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원을 다양하게 구축하는 것은 오늘날 전 세계인의 숙제입니다. 석유나 천연가스에 비해 탄소 배출이 적은 태양광, 풍력, 원자력 등 여러 에너지가 주목받고 있죠. 금속 연소는 그보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점이 매우 많습니다. 단위 부피당 낼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석유보다 월등히 많고, 에너지를 저장하고 옮기는 것도 다른 대체에너지보다 효율적인 까닭입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이스라엘 등 많은 선진국이 금속의 열 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해 산업, 국방 분야에서 60년 이상 연구해왔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문제 및 경제성의 한계 탓에 주 에너지원으로 쓰기보다는 에너지 첨가제로 사용 중입니다. 여기서 기술적 문제란 고체 상태의 금속을 태우기 위해 높은 온도를 유지해야하고, 연소 반응 후의 생성물이 대부분 고체여서 연속 작동을 위해선 고체 산화물을 처리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기술이 상대적으로 복잡합니다.
알루미늄과 얼음만으로 우주를 난다?
알루미늄, 철, 지르코늄, 붕소 등 대부분의 금속은 연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이번 논문은 특별히 알루미늄을 사용했습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취급이 쉬울 뿐 아니라, 에너지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서 장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알루미늄 연료는 산소 같은 기체와 반응할 수도 있고, 물을 산화제로 쓰는 수반응에서 열을 방출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알루미늄의 최대 장점은 친환경 연료라는 것입니다. 알루미늄은 산화제와 반응해 수소와 알루미나(Al2O3) 세라믹만 생성하죠.
이번 논문은 알루미늄 파우더와 물을 섞은 후에 그대로 얼려서 고체로켓의 연료로 사용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현실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입니다. 연구진의 목표는 ‘알루미늄과 얼음(Al+ice=Alice, 이하 Alice)’을 고도 200~2000km 저궤도(LEO)에 장기 보관이 가능한 로켓 연료로 만들어 우주탐사에 사용하는 겁니다. 저궤도의 온도는 매우 낮기 때문에 물이 아닌 얼음 상태여야 하고, 얼음일 때 로켓연료가 그 형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 알루미늄 수반응 생성물인 알루미나를 포집할 기술이 개발되면, 태양광 에너지로 알루미나를 알루미늄으로 재생해서 연료로 재사용하는 단계까지 제안했습니다.
우주탐사엔 액체산소와 액체연료를 섞어 연소시키는 액체 추진기관을 사용하는데 제작이 어렵고 비쌉니다. 반면 Alice 같은 고체 추진기관은 빈 용기에 노즐을 달고 연료와 산화제가 혼합된 추진제인 Alice만 채우면 되므로 경제적이고 신뢰성이 높습니다.
물론 금속연료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먼저 반응속도가 액체 추진제보다 매우 느립니다. 이 논문은 금속 파우더를 10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단위로 만들어 반응 접촉면적을 물리적으로 최대화함으로써 전체 반응속도를 극대화했습니다.
Alice,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로켓 추진제
Alice 추진제의 성능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진은 두 단계로 나눠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첫 단계는 연소반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창이 달린 연소관에 압력을 가해 추진제의 연소속도를 측정하는 ‘스트랜드 버너’입니다. 이 방법은 일반적인 고체 추진제의 성능 측정에도 사용합니다. 압력이 높아질수록 추진제의 연소속도는 빨라집니다. 이 특성값, 즉 압력과 추진제 연소속도 간의 비례를 알아야 로켓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트랜드 버너로 측정한 추진제의 연소속도를 적용해 로켓을 설계했을 때, 일반적인 고체 추진제와 성능이 유사한지가 이 시험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Alice의 예상 못한 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추진제로 사용 가능한지 등도 판단할 수 있죠.
Alice는 처음 시도하는 개념의 로켓 추진제여서 성능 비교를 위한 기준 자료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고체 추진제 연료(히드록시 터미네이티드 폴리부타디엔(HTPB)+과염소산암모늄(AP))를 동일 형태로 만들어 비교했습니다. 스트랜드 버너 실험에서 Alice는 일반 추진제와 연소 메커니즘이 달랐지만 압력에 비례한 연소속도 증가 현상이 일반 추진제와 유사했습니다. 특히 일반 추진제의 연소속도가 압력 10MPa(메가파스칼)에서 1.5cm/s일 때 Alice는 동일 압력에서 3.5cm/s로 훨씬 빨랐습니다. 연소속도가 빠르면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설계 방법에 따라 우주 환경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우주는 진공 상태입니다. 따라서 로켓이 최대 효율의 추력을 내는 형태로 고체 추진기관의 노즐을 만듭니다. 좀 더 설명하면 최소면적인 노즐 목과 최대면적인 노즐 출구의 면적 간 비율 차이가 매우 큽니다. 하지만 무게 증가는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탓에 노즐 출구를 너무 확대하면 경제성이 크게 나빠질 수 있습니다. 연소속도가 매우 빠른 Alice 추진제는 노즐 목이 작아도 원하는 추력 달성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일반 추진제보다 노즐 목을 더 줄임으로써 노즐 출구의 상대적 면적을 넓힐 수도 있죠. 이런 방식으로 추력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너무 잘 타는 연료, 알루미늄 길들이기
다음 단계로 연구팀은 실험실 규모의 작은 로켓을 실제로 만들어서 추진제가 작동하며 발생하는 로켓의 내부 압력과 추력을 측정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조금 달랐습니다. 일반 추진제와 동일한 로켓으로 실험했으나, 내부 압력이 일반 추진제의 50~80% 수준으로 측정됐습니다. 로켓은 무게 대비 추진력이 매우 중요하므로 치명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인은 알루미늄 수반응에서 발생한 산화물(알루미나)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고체 추진제는 연료와 산화제가 반응해 발생하는 연소 산화물이 대부분 가스 상태입니다. 고온의 가스가 생성돼야 로켓 모터 내부의 압력을 크게 올릴 수 있고, 그 압력으로 로켓 내부의 가스를 밀어낼 때 작용 반작용의 힘으로 추진력을 얻죠. 그런데 Alice처럼 액체나 고체 상태의 세라믹이 생성되면 다른 고체 추진제만큼 압력이 오르지 않습니다.
노즐로 분출되는 알루미나의 압력과 속도가 낮아도 밀도는 가스의 수천 배여서, Alice는 고체 추진제 이상의 추력을 낼 수 있습니다.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아도 추력을 높일 수 있어 더 얇고 가벼운 로켓이 가능해집니다. 역시 Alice의 장점이죠.
연구팀은 연구실에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Alice 로켓 모터를 만들어 크기에 따른 성능도 비교했습니다. 작은 시제품에서는 성능이 좋아도, 현실의 실제 크기로 만들면 성능이 크게 저하돼 실용화가 힘든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모터 직경이 각각 0.75, 1.5, 3인치(1인치는 2.54cm)인 로켓의 성능을 비교해서 크기에 비례한 성능 향상을 확인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번에 소개해드린 논문은 알루미늄 금속과 물만으로 로켓 추진제를 만들고, 추진 시험까지 수행한 아주 참신한 연구입니다. 비록 성능이 일반 추진제보다 좋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재료의 단순함, 재사용 가능성, 친환경성까지 따지면 미래의 우주 추진제로 장점이 충분한 발상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논문이 나온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후속 연구는 아직입니다. 나노미터 크기의 알루미늄이 반응성이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물과 만났을 때 특별한 점화 에너지를 가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반응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고, 민감하기 때문에 정전기로도 반응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반응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Alice 추진제 연구가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우주탐사가 활발히 진행될 미래에는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Alice 추진제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용한 우주 추진제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용어설명
수반응(water reaction) : 금속성 물질과 물이 만날 때 급격한 반응이 일어나는 현상으로, 대표적인 예로 리튬을 물에 넣었을 때와 같은 격렬한 반응이 있다.
한두희
한국항공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항공대 산학협력단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금속입자연소추진파이로 분야의 전산해석(Computational Fluid Dynamics)적 모델링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