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위에서, 비행기 안에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2월 1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E3동에서 곽정호 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를 만났다. 곽 교수는 본인이 이끄는 연구실, ‘Intelligent Computing and Networking Lab’을 “컴퓨팅과 네트워킹을 좀 더 똑똑하게 만드는 법을 연구하는 곳”이라 소개한다.
컴퓨팅이란 쉽게 말해 계산이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모든 기기는 우리가 원하는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이용해 연속적으로 계산한다. 네트워킹은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오늘날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무선 인터넷은 전자기파를 사용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전달한다.
즉 Intelligent Computing and Networking Lab은 연산과 정보를 주고받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나와 가장 가까운 위성에 연결하는 방법
곽 교수 연구실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컴퓨팅과 네트워킹을 동시에 최적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디바이스의 한계에서 벗어나 클라우드 서버로 연산 작업을 보내고 결과를 빠르게 돌려받는 기술을 의미한다.
최적화 방법으로는 ‘엣지 컴퓨팅’ 기술을 연구한다. 엣지 컴퓨팅은 클라우드 서버와 기기 사이의 연결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기의 가장 가까운 곳에 클라우드 서버를 배치하는 기술이다. 기기와 서버간 물리적인 거리를 줄여 최대한 빠른 속도로 요청과 응답을 주고받기 위해서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엣지 컴퓨팅 연구의 의미가 언뜻 와닿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인터넷 접속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곽 교수는 웃으며 질문했다. “혹시 비행기나 배를 타본 적 있으신가요?”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비행기나 배에서 인터넷이 끊기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라, 불편하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무선 인터넷은 전자기파의 특성상 기지국에서 멀어질수록 인터넷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집니다. 먼 바다나 비행기에서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죠.”
어디서든 가장 빠른 방법으로 연결할 수 있게 곽 교수 연구실은 위성을 사용해 엣지 컴퓨팅을 하는 방식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곳곳에 세워진 기지국이 한반도 내 무선 네트워크를 원활하게 연결하지만 땅이 넓은 미국이나, 러시아의 침공으로 기지국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선 상황이 다르다.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인 ‘스타링크’는 현재 우크라이나에 베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의 위성 인터넷은 3만 6000km 상공 정지궤도에서 움직였다. 반면 스타링크는 지표면에서 600km 떨어진 지구 저궤도에서 움직인다. 저궤도 위성은 정지궤도 위성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위성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곽 교수 연구실은 이런 차세대 위성 인터넷에 클라우드를 탑재한 뒤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가장 가까운 위성과 연결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위성 인터넷을 사용한 엣지 컴퓨팅 기술이다. 컴퓨팅과 네트워킹 최적화 연구는 자율주행차량이나 홀로그램 그래픽과 같이 컴퓨팅 능력이 필수인 차세대 애플리케이션도 겨냥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사용자가 서버에 요청한 정보를 빠르게 받는 것이 지금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곽 교수는 “미국 항공사에서는 올해부터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위성 접시 안테나만 비행기에 설치하면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클라우딩 컴퓨팅 기술이 위성에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인 네트워킹 및 컴퓨팅 자원 관리가 필수적이다. 비행기를 타고 가며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세상, Intelligent Computing and Networking Lab이 꿈꾸는 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