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됐다. 홀거 뮬러 미국 UC버클리 물리학과 교수는 물질파의 진동수를 이용해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을 사이언스 1월 10일자에 발표했다. 모든 물질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지닌다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질량을 이용해 시간을, 거꾸로 시간을 이용해 질량을 측정할 수 있다.
물질을 파동으로도 보는 시각은 1924년 프랑스의 루이 드 브로이가 제안했다. 그는 이 물질파 이론으로 192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물질파를 이용해 시계를 만들기는 어려웠다. 물질파는 주파수가 가시광선의 100억 배에 달할 정도로 진동이 빨라서 측정하기 어려
웠기 때문이다. 뮬러 교수는 2년 전 원자 간섭계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증명했던 실험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원자 간섭계는 원자의 물질파가 만드는 간섭작용을 이용해 정밀한 측정을 하는 데 쓰는 장치다.
뮬러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쌍둥이 패러독스를 이용했다. 쌍둥이 중 한 명만 빠른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다녀오면 시간 지연 효과 때문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나이를 덜 먹게 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두 세슘 원자가 있을 때 하나만 움직인 뒤 각각의 물질파를 측정하면, 움
직인 세슘 원자의 시간이 느리게 가 그만큼 진동수도 줄어든다. 이 진동수의 차이는 측정이 가능하다. 아직은 현존 최고의 원자시계보다 1억 배 정도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앞으로 따라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뮬러 교수는 “시간과 질량의 연관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며 “시간을 이용해 물질의 질량을 정확하게 측정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술을 이용해 1kg을 정의하는 근본적인 기준을 세우자고 제안하기도 했다(1kg의 기준에 대해서는 과학동아 2011년 3월호 ‘굿 바이! 킬로그램의 어머니!’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