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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획]Part2. SKA프로젝트 1000개의 펄사로 우주를 이해하다

    밀리초 펄사 PSR J0514−4002E와 그 미스터리 동반성은 2030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되는 전파천문학계의 최고 프로젝트, ‘SKA(Square Kilometer Array)’의 일환으로 발견됐다. 쌍성계를 비롯해 전파천문학에 혁명을 일으킬 SKA의 미래를 들어봤다.

     

    밀리초 펄사 PSR J0514−4002E와 그 동반성은 전파 간섭계 어레이인 MeerKAT(미어캣)이 발견했다. MeerKAT은 2030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SKA(Square Kilometer Array)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2018년 7월 처음으로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한 MeerKAT은 약 5년 만에 그간 의문에 싸여있던 중성자별과 블랙홀의 연결 고리로 보이는 천체를 발견했다. 중성자별의 최대 질량과 블랙홀 최소 질량 차이의 간격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있었는데, 이번 발견으로 그 간격에 무거운 중성자별 또는 가벼운 블랙홀이 존재함을 실증한 것이다. 그렇다면 MeerKAT은 어떤 종류의 전파망원경일까?

     

    미어캣처럼 떼 지어 망보는

    MeerKAT

     

    MeerKAT은 전파 간섭계 어레이로, 총 64개의 전파망원경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카루 사막에 위치한다. 이 이름에서 떠오르는 것이 있는가? 맞다. 떼를 지어 망을 보는 귀여운 동물 미어캣이다. 실제로 미어캣의 서식지는 남부 아프리카 등으로 망원경 MeerKAT이 설치된 곳과 같다.

     

    남아공 과학자들은 이를 고려해 재밌는 이름을 지었다. 원래 MeerKAT의 초기 이름은 망원경이 있는 카루 사막의 이름을 따 ‘KAT(Karoo Array Telescope카루 어레이 망원경)’였다. 2011년 설치된 일곱 기의 전파망원경은 KAT-7이라고 불렸으나 이후 망원경의 수가 64기까지 불어나면서 KAT에 네덜란드어로 ‘더 많은’을 뜻하는 ‘meer’를 붙여 MeerKAT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MeerKAT이 천체를 관측하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보면 미어캣들이 무리 지어 상체를 들어 올린 뒤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이 떠올라, 잘 지은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빠르게 넓은 하늘을 보는

    전파 간섭계 어레이

     

    그렇다면 MeerKAT은 어떻게 우주를 관측할까. MeerKAT은 현존하는 전파망원경 중 성능이 가장 좋은 대표적인 전파 간섭계 어레이이다. 전파 간섭계 어레이는 수십~수백 개의 전파망원경을 군집 형으로 배열해 하나의 거대한 전파망원경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전파망원경의 특수한 성질 덕분에 구현이 가능하다.

     

    망원경은 기본적으로 서로 떨어진 두 물체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인 ‘분해능’과 빛을 많이 모아 어두운 대상을 볼 수 있는 ‘집광력’이 높을수록 더 먼 공간을 자세히 관측하기 좋다. 망원경은 구경이 크면 클수록 분해능과 집광력이 높아져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둥근 접시 모양이면서 자유자재로 하늘을 바라보는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안테나형 전파망원경의 최대 구경은 공학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 한계는 전파간섭계를 활용하면 극복할 수 있다. 전파간섭계는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해 멀리 떨어진 여러 대의 망원경이 수신한 신호를 합성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하면 높은 분해능을 갖는 하나의 거대한 전파망원경을 구현할 수 있으며, 이때 분해능은 망원경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높아진다.

     

    물론 이렇게 전파망원경을 멀리 떨어뜨려 설치하면 분해능은 향상되지만, 집광력은 나아지지 않는다. 두 망원경 사이의 빈 공간으로 오는 전자기파는 모두 놓치기 때문이다. 전파간섭계를 활용한 전파망원경의 집광력을 높이려면 많은 수의 망원경을 배열(어레이)해 놓치는 전자기파를 줄여야 한다. 즉 많은 수의 망원경을 멀리멀리 배열할수록 거대한 구경을 가진 하나의 전파망원경처럼 작동이 가능하다.

     

    이제 더 나은 관측을 위해 필요한 한 가지는 얼마나 빠르게 잘 관측할 수 있는가다. 이 부분은 관측 속도로 평가한다. 관측 속도는 배열된 개별망원경의 구경이 작을수록 즉, 분해능이 낮을수록 빨라진다. 개별망원경의 분해능은 전파 간섭계 어레이의 시야 즉, 한 번에 볼 수 있는 범위를 결정한다. 배열을 구성하는 개별망원경의 구경이 클수록 전파 간섭계 어레이의 시야는 좁아지고 개별망원경의 구경이 작을수록 전파 간섭계 어레이의 시야가 넓어진다. 큰 접시의 전파망원경 두세 대보다, 작은 접시의 전파망원경 여섯 일곱 대가 더 빠른 관측 속도를 가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13.5m 크기의 망원경을 사용하는 MeerKAT은 25m 구경의 망원경을 사용하는 미국 국립전파천문대의 JVLA(Jansky Very Large Array)와 비교해 3.4배 가량 넓은 시야를 가져 더 빠른 속도로 하늘을 탐색할 수 있다. 높은 감도와 넓은 시야에 따른 빠른 관측 속도 덕에 MeerKAT은 현존하는 전파 간섭계 어레이 중 가장 빠르게 하늘을 잘 관측할 수 있다.

     

    우주를 더 깊게 본다

    SKA 프로젝트

     

    전 세계 천문학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파 간섭계 어레이 MeerKAT을 중심으로 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1990년대 중반부터 전파천문학자들은 미국의 JVLA(1990년대 당시의 이름은 VLA)를 능가할 새로운 전파 간섭계 어레이의 건설을 꿈꿨다. 2000년대에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 이 프로젝트에는 1km2의 면적을 가진 망원경을 만들겠다는 ‘Square Kilometer Array’, 줄여서 SKA라는 야심 찬 이름이 붙었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 단일 전파망원경은 중국 구이양에 있는 직경 500m의 FAST이다. FAST의 수집 면적이 0.196km2이니 실로 어마어마한 수집 면적이다.

     

    2012년, 국제 SKA 기구는 남아공 카루과 호주 머치슨 사막을 SKA 건설지로 결정했다. 이 두 지역은 100km 이상의 넓고 평탄한 지형, 건조한 기후 그리고 낮은 인구 밀도 등 거대한 전파 간섭계 어레이 건설을 위한 지구상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우리은하 중심을 잘 볼 수 있는 지구의 남반구에 있다. 남아공에는 2~85cm 파장의 우주 전파를 수신하는 SKA mid(미드)가 MeerKAT의 확장판으로 건설된다.

     

    SKA mid는 MeerKAT 64기의 망원경에 새로 건설될 133기의 15m 망원경을 더해서 최대 150km 크기의 망원경 분해능을 얻도록 설계됐고 2021년 건설이 시작됐다. SKA mid는 2029년 완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현장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우주 속 시계가 될

    1000개의 펄사

     

    2030년 완성될 SKA는 우리은하 내 약 1만 개 이상의 모든 펄사와, 그중 정확한 시계 역할을 할 수 있는 1000개 이상의 밀리초 펄사를 관측할 수 있다. 이는 어떤 의미일까? 이번에 발견된 구상성단 ‘NGC 1851’에 위치한 의문의 천체(가장 가벼운 블랙홀 또는 가장 무거운 중성자별)가 발견될 수 있던 것은 동반하는 천체가 전자기파를 내뿜은 밀리초 펄사였기 때문이다.

     

    1초에 700번 이상 회전하는 밀리초 펄사는 우주의 신호를 우리에게 전해줄 수 있는 정밀한 시계가 된다. 펄사의 회전주기는 현존하는 시계 중 가장 정확한 원자시계의 주기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단 1분의 오차도 없이 정각에 도착하던 버스가 늦었다면 필히 그 사이 무슨 일이 있던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과학자들은 펄사가 내뿜는 전자기파 신호에 변화가 있다면 이는 이 신호에 영향을 미친 무엇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신호로 쌍성계 동반성의 특징, 더 나아가 별들의 상호작용 과정까지도 연구한다. 만약 우주 속 시계로 사용할 수 있는 펄사가 1000개 이상 발견된다면 지금까지 관측하기 힘들었던 펄사 쌍성계를 더욱 많이 관측해 우주에 대한 연구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우주를 알기 위한 국제적 노력

    한국도 함께

     

    MeerKAT과 SKA라는 선도적 천문학 거대 연구 시설은 더 깊이 우주를 이해하게 됨은 물론이고 짐작할 수 없는 새로운 기술혁신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실제로 남아공이 SKA 망원경 유치, MeerKAT 건설 등 기초과학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한 배경에는 기초과학과 기술혁신의 상관관계를 이해한 남아공 정부 관계자들의 혜안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실현을 위해 노력한 남아공 과학기술자들에게 경의를 보냄은 물론이다.

     

    한국 역시 세계적인 천문학자들의 협력에 함께하고 있다. 한국은 2021년부터 SKA 프로젝트의 국제기구인 ‘SKAO(Square Kilometer Array Observatory)’의 참관국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제 분담금을 내는 수준을 넘어 네트워크 구축, 망원경 제작, 친환경에너지 공급 등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며 SKA 프로젝트에 함께하려고 한다.

     

    또한 한국우주전파관측망과 세계의 망원경을 함께 사용해 이중 초대질량블랙홀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의 영상을 얻어, 우주배경 중력파와 우주초기 초대질량블랙홀의 비밀을 푸는 데 필자도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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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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