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IOM SPACE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뒤를 이을 새로운 우주정거장 ‘액시엄 스테이션’을 개발하는 민간 우주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의 연구 현장.
우주를 향한 도전은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민간이 우주 탐사를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중심에 차세대 우주 과학 인재들이 모였다. 2024년 11월, 동아사이언스와 고흥군청이 공동 주최한 ‘어린이 우주인 선발대회’
최종 2인과 (주)보령・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 주최한 청소년 우주과학경진대회 ‘Humans In Space(HIS) Youth’ 최종 선발팀 12명으로 이뤄진 탐방단이 미국으로 향했다. NASA, 민간 달 착륙선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 차세대 우주 정거장 개발사 액시엄 스페이스까지, 우주 산업의 최전선에서 탐방단은 어떤 미래를 봤을까.
BORYUNG
액시엄 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민간 우주정거장 ‘액시엄 스테이션’ 모듈 앞에서 탐방단 전원이 기념 촬영을 했다.
‘뉴 스페이스’는 기존 국가 중심의 우주 탐사에서 민간 기업의 주도로 우주 산업이 확대되는 시대를 가리킨다. 과거에는 NASA와 같은 정부 기관이 우주 탐사를 주도했다면, 이제는 민간 기업이 활발하게 참여하며 우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연구 목적이 강하고 상업성이 거의 없었던 올드 스페이스와 달리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 개발은 경제적 이윤을 남겨야 한다. 기업은 기존에 시장에서 제공되는 것보다 더 적은 돈으로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소수의 과학자나 파일럿이 아닌 일반 대중을 고객으로 시장을 넓힌다. 그래서 민간 기업의 참여는 우주 접근성을 높이고 기술 혁신을 가속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와 고흥군청이 공동 주최한 ‘제1회 어린이 우주인 선발대회’에서 최종 선발된 어린이 우주인 2명,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주)보령이 공동 주최한 청소년 우주과학경진대회 ‘Humans In Space(HIS) Youth’의 최종 선발팀 12명으로 이뤄진 탐방단이 찾은 인튜이티브 머신스와 액시엄 스페이스도 이러한 특징을 잘 드러내는 대표적인 민간 우주 기업들이다.
국가에서 민간으로, 연구에서 산업으로
2024년 2월 23일.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노바-C’가 달에 무사히 착륙해 교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상업용 달 착륙선으로서는 세계 최초였고, 미국 달 착륙선으로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2년 만이었다. 앞서 아이스페이스, 아스트로보틱 등의 기업이 상업용 달 착륙선을 만든 적이 있지만 실제 착륙에 성공한 것은 노바-C가 처음이다.
인튜이티브 머신스 본사에서 만난 스티븐 알테무스 최고경영자(CEO)는 착륙 직전 노바-C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착륙 과정에서 노바-C의 다리 4개 중 1개가 부러지는 바람에 삐딱하게 기울어진 채로 달에 도착했다”며, “실패로 끝날까 봐 초조했는데 결국 교신에 성공해 모든 직원이 이곳에서 환호성을 질렀다”고 말했다.
노바-C에는 6종의 달 관측 및 탐사 장비가 실렸는데, NASA는 이 장비의 운송비로 인튜이티브 머신스에 1억 1천800만 달러(약 1천688억 원)를 지불했다. 단순히 달에 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달 탐사기술을 통해 이윤을 창출한 것이다. 알테무스 CEO는 민간 우주 기업으로써 우주 탐사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민간 기업은 (특허를 받고 돈을 벌려면) 자체적인 기술을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는 도전 과제가 있습니다. 탱크 하나를 설계하는 데만 2년이 걸렸을 정도죠. 하지만 우리의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종종 혁신적인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하는 일이 우주 탐사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우주를 열어주는 열쇠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AURELLIA INSTITUTE
우주 건축물을 개발하는 연구 기관 아우렐리아 인스티튜트에서 만든 우주 거주지 모형.
ISS 뒤를 이을 새 우주 정거장: 액시엄 스테이션
본격적인 우주 시대에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는 ‘주거’다. 우주로 나가는 일은 과거에 비해 허들이 다소 낮아졌지만, 지금은 우주에 나가도 장기 체류할 수가 없다. 주거를 위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보스턴에서 만난 아리엘 에크블로 아우렐리아 인스티튜트 최고경영자(CEO)는 “어마어마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만든 우주 정거장에 고작 열댓 명 밖이 지낼 수 없다는 건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며, “우주에서의 생활은 단순히 생존을 넘어 더 나은 삶을 위해 진화해야 한다”고 우주 건축을 연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고 우주 사회를 실현할 수단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는 기업이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프라다’와 협업해 차세대 우주복 ‘AxEMU’를 선보였는가 하면, 2030년 퇴역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신할 민간 우주정거장 ‘액시엄 스테이션’을 만들고 있다.
까다로운 출입 절차를 거쳐 들어간 액시엄 스페이스 본사에서 탐방단은 현재 제작 중인 실물 크기의 우주정거장 모듈과 시제품을 볼 수 있었다. 한 번 문제가 생기거나 노후화되면 전체를 다 버려야 하는 ISS와 달리, 액시엄 스테이션은 각각 독립적인 우주정거장 기능을 갖춘 모듈을 조립한 형태여서 필요 시 모듈을 추가하거나 바꿔 끼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 관광, 거주 등 기능에 따라 모듈을 다르게 설계하고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쓸 수 있다.
또 다른 흥미로운 부분은 거주자의 심리적인 안정이나 편안함, 미감이 정거장 디자인에 반영됐다는 점이다. 탐방에 동행한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는 “ISS는 연구 및 실험을 위한 공간이고 실험 장비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설계돼 있다”며, “기본적으로 생활을 위해 만든 공간이 아니라 모든 행동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반면 액시엄 스테이션은 임무를 수행하는 연구자뿐 아니라 평범한 시민도 생활할 수 있도록 ‘살기 좋은’ 디자인을 반영하고 있다. 통창으로 된 지구 조망실은 정거장에서 체류할 사람의 즐길 거리로써 설계됐으며 특별히 실용적인 목적은 없다. 최대한 적은 비용과 자원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국책사업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부분이다.
우주인들이 생활하는 공간의 내부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이정환 액시엄 스페이스 수석 디자이너는 “주로 평면적으로 이동하는 지구와 달리모든 방향으로 움직이는 우주에서는 동선을 훨씬 입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좁고 한정적인 공간이지만 최대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팀원들과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AXIOM SPACE
본격적인 우주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액시엄 스페이스, 아우렐리아 인스티튜트 등 많은 기업이 우주 거주지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올드 스페이스의 정점에서 뉴 스페이스 전망하기
“누리호랑 비교도 안 되게 크네요!”
NASA 존슨 스페이스 센터 ‘로켓파크’에서 ‘새턴 V’ 로켓을 본 어린이 우주인 조은영 학생이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높이가 약 110m에 달하는 새턴 V는 ‘인간을 달에 보낸 유일한 로켓’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동시에, 수없이 많은 작은 부품과 전선, 장비가 빈틈없이 얽혀 있어 기술의 정교함을 실감케 했다.
아폴로 11호 미션을 포함한 NASA의 초기 우주 탐사 임무를 관장했던 미션 컨트롤 센터,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 정거장의 모형과 로봇 팔을 사용한 조작 훈련을 받는 우주인 훈련 시설, 아폴로 미션 등 여러 우주 탐사 프로젝트에 사용된 퇴역 로켓들을 전시해 둔 로켓 파크는 인류의 우주 탐사 역사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었다.
조은영 학생은 “우리나라도 미국 같은 우주 강대국으로 발전했으면 좋겠고, 그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휴스턴 일정에 함께한 김정균 보령 대표는 “앞으로도 더 많은 청소년이 우주에 대한 꿈을 키우고, 미래 우주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양질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어린이과학동아
NASA 존슨 스페이스 센터에서 직접 본 퇴역 로켓 ‘새턴V’의 일부. 높이가 110m나 되기 때문에 전체 모습을 한 눈에 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