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시리즈의 7번째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옵티머스 프라임이 이끄는 ‘오토봇’ 군단과 새롭게 등장한 동물형 로봇 ‘맥시멀’ 군단이 힘을 합쳐 악의 무리에 맞서 싸웁니다. 더욱 강해진 로봇 군단을 현실 속에서 얼마나 구현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는 전 우주의 행성을 지배하는 ‘유니크론’의 부하, ‘스커지’가 ‘테러콘’들을 이끌고 지구에 오면서 시작됩니다. 지구에서 평범한 자동차의 모습으로 정체를 숨기고 있던 트랜스포머 ‘오토봇’들은 테러콘에 맞서기 위해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요. 최첨단 기술을 등에 업고 업그레이드된 변신 능력과 강력한 성능, 화려한 액션을 선보입니다.
차 한 대가 5대로?
최첨단 홀로그램 기술 이용한 ‘분신술’
오토봇 군단의 대표 로봇인 ‘미라지’는 영화 초반 자신을 쫓는 미국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일종의 ‘분신술’을 선보입니다. 미라지까지 포함해 똑같은 모양의 차 5대가 눈앞에서 달리자 우왕좌왕하던 경찰은 가짜 미라지를 쫓다 그대로 고정물에 차를 받아버리고 맙니다.
미라지가 사용한 기술은 최첨단 홀로그램 기술입니다. 홀로그램은 194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데니스 가보가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한 기술로, 3차원의 입체정보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기술이죠. 두 개의 레이저 빛이 만나서 발생하는 간섭 현상을 특수 필름에 기록한 뒤 재생하는 원리입니다.
작은 곰 인형 하나를 홀로그램 방식으로 촬영한다고 해보겠습니다. 우선 레이저에서 나오는 하나의 광선을, 분리기를 이용해 두 개의 광선으로 나눕니다. 하나는 곰 인형을 비추는 물체광, 다른 하나는 거울에 반사되는 참조광이 됩니다. 물체광은 곰 인형에 반사되면서 물체파 파장을 만들고, 참조광은 물체파와 일정한 각도를 이루는 기준파 파장을 만들어 냅니다. 두 파장이 합쳐지며 간섭무늬를 형성하게 되고, 이 무늬는 레이저 장치로부터 곰 인형까지의 거리에 대한 정보를 담게 됩니다. 3차원 정보를 기록하게 되는 거죠. 특수 필름에 기록된 간섭무늬에 참조광을 비추면 3차원의 곰 인형 영상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아날로그 홀로그램’이라고 부릅니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사물의 3차원 정보를 모두 저장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양이 어마어마하죠. 게다가 완벽한홀로그램을 구현하려면 240개 이상의 레이저 빔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구현이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간혹 아이돌 콘서트 등에서 홀로그램이라고 부르는 3차원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반투과형 스크린을 이용해 마치 영상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유사 홀로그램’ 기술입니다.
최근에는 먼 곳에 홀로그램 영상을 전송해 재현하는 ‘홀로포테이션’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홀로포테이션은 ‘홀로그램(hologram)’과 ‘텔레포테이션(teleportation・순간이동)’이 합쳐진 말로, 멀리 있는 특정 공간에 실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여기에는 ‘디지털 홀로그램’ 기술이 사용됩니다. 아날로그 홀로그램처럼 필름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서 반사된 빛을 디지털 형태로 기록하고, 이 데이터를 다시 홀로그램용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재생하는 방식입니다.
지난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 중인 홀로그램 기술을 이용해 지구에 있는 의사의 입체 영상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전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ISS의 우주 비행사들은 홀로렌즈라는 특수 안경을 쓰고 지구에 있는 사람들을 3차원 영상으로 보며 대화와 악수를 나눴습니다.
영화 속에서 미라지가 사용한 홀로그램 기술이 이와 같은 디지털 홀로그램 기술이라면 현실에서도 어느 정도는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 미라지의 움직임을 홀로그램 영상으로 기록했다가 필요한 때에 꺼내서 보여주면 되니까요. 나아가 홀로포테이션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영화에서처럼 실시간으로 함께 움직이는 홀로그램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겁니다.
3시간 만에 100일 경험치를 쌓은
‘현실판’ 치타 로봇
맥시멀 군단의 특징은 평소에 동물의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고릴라, 거대한 새 등 다양한 동물 모습의 로봇들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치타의 모습을 한 ‘치토’입니다. 영화 속에서 치토는 슈퍼카만큼이나 빨리 달립니다.
놀랍게도 ‘현실판 치토’는 이미 개발돼 있습니다. 김상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팀은 시속 14km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미니 치타’를 개발해 지난해 2022년, 유튜브에 공개했습니다. 미니 치타의 무게는 9kg 정도로 동물 치타처럼 4족 보행을 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치타가 자유자재로 움직이지만, 로봇이 사람처럼, 혹은 동물처럼 움직이는 것은 결코 쉬운 기술이 아닙니다. 인간과 동물은 자연스럽게 발을 딛고 중심을 잡으며 걷거나 뛰지만, 로봇은 이 모든 움직임을 하나하나 제어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발이 지면에 닿을 때의 충격 흡수나 보행 시 균형 유지 등 높은 수준의 제어 능력과 보행 알고리즘이 필요하죠.
사막에서 걸을 때와 단단한 아스팔트 도로에서 걸을 때가 다른 것처럼, 로봇은 이런 모든 상황에 대한 학습이 필요합니다. 이런 학습엔 인공지능(AI) 기술까지 필요합니다. 김 교수팀은 미니 치타를 빠르게 학습시키기 위해 ‘강화학습’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다양한 상황을 주고 AI가 해결을 해나가며 최선의 결괏값을 스스로 찾아 나가도록 한 겁니다. 미니 치타는 잔디, 포장도로, 빙판길 등 다양한 마찰을 가진 지면에서 학습했습니다. 연구팀은 강화학습으로 3시간 학습하자 100일 정도의 경험치가 쌓였다고 밝혔습니다.
미니 치타가 영화 속 치토처럼 시속 140km로 달리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로봇이 계단을 오르는 것이 큰 기술적 난관이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영화 속 치토가 눈앞에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차에서 발사되는 미사일? 비행기에서 발사되는 발사체!
차에서 발사되는 미사일?
\비행기에서 발사되는 발사체!
영화 속 악의 무리인 테러콘 중 배틀트랩은 달리는 차에서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현실에서는 이런 단거리 미사일보다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데요, 최근엔 비행기에서 발사체를 쏘는 기술까지 개발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우주개발기업 버진그룹의 계열사인 버진 오빗은 올해 초 보잉 747기를 개조한 비행기에 우주발사체 ‘론처원’을 실어 대서양 상공에서 발사했습니다. 아쉽게도 론처원이 지구 저궤도에 진입하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만,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었습니다. 성공하면 위성 발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사체는 지구 중력을 뚫고 나아가는 데 엄청난 추력을 필요로 합니다. 버진 오빗은 비행기로 고도 15km가량까지 발사체를 싣고 올라가 필요한 추력을 최소화하려고 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발사장에 구애받지 않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어디든 비행기가 뜰 수만 있으면 그곳이 발사대가 될 수 있는 셈이죠. 최근 위성을 수송해 주는 상용 발사체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어, 한동안 공중 궤도 발사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