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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레이션] 1년만의 규제 해제, 종이 빨대는 어떻게 될까

    핵심 요약
    ㆍ 환경부는 2022년 일회용품 규제를 시작했지만, 소비자 불편과 소상공인 부담 등으로 일부 규제를 2023년 연장하거나 철회했다. 
    ㆍ 연구에 따르면 종이와 생분해성 빨대는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회용컵과 같은 대안도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충분히 반복 사용해야 하며, 관리 방법에 따라 오히려 더 큰 환경 영향을 미칠 수 있다.  
    ㆍ 전문가들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규제와 정책적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갑자기 뒤바뀐 종이 빨대의 운명    


    ㆍ 22년 11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확대 시행 📦 : 환경부의 지침에 따라 2022년 11월부터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그리고 종이컵 사용 규제에 대한 참여형 계도기간이 시작됐다. 계도기간은 1년, 사용 금지 조치를 바로 시행하지 않고 유예기간을 둬 시장이 새롭게 바뀐 정책에 대비할 시간을 주겠다는 의도였다.

     

    ㆍ 1년만에 바뀐 정책 🔎 : 계도기간 종료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2023년 11월 환경부는 돌연 정책의 방향을 바꿨다. 바뀐 정책에 따르면 매장에서 비닐봉투를 사용해도 단속이나 과태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계도기간이 무기한 연장됐고 종이컵은 일회용품 사용제한 대상품목에서 아예 제외됐다.

     

    ㆍ 바뀐 이유는? 💡 : 환경부는 비닐봉투 대체품 사용이 시장에 자리 잡아 규제가 불필요하다고 봤다.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는 금지정책을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규제기간 동안 업장에서 종이 빨대나 생분해성 빨대 등 대체품을 제공했는데, 종이 빨대가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쉽게 눅눅해져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많다는 이유였다. 종이컵 경우 사용을 금지하자 소상공인들에게 다회용컵 세척을 위한 인력을 고용하거나 세척시설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고, 해외 많은 국가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중심적으로 규제한다는 점을 들었다.

     

    ㆍ 기업 피해 속출 📌:  플라스틱 빨대 대체재를 생산하는 다른 기업들도 피해가 크다. 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가 2023년 11월 발표한 ‘친환경 빨대 제조 업체 피해 현황’에 의하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빨대를 제조하는 ‘동일프라텍’은 반품률 50% 이상에 주문취소액이 1억 원에 달했다. 쌀 빨대를 제조하는 ‘아가페코 코리아’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폐업을 고려 중이었다.
     


    👀 바뀐 정책 방향, 시민들의 생각은?

     

    ㆍ 규제 철회 반대 50%, 긍정 45% 📝 : 환경운동연합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50.2%는 규제 철회에 반대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45.3%가 긍정한다고 대답했다. 

     

    ㆍ 73%, 일회용 비닐봉투 규제해야 한다 👉 : 편의점, 슈퍼마켓에서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정책의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선 강화해야 한다는 답변이 우세(73.7%)했다. 완화하자는 답변은 10.1%에 그쳤다. 

     

    ㆍ 77%,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규제 강화해야 한다 👉: 카페나 음식점 등 매장 내에서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에 대한 규제 정책의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선 강화하자는 답변(77%)이 완화하자는 의견(10.8%)보다 많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나 기존 규제가 그 답인지에 대해선 반응이 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 빨대, 무엇이 친환경일까?


    그런데 일각에선 종이 빨대가 정말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더 좋은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제시했다.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의 친환경적인 대체재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썩는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따질 땐 그 밖에 생산, 이용, 처리까지 전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 과연 어느 것이 친환경일까? 

     

    ㆍ 생분해성 ·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유해 😠: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2022년 발표한 일회용 빨대 LCA 보고서에 따르면 폐기 단계에서 빨대를 소각할 경우 생분해성 빨대의 상대적 환경 영향 지수(REI)값이 6.8로 가장 컸다. 이어 종이 빨대(4.9), 플라스틱 빨대(3.2)가 뒤를 이었다. 빨대를 매립할 경우에도 이 순서는 달라지지 않았다. 생분해성 빨대(6.4)가 가장 큰 값을 나타났고, 그 뒤를 종이 빨대(5.1)와 플라스틱 빨대(2.4)가 이었다. 

     

    ㆍ 상대적 환경 영향 지수(REI)란 📒 :  빨대가 재료, 생산, 유통, 사용, 폐기되기까지 환경에 미친 영향을 상대적인 수치로 환산해 더한 값으로, 숫자가 클수록 환경에 대한 영향이 크다. REI는 향후 100년간 지구온난화에 기여할 잠재력, 산화될 확률, 부영양화 확률, 오존 고갈 확률, 담수에 독성 영향을 끼칠 확률, 인간에게 독성 영향을 끼칠 확률, 토양에 독성 영향을 끼칠 확률, 화석연료를 고갈시킬 확률 등 총 8가지를 고려해 계산한다. 

     

    ㆍ 지구온난화에 플라스틱 빨대가 가장 적은 영향 📙 :  카루나 라나 미국 미시건대 환경 및 에너지정책학과 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가 0.857kg CO2eq,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가 2.67kgCO2eq, 종이 빨대가 2.4kgCO2eq 순으로 지구온난화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금속 빨대의 경우 따뜻한 물로 씻어 쓰면 35.9kgCO2eq, 찬물로 빠르게 씻으면 0.636kgCO2eq란 결과가 나왔다. 가장 좋은 건 금속 빨대를 찬물로 빠르게 씻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사용하는 과정에서 따뜻한 물을 사용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플라스틱 빨대보다도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효과가 컸다. 그는 빨대 사용 전과정에서 지구온난화에 기여할 잠재력을 온실가스 배출량을 토대로 계산했다.
     


    👀 일회용 컵도 비닐봉투도 결국 답은 ‘안 만들기’

     

    ㆍ 해법은 3R 📔 :  환경을 위한 길은 애초에 일회용품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흔히 3R로 줄여 부르는 폐기물 문제의 해법은 생산량을 감축(Reduce)하고, 만든 제품은 여러 번 재활용(Reuse)하며 폐기하게 되는 경우 재활용(Recycle)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재사용,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외려 더 커질 수 있다.

     

    ㆍ 텀블러 90회 사용해야 일회용컵보다 낫다 🍶: 캐나다의 환경보호단체 CIRAIG가 2014년 보고한 기술보고서 ‘재사용 컵과 일회용 커피 컵의 수명 주기 분석’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로 된 컵의 경우 90회 이상은 사용해야 일회용 커피 컵보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덜 미친다.

     

    ㆍ 다회용컵은 1년간 40회 이상 3년 이상 써야 🍵 : 그린피스는 2023년 11월 중국, 대만, 한국, 일본의 다회용컵 및 일회용컵 시스템에 대한 LCA 보고서 ‘재사용이 미래다’를 발표했다. 이들은 해당 지역 다회용컵 대여 업체 5곳에서 다회용컵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했다. 그 결과, 모든 환경영향 척도에서 다회용컵이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친다고 분석했다. 단 컵 하나를 1년간 40회 이상 사용하고 컵의 수명은 3년이라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 규제 vs. 자발적 참여, 경제학자의 답은?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중에서 플라스틱 빨대로 대표되는 생활계 폐기물의 양은 무시할 수 없는 정도다. 다만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재로 꼽히는 종이 빨대나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가 정말 환경에 좋은지는 폭 넓은 분석이 필요하다.


    정책 방향을 정하기 전 이 같은 과학적 검증과정이 선행됐어야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애초에 일회용품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재사용 시스템을 정책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 규제 대 자유라는 오랜 쟁점에서 정부는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까. 경제학자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경제학자의 눈으로 봤을 때, 아무런 규제 없이 (폐기물을 감축한다는) 바람직한 사회적 비용이 반영된 소비 형태가 나타나리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답했다. 생산과정과 소비과정 모두에서 정부의 간섭 내지 개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이론적으로도 정부의 개입이나 간섭, 규제 없이는 일회용품의 과생산과 과소비가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린피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2021년 발표한 KPGM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는 국가다. 1위는 호주, 2위는 미국이며 한국과 영국이 공동 3위다. 그린피스는 이 자료와 국가별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강도 비교표를 근거로 한국의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가 더 강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4년 하반기엔 우리나라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국제 협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를 논의하고 있다. 홍 교수는 “국제사회의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리나라 정부가 일관적인 정책 방향성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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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회용품 규제 정책과 환경적 효과 분석 
    한국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 변화 과정과 그에 따른 환경적 효과를 연구하고, 규제의 실효성과 한계점 분석
    2. 빨대와 일회용품의 전 과정 환경 영향 연구 
    종이, 플라스틱,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의 전 과정 환경 영향 비교와 이를 기반으로 한 더 나은 대안 모색

     

    관련교과
    ㆍ 2015 개정 : 융합과학, 과학사, 사회·문화, 경제, 확률과 통계
    ㆍ 2022 개정 : 지구과학, 기후변화와 지속한 가능한 세계, 경제, 확률과 통계, 사회 문제 탐구

        

     

    관련계열 및 학과
    ㆍ 자연 계열 : 생물학과, 환경과학과, 화학과
    ㆍ 공학 계열 : 화학공학과, 환경공학과
    ㆍ 교육 계열 : 과학교육학과, 기술교육학과
    ㆍ 의학 계열 : 공중보건학과
    ㆍ 인문 계열 : 사회학과, 정치외교학과, 경제학과, 정책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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