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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를 둘러싼 공기와 빛, 소리만큼이나, 세상은 냄새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름다운 향기부터 코를 찌르는 악취까지, ‘킁킁과학’은 냄새의 근원을 향한 오디세이입니다.
달콤하고 따뜻한 핫초코는 12월의 길고 포근한 밤에 잘 어울리는 음료다. 추리 소설 한 권과 함께면 바깥 추위도 두렵지 않다.
이전 호에서 살펴본 냄새가 그랬던 것처럼 초콜릿 또한 다양한 방향성 화학물질이 뒤섞인 칵테일이다. 지금까지 여러 연구를 통해 약 600가지의 방향성 화합물이 분석됐다. 2019년, 미카엘 그란보글 독일 뮌헨공대 화학과 교수팀이 다크 초콜릿의 성분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doi: 10.1021/acs.jafc.8b06183 연구팀은 동네 슈퍼마켓에서 90%와 99% 다크 초콜릿 두 종류를 사와서 화학물질을 분석했다(실험실이 얼마나 향기로웠을지 상상해 보라!).
그 결과 가장 많은 양이 검출된 물질은 아세트산이었다. 식초의 톡 쏘는 향과 신맛을 내는 그 물질 말이다. 매우 적은 양으로도 강한 냄새를 내는 정도를 고려했을 때는 ‘디메틸 트리설파이드(DMTS·Dimethyl trisulfide)’라는 물질이 눈에 띄었는데, 보통 양배추, 마늘, 양파, 익은 치즈 등의 향과 비교되는 자극적인 냄새를 가진 물질이다.
식초와 양배추향의 조합이 초콜릿향이라니? 혼란스러운 분들을 위해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자. 첫 번째로, 초콜릿향을 담당하는 물질은 둘 외에도 26~28가지가 더 발견됐다. 두 번째로, 인간 후각은 개별 분자의 향이 아닌 다양한 분자 혼합물의 패턴을 인식한다. 즉 인간은 초콜릿에서 나오는 다양한 분자의 조합에서 식초와 양배추가 아니라, 특유의 초콜릿향을 맡는다.
초콜릿향은 적어도 서른 가지의 방향성 화합물이 적당한 비율로 섞여 만들어졌다. 당신의 머그잔에 든 핫초코는 수많은 역사적, 화학적 여정이 뒤섞여 만들어낸 결과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