포스가 줄어들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차량이 불안정해져 미끄러지기도 하고, 이로 인해 타이어 온도나 브레이크가 과열되기도 한다. 또 공기 흐름이 불안정해지면 레이스카의 에어로 밸런스가 엉망이 되며 특히 코너링 성능이 저하된다. 때문에 김 엔지니어는 “더티 에어 속에서 레이스를 펼치면 차량 성능이 계속 저하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폴 포지션을 차지해 가장 앞에서 레이스를 펼칠 경우 최적의 레이싱 라인을 확보하는 데도 용이하다. 드라이버들은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혹은 뒤차의 추월을 막기 위해 여러 전략을 펼치는데 그중 하나가 레이싱 라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더욱 유리한 자리를 확보하거나 더 늦게 브레이크를 밟음으로서 코너에 먼저 진입하거나 상대가 코너에 먼저 진입하는 것을 막는 식이다.


    “경쟁하다 보면 랩타임이 더 빨라지지는 않나요?” 마라톤할 때 추월하고 싶은 사람이 보이면 좀 더 힘을 내곤 했던 기자의 질문에 김 엔지니어는 고개를 저었다. “F1은 모든 서킷에서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최적화된 레이싱 라인이 있는 경기라 그렇지 않습니다.” 또한 F1은 그랑프리(본선)에 앞서 퀄리파잉(예선), 약 3차례의 프랙티스(연습 경기)가 펼쳐진다. 앞선 경기에서 드라이버들은 레이싱 라인을 따라 주행하는데 이 때문에 레이싱 라인은 타이어에서 벗겨진 고무 찌꺼기가 여러 차례 밟혀 노면에 붙어있다. 이 찌꺼기들은 노면 접지력(그립)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반면 레이싱 라인 바깥쪽은 ‘더티 라인’이다. 고무 찌꺼기가 구슬처럼 뭉쳐져 있다. 이를 고무 마블이라 부르는데, 이 마블을 밟으면 타이어 접지력이 급격히 떨어져 미끄러질 위험이 크다. 김 엔지니어는 “다른 차와 순위 경쟁을 하다 보면 보통 코너를 하나 돌 때마다 0.1초씩 느려진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효원

    김효원 엔지니어가 윌리엄스 레이싱 본부 리셉션에 전시된 FW16과 찍은 사진. 

     

    0.001초가 가르는 순위, 1.7초를 만드는 전력 질주

     

    2025년 미국 마이애미 그랑프리에서 치러진 퀄리파잉 경기 결과에서 1위를 차지한 막스 베르스타펜과 2위를 차지한 랜도 노리스 간의 격차는 0.065초였다. 2위와 3위의 격차는 그보다 더 작았다. 고작 0.002초 차이로 2위와 3위가 가려졌다. 1위와 20위 꼴찌 간의 기록도 1.785초 차이였다. F1에는 총 10개 팀이 있다(2025년 기준). 각 팀에는 적게는 20명, 많게는 50명의 공기역학 엔지니어가 일하고 있다. 한 대의 레이스카를 만들기 위해서 이들 공기역학 엔지니어 외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한다. “팀마다 서로 다른 차를 만들고 드라이버도 다른데 순위가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 판가름 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수점 셋째 자릿수의 경쟁이 일상이라 매번 느끼진 못하는데 이런 질문을 들을 땐 저도 신기합니다. 정말 미세한 차이는 그만큼 각 팀이 주어진 규정 안에서 끌어낼 수 있는 모든 성능을 최대한으로 뽑아내고 있다는 증거예요.” 김 엔지니어는 웃으며 대답했다. 


    “F1 규정이 주기적으로 좀 크게 바뀌는 때가 있는데, 바뀐 규정이 적용된 첫 번째 해는 1등과 20등 간의 랩타임 분포가 넓게 형성돼요. 그런데 해가 바뀌면 이 격차가 점점 줄어들죠.” 즉 F1에서 과학과 기술은 매번 모든 팀에서 전력을 다해 쌓은 기술과 노하우가 ‘최대한’에 수렴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F1에서 공기역학 엔지니어로 일하는 것은 하루하루가 전력 질주인 삶이에요. 하지만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곳이기도 하죠. 일에 대한 열정과 즐거움이 전력 질주를 최적화하는 셈입니다.” 

     

    용어 설명

    *지면효과(Ground Effect) : 레이스카에서 차량 바닥과 지면 사이를 빠르게 흐르는 공기를 이용해 강력한 다운포스를 생성하는 공기역학적 현상. 차량이 고속으로 주행할 때, 차체 아래의 공기 흐름이 위쪽보다 빠르게 움직여 발생하는 압력의 차이로 차량이 지면에 눌리듯이 붙게 되는데 지면 가까이에서는 이 현상이 증폭한다.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 F1 팀 간의 순위를 겨루는 연간 포인트 경쟁.

    * 폴 포지션 : 퀄리파잉(예선)에서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한 드라이버가 받는 1번 출발 순서.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5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김태희
    • 디자인

      이한철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