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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이웃집 기후활동가]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기에” 이다연 캠페이너

“최애에게 쓴 돈을 생각해 보면, 소속사 건물 유리창 하나쯤은 내가 끼워준 셈이다.” 케이팝(K-Pop) 팬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약 8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케이팝 시장을 먹여 살리는 주인공은 단연 팬이다. 이들이 움직이면 산업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케이팝포플래닛’은 케이팝 팬들이 조직한 기후행동 플랫폼으로, 하이브, 멜론 등을 상대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최애에 대한 사랑이 기후행동의 연료라는 이다연 캠페이너를 7월 3일 화상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편집자 주
‘기후 우울증’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실감하고 있지만, 혼자 행동해봐야 세상이, 기후가 바뀌진 않을 거라는 무력감을 말하죠. 하지만 지금, 우리 이웃에 지구를 지키기 위해 작은 한 발짝을 보태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만나 물었습니다.

 

“당신은 왜 포기하지 않나요?” 

 

 

▲BBC
이다연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는 세계의 케이팝 팬들과 함께 기후행동을 한 공로로 BBC가 선정한 ‘2023년 BBC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어떤 단체인가요?

 

케이팝포플래닛은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이 모여 기후행동을 하는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저는 2021년 3월 케이팝포플래닛이 출범한 이후로 4년째 캠페이너로 활동하고 있어요. 일본 도쿄 외국어대학교 국제사회학부에 다니면서 학업과 캠페인 활동을 병행하고 있죠.

 

케이팝포플래닛은 한국의 다연 님과 인도네시아의 케이팝 팬 누를 사리파가 모여 처음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케이팝을 좋아하던 한국 학생이 인도네시아의 케이팝 팬과 만나 기후행동을 시작한 사연이 궁금해요.

 

저는 신문 읽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고등학교 시절, 매일 종이 신문을 받아봤는데 기후위기와 관련된 기사들이 점점 늘어나는 거예요. 기후위기란 우리 삶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문제구나, 나도 이 지구에서 살아갈 사람으로서 뭐라도 하고 싶다고 고민하던 차에 청소년기후행동이라는 국내 청소년 환경 단체에 가입했습니다. (기자: 그러잖아도 지난달엔 청소년기후행동의 윤현정 활동가를 인터뷰했는데, 반갑네요!)

 

누를 사리파는 인도네시아에서 기후행동을 이어 나가던 활동가였어요. 엑소의 디오를 좋아하는 케이팝 팬이기도 했고요. 케이팝 팬들의 영향력을 모아서 더 큰 규모의 기후행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누를이 먼저 청소년기후행동에 함께 활동하자는 요청을 보내왔습니다. 요청을 보자마자 “케이팝 하면 난데?”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 그래서 “나 너랑 잘 통할 것 같아”란 답신을 보내면서 친해진 사이입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기후활동가들이 케이팝으로 뭉쳤군요! 다연 님의 최애는 누구인가요?

 

케이팝 덕질을 10년 넘게 했어요. 최애는 현재진행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웃음). 지금은 에스파가 최애인데, 얼마 전에 뉴진스의 일본 도쿄돔 콘서트를 다녀왔어요! 너무 좋더라고요. 

 

케이팝포플래닛
2022년 4월 21일 케이팝포플래닛은 케이팝 팬들이 보내온 음반 폐기물 약 8000장을 모아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에 되돌려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날 이들은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실물 앨범 문화 개선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케이팝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서 더욱 잘 알 수 있는 케이팝 산업의 문제점들이 있을 것 같아요. 케이팝포플래닛 출범 이후엔 어떤 활동들을 했나요?

 

2021년 3월 케이팝포플래닛이 공식 출범한 이후 가장 먼저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자사의 가수들을 차트 상위권에 진입시키기 위해 팬들이 앨범을 여러 장 사도록 유도하는 판매 전략을 이용해요. 팬 사인회에 참가할 수 있는 참가권을 얻거나, 가장 좋아하는 멤버의 사진을 얻으려면 같은 앨범을 수십, 수백 장 사야 하죠. 그 결과 앨범 폐기물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캠페인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앨범 구매 시 원하는 구성품만 골라 받거나, 앨범을 원하는 수량만큼만 수령할 수 있는 그린 옵션, 디지털 플랫폼 앨범, 탄소배출 없는 콘서트 등을 도입해 지속 가능한 케이팝 산업을 위한 변화를 이루도록 촉구하는 활동입니다. 2021년 말, 온라인 서명운동으로 시작했죠. 2022년 4월엔 실제로 국내 케이팝 팬들이 불필요하게 소비한 앨범을 모아 하이브 엔터테인먼트에 다시 되돌려주는 퍼포먼스도 진행했습니다. 온라인 서명운동에는 현재까지 만 여 명의 케이팝 팬이 참가했어요.

 

그 밖에도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멜론에게 데이터센터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고 촉구하고, 케이팝 아티스트를 광고 모델로 활용하는 현대차나 명품 패션 브랜드에게 지속 가능한 경영을 촉구하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변화를 촉구하다가, 점차 케이팝 산업을 통해 간접적인 이익을 취하는 기업들로 캠페인 대상을 넓혀갔군요.

 

많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다양한 산업계와 협업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 팬들은 아티스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소식을 듣죠. 그래서 우리 아티스트들이 포함된 산업계를 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바꾸고 싶다는 데에서 출발한 캠페인들입니다. 어쨌든 지구가 지속 가능해야 저희도 오래오래 케이팝을 좋아하고, 또 다음 세대도 케이팝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지속 가능한 덕질을 위해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든다. 케이팝 팬들에게 와닿을 만한 캐치프레이즈네요. 지난 활동을 되짚어본다면 성공이라고 평가하나요?

 

케이팝포플래닛은 그간 엄청 큰 기업들을 상대로 작은 변화를 하나씩 만들어 나갔어요. 실제로 저희 캠페인 이후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도 친환경 앨범을 내거나, 디지털 플랫폼 앨범을 내고, ESG 리포트를 발간하는 식으로 변화가 생겼어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실물 앨범 쓰레기를 대폭 줄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최근에 환경부 자료를 봤더니, 음반 판매로 인해 생긴 폐기물이 2017년 55.8t(톤)에서 2022년 801.5t으로 14배나 늘었더라고요. 더 본격적인 활동이 필요할 겁니다. 마침 2024년 11월 부산에선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플라스틱 국제 협약’을 만들자는 내용의 협상이 UN 당사국들 사이에서 치러질 예정입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만큼 저희도 이 시기에 맞춰서 플라스틱 앨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활동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한 해가 되겠어요. 앞으로의 활동 목표가 있다면 어떤 건가요?

 

세계의 환경 단체들과 협력하면서 기후행동에 아시아 사람들과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의사결정권자들이 대부분 남자 백인들이더라고요. 케이팝 팬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아시아 집단의 목소리들이 기후 커뮤니티에 더 잘 반영될 수 있게끔 연결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기후위기를 잘 모르는 케이팝 팬들에게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더 알려서 많은 이들이 활동에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기후위기란 소재가 무척 절망적이잖아요. 케이팝에 대한 사랑의 힘으로 지치지 않고 기후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저희 케이팝포플래닛 활동만이 가진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많은 국가, 더 많은 계층의 케이팝 팬들과 함께 활동하고 싶습니다. 과학동아 독자 여러분도 케이팝포플래닛의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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