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Ⅱ 제2, 제3의 지동설 준비하는 유니버스 프로젝트

영어에는 우리 말의 ‘우주’를 뜻하는 세개의 단어가 있다. 스페이스(space), 유니버스(universe), 코스모스(cosmos)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우주로 번역되기 때문에 우리들을 혼동시킨다.

스페이스는 인간이 장악할 수 있는 우주공간을 지칭한다. 그래서 우주탐험(space exploration), 우주특파원(space reporter) 우주전쟁(space war) 등을 나타날 때는 스페이스라는 말을 사용한다. 스페이스는 현재로서는 태양계 정도의 범위에 지나지 않는다.

유니버스는 별·은하·우주로 채워진, 천문학(astronomy)의 연구대상이 되는 객관적 우주를 가르킨다. 제목이 유니버스(Universe)라고 적혀있는 책이 있다면 천문학 교과서로 보면 된다. 이와 달리 코스모스는 유니버스에 종교와 철학 등을 가미한 조화로운 주관적 우주를 뜻한다. 바둑에서 등장하는 ‘우주류’의 우주는 코스모스인 것이다. 또 칼 세이건이 쓴 유명한 ‘코스모스’라는 책은 그 내용에 천문학 지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 알파(α)가 보태져 있음을 암시한다.

한편 우주과학(space science)과 우주공학(space technology)을 혼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주에 관련된 이공계 학문분야는 크게 우주과학과 우주공학으로 나뉜다. 우주과학은 천문학의 연구방법들이 중심이 되는 학문이고, 우주공학은 로켓이나 인공위성을 만드는 기술과 같은 것들이 망라된 공학이다. 이를 잘 몰라서 로켓을 만드는 것이 장래의 꿈인 학생이 우주과학과로 진학해 후회하는 일들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우주과학과 우주공학의 차이를 생각하면서 지난 40년 동안 NASA가 우주과학 분야에 어떤 기여를 해왔는지 알아보자.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블랙홀의 후보.


지구대기는 천문학의 장애물

해를 비롯한 모든 천체들은 감마(γ)선, 엑스(X)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전파 등 모든 종류의 빛을 제각기 다른 세기로 발산한다. 만일 이러한 빛들이 그대로 지구 표면에 내리쪼이게 된다면 우리는 모두 죽고말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는 대기가 있어 우리에게 무해한 가시광선과 전파만을 주로 통과시켜 생명의 낙원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러한 자연의 혜택이 천문학에서는 오히려 장애가 된다. 왜냐하면 우주를 관측하는 수단이 가시광선과 전파로 국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더욱 선명하게 관측하고, 지구 대기를 투과할 수 없는 파장대를 관측하기 위해 천체망원경을 인공위성에 실어 대기권 밖으로 올리는 일을 활발히 진행시키고 있다. 이러한 인공위성을 우주망원경(space telescope)이라고 부르고,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연구하는 천문학 분야를 우주천문학(space astronomy)이라고 부른다.

우주천문학은 우주과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분야다. NASA는 창설 후 40년간 특히 우주천문학 분야에 결정적 기여를 하면서 신비로운 우주(universe)의 베일을 한꺼풀씩 벗겨왔다.

또한 행성 연구 분야에서는 단순한 관측을 넘어 탐사선을 직접 행성의 표면에 착륙시켰다. 이를 통해 우주과학은 대기과학, 지질과학 등이 총망라된 구체적인 종합과학으로서 자리잡았다. 먼저 NASA의 우주천문학 업적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라군성운


워싱턴에서 서울 반딧불이를 본다

우주천문학의 업적 중 X선에 관련된 분야가 가장 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X선 우주망원경은 이미 60년대부터 우주궤도에 올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1970년 발사한 미국의 우후루(Uhuru)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우후루는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자유’를 의미한다. 이는 망원경이 쉽게 궤도에 진입하도록 아프리카 케냐에서 발사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후루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약 3년간 온 하늘을 다 뒤져 3백39개나 되는 X선을 내는 천체를 찾아냈다.

특히 70년대 말 우주 궤도에 올려진 3대의 ‘고에너지 천체물리 천문대’(HEAO)는 수천개의 X선 천체를 발견했다. 이 중 두번째 발사된 것을 ‘아인슈타인 천문대’라고 부르는데, 이는 아인슈타인의 탄생 100주년이 되던 해인 1979년에 발사됐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 천문대는 가장 성공적으로 질이 좋은 X선 관측자료를 보내온 것으로 유명하다.

X선 천문학은 앞으로 수년 내에 우주공간에 설치될 ‘고등 X선 천체물리 설비’(AXAF)에 의해 다시 비약적인 발전을 할 것으로 보인다. X선 천문학은 블랙홀과 같은 고에너지 천체에 주로 관련돼 있기 때문에 그 결과가 주목된다.

NASA의 우주천문학 업적 중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허블우주망원경의 운용이다. 1990년 20억달러의 경비가 투입된 이 망원경의 설치는 천문학의 역사에서 천동설이 무너지고 지동설이 확립된 것만큼이나 획기적인 대사건으로 여겨진다.

허블우주망원경의 지름은 2m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구 대기를 거치지 않은 빛을 직접 관측하기 때문에 그 성능은 지상에 가장 큰 망원경보다 우수하다. 이는 미국 워싱턴에서 우리나라 서울에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분간해낼 정도의 분해능을 가지고 있다.

허블망원경으로 관측 가능한 가장 먼 천체는 거의 1백억 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퀘이사(quasar)와 같은 밝은 은하이다. 빛이 이 은하로부터 우리에게 날아오는 데에는 약 1백억년이 걸린다. 그래서 이 은하는 우주가 태어난 직후라고 할 수 있는 1백억 년 전 과거의 우주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셈이다. 또 베일 속에 가려 있던 은하의 진화 문제도 허블우주망원경의 도움에 의해 몇 꺼풀 벗겨졌다.

현재 별의 탄생과 진화에 대해서는 잘 알려졌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과학시간에도 그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은하의 진화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어 천문학 분야의 큰 구멍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은하 중앙에 있는 거대한 블랙홀과 같은 수수께끼의 천체들을 규명하고 은하의 진화 문제를 해결하는 날도 그리 멀지 않다.

선진국에서는 현재 X선보다 더 파장이 짧은 감마선을 이용해 천문학을 연구하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설명한 HEAO도 부수적으로 감마선 관측을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감마선 관측은 NASA에서 1990년 감마선천문대(GRO)를 우주궤도에 올려놓으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 17t에 이르는 감마선천문대는 NASA에서 발사한 인공위성 가운데 가장 무거운 것으로 우주왕복선에 의해 설치돼 많은 관측 자료를 보내왔다. 이 외에도 지난 40년간 NASA는 적외선이나 자외선 파장대를 관측하는 작은 우주망원경을 수없이 우주궤도에 올려놓아 우주천문학 시대를 활짝 열었다.
 

갈릴레오 우주선이 촬영한 이다와 그 위성. 이다는 소행성 중 유일하게 위성을 가지고 있다. 위성의 이름은 닥틸(Dactyl).


보이저 탐사를 기초로 한 SF영화

한편 NASA는 행성을 연구하기 위해 단순한 관측을 넘어 탐사선을 직접 행성의 표면에 착륙시켰다. 행성 탐사를 향한 NASA의 노력은 이미 60년대부터 활발히 진행돼 왔다. 특히 냉전시대 옛소련과의 경쟁 덕분에 마리너를 비롯한 많은 탐사선들이 금성과 화성을 향해 발사될 수 있었다. 이 결과 금성과 화성의 모습은 오늘날 과학책을 온통 도배하고 있다.

목성과 토성이 처음으로 자태를 드러낸 것은 1972년 파이어니어 10호와 1973년 파이어니어 11호에 의해서였다. 또 1976년 화성에 착륙한 바이킹 탐사선이 찍은 화성 표면의 모습은 세계를 놀라게 했고, 이는 7년 전 인간이 달에 착륙했던 사건만큼이나 NASA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80년대 들어 발사된 보이저 탐사선들은 천왕성과 해왕성까지 관측해 태양계의 신비를 많이 밝혀낼 수 있었다. ‘스페이스 오딧세이 2010’과 같은 SF영화는 보이저 탐사선으로 자세히 밝혀진 목성 표면의 모습을 배경으로 만들어져 더욱 실감나는 명작이 됐다.

처음으로 NASA가 보낸 탐사선을 맞이하게 된 혜성은 1985년에 나타났던 지코바니-지너였다. 뿐만 아니라 1986년 76년만에 나타났던 핼리혜성에는 여러 나라의 탐사선이 보내져 태양계의 신비를 밝히는데 크게 기여했다.

지난 40년간 NASA가 우주과학에 기여한 바를 음미해 보면, 모든 일은 참여 연구원들의 의지와 신념에 의해 좌우된다는 교훈을 배우게 된다. 자기가 참여한 프로젝트가 취소되는 날에는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될지도 모르는 환경 속에서 참여 연구원들은 모험을 감수해야 했다. 대표적인 예가 상원의원 브라이언에 의해 취소된 외계생명체탐색(SETI) 프로젝트였다. 다행히 스필버그 등의 스타들이 후원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천문단체인 행성협회 등에 의해 맥이 이어지고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8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박석재 책임연구원

🎓️ 진로 추천

  • 천문학
  • 항공·우주공학
  • 물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