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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래서 이과가 엘리베이터에서 살아남아 봤습니다

 

과학동아 2023년 4월호 마감을 할 때의 일입니다. 편집부 기자들과 에디터가 다같이 점심을 먹으러 다녀오는 길이었죠. 김치찌개를 먹고 커피까지 하나씩 들고서 기분이 좋았더랬습니다. 건물 7층에 있는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죠. 그런데 7층에 도착하는가 하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덜컹” 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아래로 조금 내려갔다 이내 멈췄습니다. 30cm도 내려가지 않았지만, 마치 추락이라도 하는 기분이었죠. 엄청 무서웠습니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이후 정상 작동했고, 모두 무사히 내릴 수 있었습니다. 모두 “아, 4월호 못 나올 뻔했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답니다. 여러분이 지난달 보신 잡지는 그런 위기(?)를 이기고 완성됐습니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한철 디자인 파트장은 “그거 근데 그냥 점프하면 사는 거 아냐?”라고 했습니다.

 

어라, 그러게요. 떨어지는 엘리베이터에서 점프하면 엘리베이터가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공중에 떠 있을 테니 충돌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요. 네, 그래서 이과가 떨어지는 엘리베이터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1단 약속  ⏐ 점프할 생각일랑 고이 접어두기로~

 

우선, 기자의 점프는 엘리베이터가 지면에 충돌할 때 발생하는 충격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 살펴봅시다. 충격량은 물체가 받은 충격의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입니다. 운동량의 변화량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충격 직전과 직후 운동량이 얼마나 변했는지 계산하면 알 수 있어요. (충격량=충격 직전 운동량-충격 직후 운동량)

 

운동량은 물체의 질량과 속도를 곱한 값인데요. 엘리베이터가 지면에 충돌하면 물체의 질량은 그대로 있되, 속도만 0으로 변하죠. 이때 충격 직후 운동량은 0이 되고요(충격 직후 운동량=엘리베이터의 질량×0). 따라서 지면에 충돌하기 직전 물체의 속도를 구해서 충돌 직전 운동량을 알아내면 오케이란 뜻입니다. (충격량=충돌 직전 운동량-0)

 

엘리베이터가 추락할 때, 기자도 같은 속도로 땅으로 떨어집니다. 동아사이언스 사무실이 7층에 있다고 말씀드렸죠? 자유낙하하는 물체가 지면에 닿을 때 속도(v)는 v =   2gh란 공식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때, g는 중력가속도 9.8m/s2, h는 처음 높이) 건물 한 층이 3m라고 가정하면 처음 높이는 21m. 지면과 충돌할 때 엘리베이터는 초속 약 20.29m의 속도로 움직인다는 걸 알 수 있죠.

 

이 순간, 타이밍을 잘 맞춰서 충돌과 동시에 폴짝 뛴다고 합시다. 기자의 점프 실력은 지면으로부터 대략 50cm 뛰어오를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이때 앞서 소개한 속도 공식을 이용해 기자의 점프 속도를 계산해보면,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초속 약 3.13m입니다. 그러면 초속 20.29m던 추락속도를 초속 3.13m만큼 줄일 수 있으니, 결국 초속 17.16m로 땅에 떨어지겠죠. 역부족입니다. 몸무게가 50kg이라고 가정(?)할 때, 기자는 지면에 떨어질 때 약 858kgm/s의 충격량을 받을 겁니다. 이는 대략 1초 동안 87.6kg에 해당하는 무게만큼의 힘으로 짓누르는 것과 같습니다. 으악.

2렇게 해보죠  ⏐ 점프를 단련하거나, 커피를 희생시키거나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김빠져 할까 봐 말하지 않았는데, 사실 엘리베이터에는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돼 있습니다. 7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1층까지 곤두박질칠 확률은 극히 낮죠. 만약 그렇더라도 우리에겐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한 번에 20m는 거뜬히 뛰어오를 수 있을 정도로 점프를 단련하는 방법.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의 속도를 상쇄해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을 겁니다. 모두 그 정도는 기합으로 해낼 수 있잖아요, 그쵸?

 

수련이 모자라다면, 충격을 분산하는 방법도 있어요. 앞서 엘리베이터가 지면에 닿을 때 충격량이 대략 1초 동안 87.6kg에 해당하는 무게만큼의 힘으로 짓누르는 것과 같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충격을 받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초당 받는 힘은 줄어듭니다. 1초 동안 87.6kg이던 게 2초 동안엔 매초 43.8kg으로, 10초 동안엔 매초 8.76kg으로요.

 

그러니까, 충격을 받는 시간을 늘리면 됩니다. 만약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다섯 명이 들고 있는 커피컵을 모두 바닥에 깔았다면 어땠을까요? 커피컵이 충격을 받는 시간을 늘리는 완충작용을 하며 힘의 크기를 조금 더 줄여줬을 겁니다. 역시 커피입니다. 잠을 깨워줄 뿐 아니라 목숨까지 구해 주다니, 현대인의 생명수가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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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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