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흑 에너지’는 우주 전체 에너지의 70%를 차지한다. 우주 물질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암흑 물질보다도 2.5배 큰 비율을 차지하고, 밀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며 우주 팽창을 가속시키는 힘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3월 24일,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 국제 공동연구팀이 암흑 에너지의 밀도가 시간에 따라 감소해 왔다는 연구 결과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발표했다. doi: 10.48550/arXiv.2503.14745
DESI는 암흑 에너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11개 국가의 900여 명 연구자가 참가하는 프로젝트다. DESI 국제 공동연구팀은 3년 동안 약 1500만 개의 퀘이사와 은하를 관측해 DESI 데이터를 만들었다. 이 데이터에서 특히 연구팀은 우주 초기 만들어진 물질 분포 패턴인 ‘중입자 음향 진동(BAO)’에 주목했다. BAO 패턴은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크기가 달라져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를 파악할 수 있는 ‘표준 눈금자’ 역할을 한다. 거리에 따른 BAO의 크기를 측정하면 우주 역사 전반에 걸친 암흑 에너지의 밀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 초신성, 약한 중력 렌즈 관측자료를 결합해 암흑 에너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암흑 에너지는 지난 45억 년 동안 약 10% 약해졌다. 이는 현재의 표준 우주론 모형인 ‘람다 차가운 암흑물질 이론(&CDM)’을 위배하는 결과다. &CDM에서는 암흑 에너지의 밀도를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보도자료에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암흑 에너지 모형이 표준 우주론 모형보다 관측 자료를 더 잘 설명해 준다”고 밝혔다.
만약 DESI의 관측처럼 암흑 에너지가 줄어든다면, 현재의 우주론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암흑 에너지가 줄어들면 우주의 팽창 가속도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한 샤피엘 루알만 한국천문연구원 중력파우주연구단 핵심연구원은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현재 암흑 에너지가 우주상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엄청난 발견의 시작을 보고 있다. 이 발견은 우주론의 표준 모형을 바꾸고, 이론 물리의 기반을 흔들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