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을 찾는다면 화장실에 꼭 가볼 것. 신미경 작가의 작품 ‘엔젤 시리즈’를 세면대 위에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작가는 30여년간 비누를 소재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북서울미술관에서 5월 5일까지 열리는 그의 전시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의 주제는 천사다.
작가의 눈에 천사와 비누는 연결점이 많았다. 둘 다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다. 천사는 신성하고 사랑스러운 대상으로 다양한 예술 작품의 소재가 돼 왔다. 현대인이라면 하루에 한 번쯤 꼭 사용하게 되는 비누는 말할 것도 없다. 두 가지 모두 ‘중간에 걸쳐 있는 존재’라는 점도 같다. 천사는 천상과 지상을 오가는 신화적 존재다. 비누는 포장을 뜯은 시점부터 물에 녹아 사라지는 게 숙명이니 존재함과 동시에 부재하는 것이 특성인 셈이다.
과학의 눈으로 봐도 비누와 천사는 닮았다. 비누에는 계면활성제라는 화합물이 있다. 계면활성제는 물에 섞이기 쉬운 친수성 부분과 기름에 섞이기 쉬운 소수성 부분이 있다. 그 덕에 기름과 결합해 물에 녹아 기름때와 세균을 지울 수 있는 것.
투명하고 향기 나는 비누를 보면 감사의 마음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그간 비누가 질병으로부터 구한 사람의 수가 천사가 구한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