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상태의 금 덩어리인 금괴는 석영 광맥에서 주로 발견된다. 최근 크리스토퍼 보이지 호주 모나쉬대 연구팀이 석영 광맥 속 금괴를 형성하는 원인이 다름아닌 지진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 연구는 9월 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실렸다. doi: 10.1038/s41561-024-01514-1
기존 학설은 석영 광맥 속 금괴가 금이 녹아있는 고온의 지하수가 석영과 만나면 금이 석영 표면에 침전되면서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압력과 온도가 급격히 변화하면 금이 용해 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의 침전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이 함유된 고온의 지하수에는 금이 극히 희박하게 존재하는데 반해 석영 광맥에서 높은 순도의 금맥이 발견된다는 사실은 모순이었다. 연구팀은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석영에서 발생하는 압전 효과에 주목했다.
압전 효과란 결정이 기계적 압력을 받을 때, 내부에 전하가 축적되는 현상을 말한다. 석영은 대표적인 압전 물질로,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면 전자의 배치가 변하면서 전하가 형성된다. 지진이 발생하면, 땅 속 석영 광맥에 힘이 가해져 압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생긴 전하가 석영에 금의 증착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연구팀은 석영의 압전 효과가 금 침전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연구팀은 12개의 석영 샘플을 금이 풍부하게 녹아있는 용액에 담근 후, 모터를 사용해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하에 형성되는 압력 조건 하에 뒀다. 그리고 석영 샘플 표면에서 금이 어떻게 침전되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석영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압이 용액 내 금을 전기화학적으로 침전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금 나노입자는 이미 존재하는 금 알갱이에 추가로 침전되며 금 덩어리가 크게 성장하는 모습 또한 관찰했다.
보이지 연구원은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는 금 광맥의 형성과 관련된 오랜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며 “종종 고농도의 금 용액이 존재하는 광맥에서 큰 금덩이가 형성되지 않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