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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노트] 도파민도 인스턴트 시대

    요즘 스스로를 ‘도파민 중독’이라고 반성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가슴에 손을 얹고 ‘에디터 노트’를 작성하기 위해 간단한 검색을 한다는 것이, 조금 전까지 한 시간 넘게 유튜브 영상을 탐닉했습니다. 볼 때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재밌었는데, 다 보고 난 후에는 기억나는 내용이 하나도 없습니다. ‘유튜브를 볼 시간에 책을 읽겠다’는 새해 다짐이 또 한 번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중독. 숏츠는 되는데, 왜 독서는 안 될까요? (읭? ‘독서 중독’이 왜 안 된다는 거지? 몇몇 독자 분은 갸웃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지금 정규분포 중앙에 모인 평범한 ‘우리’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독서뿐만이 아닙니다. 건강한 음식, 공부… 몸과 마음에 이로운 것들은 대체로 중독이 잘 안 됩니다. 반면 소셜 미디어나 마라탕은 나도 모르게 중독돼 끊기가 어렵죠.

     

    ‘도파민 중독’을 주제로 3월호 특집 기사를 준비한 김태희 기자는 그 차이가 ‘인스턴트 도파민’에 있다고 말합니다. 도파민은 즐거울 때 뇌에서 나오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인스턴트 도파민은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도파민, 그리고 그것만을 갈구하는 행동 전반을 일컫습니다.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 조리해 ‘단짠’을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 같은 거죠.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게 나쁜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인스턴트 음식에 중독되는 것이 문제죠. 인스턴트 음식에 중독되면 조리 과정이 길고 맛은 담백한 건강한 음식을 음미하기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인스턴트 도파민에 중독되면 친구와 대화할 때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 무언가를 이해하는 성취감과 점점 더 멀어집니다. 심각한 경우엔 인스턴트 도파민 없이는 인생이 ‘노잼’으로 느껴집니다.

     

    뇌의 문제는 뇌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 뇌가 인스턴트 도파민에 점점 익숙해지는 게 문제라면, 그렇지 않은 ‘롱텀’ 도파민에 점점 익숙해지게 만들면 됩니다. 처음부터 독서가 숏츠보다 재밌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매일 한 페이지씩 책을 읽으며 노출을 늘리면, 뇌도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려 조금씩 변합니다. 내 클릭 하나하나가 유튜브 영상 추천 알고리즘을 바꿔나가듯, 내게 노출된 자극 하나하나가 내 뇌 속의 보상회로를 바꿔나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3월호 과학동아는 여러분에게 어떤 자극이 될지 궁금합니다. 건강한 도파민이 샘솟는, 이해할수록 재밌고 과학에 대한 더 깊은 관심으로 이어지는 콘텐츠면 좋겠습니다. 아차하다간 중독되실 수도 있어요. 과학동아 중독에는 약도 없습니다.

    2024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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