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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새책] 과학동아 에디터와 함께 읽는 이달의 책

 

 

스승의 날 무렵에 만난 새 책이어서 그런지 책을 읽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교수님의 교수님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교수님의 교수님을 가르친 교수님은 또 누구였을까. 지금 우리를 가르치는 사람들도 한때는 학생이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생각하면, 스승의 스승의 스승까지 거슬러 오르는 상상도 자연스럽다.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의 과학자들, 최재천, 정재승, 김상욱 교수도 대학, 대학원에서 배운 스승이 있었을 것이고, 그 스승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나비 박사’ 석주명이나 물리학자 이휘소를 제외하면, 현대 대한민국에서 과학자들의 스승, 과학자들의 과학자라고 부를 만한 이름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바로 그 한국의 1세대 과학자들을 호명한다.

 

근현대 한국 과학자들은 왜 잊혀졌을까? 한국 근현대사의 이념적 대립, 정치적 혼란이 단서다. 일제 시대 연희전문학교 수물과(수학 및 물리학과)의 첫 조선인 교수인 수학자 이춘호와 최초의 이학박사 이원철은 광복 직후 한국의 보수 정당인 한민당에 참여했다. 서울대 총장을 지낸 이춘호는 한국전쟁 때 납북돼 평양에서 옥사했다. 관상대(현재의 기상청) 초대 대장을 지낸 이원철은 이승만 대통령의 종신집권을 노린 1954년 사사오입 개헌에 엮였다. 이승만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없앤 헌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135명 찬성으로 부결됐다. 하지만 개헌 요건인 국회 재적의원(203명)의 3분의 2는 135.333명이니 반올림하면 135명이라며 부결을 번복하고 가결시켰다. 반올림, 즉 사사오입의 논리를 제공한 인물 중 이원철도 있다.

 

정두현은 해외에서 농학, 생물학, 의학을 공부했고, 이 모든 분야의 연구자로 활동했다. 북한 김일성대 의학부장이 됐으나 유전자의 역할을 부정하고 환경적 변이를 강조한 소련의 미추린-리센코 학설에 반대해 사임했다. 유전학 강의는 폐지됐고 연구 자료도 압수됐다. 정두현은 그렇게 한반도에서 잊혀졌다.

 

이 1세대 한국 과학자들을 당시 세계 과학계의 좌표에 놓고 조명했다는 점도 이 책의 중요한 장점이다. 현대 한국 과학계의 계보가 이 책의 인물들에서 출발했듯, 20세기 초 식민 통치하의 한국 과학자들은 당대의 과학계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언제나 과학은 여러 시대, 지역, 연구자 간의 입체적 관계로 형성됐음을 1세대 한국 과학자들의 삶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느 어플리케이션에 가입하려는 데 필수적으로 동의해야하는 조항들 사이에 “개인정보를 맞춤형 광고 등에 사용하는 데 동의한다”는 ‘선택’ 조항을 넣은 걸 보고 기분이 복잡해진 적이 있다. 이런 얄팍한 덫을 놓은 누군가는 본인이 꽤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고 스스로 뿌듯해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기업이 오직 자신의 편익만 최대한 효율적으로 추구할 때, 의도적으로 어떤 나쁜 디자인을 할 수 있는지 경험한 셈이다.

 

‘디자인 딜레마’의 저자인 윤재영 홍익대 디자인학부 교수의 주 연구 분야는 사용자 경험(UX), 인터랙션 디자인(HCI), 행동 변화를 위한 디자인이다. 전작 ‘디자인 트랩’에선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애플, 구글 등 거대 IT 기업들이 사용자들을 유인하고 조종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행동심리학을 기반으로 디자인하는 다양한 함정의 사례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번 ‘디자인 딜레마’는 맞춤형 추천 서비스에서 가상현실(VR) 체험, 인공지능(AI) 비서와 챗봇 서비스까지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에 숨은 부작용과 윤리적 문제들이 무엇인지 주목한다. UX 디자인은 갓 등장한 분야이므로 전 세계적으로 명확한 윤리적 기준이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 디자인 전문가들조차 개별적인 상황마다 의견이 서로 다르다. ‘디자인 딜레마’는 UX 디자인이 초래하는 문제와 다양한 딜레마를 철학과 윤리, AI, 게임, VR, 광고, 마케팅, 심리학, 종교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풀어낸다.

 

사용자가 상품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제휴를 맺은 회사의 제품을 추천하거나 목소리에 다양한 변화를 주어 자신이 원하는 선택으로 사용자를 유도하는 AI 비서, 외모를 마음대로 바꿔주면서 지속적인 사용을 유도하지만 미성년 사용자나 자존감이 낮은 사용자의 자아상을 왜곡시키는 뷰티 필터 등 정답이 없는 디자인의 문제는 계속 등장하고 있다. ‘디자인 딜레마’는 이제 모든 일상에서 UX 디자인이 작동하는 까닭에, 모든 사람이 ‘옳은 디자인’을 고민해야한다는 사실을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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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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