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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터뷰] 드릴처럼 땅속 파고든다, 씨앗 심어주는 종자 운반체

 

 

 

돌돌 말린 나무조각 사이로 새싹 하나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헬리콥터처럼 나무조각 날개 세 개가 달린 이 물건. 씨앗을 심는 종자 운반체다. 리닝 야오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팀은 항공파종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드릴 모양의 종자 운반체를 개발했다고 2월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doi: 10.1038/s41586-022-05656-3

 

항공파종은 공중에서 드론이나 헬리콥터 등을 사용해 씨앗을 뿌리는 방법이다.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지역에 씨앗을 넓고 빠르게 뿌릴 수 있어 농업이나 화재 후 산림 복원 등에 사용된다. 그러나 씨앗을 공중에서 뿌리면 땅에 묻히지 않고 강한 햇빛과 바람, 씨앗을 먹는 새에 노출돼 발아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씨앗을 땅속에 심어주는 드릴 모양의 종자 운반체를 만든 것이다.

 

 

교수팀이 만든 종자 운반체는 헬리콥터 날개처럼 생긴 나무조각 세 개가 나선형으로 꼬여 꼬리처럼 달려있는 모양으로 생겼다. 나무조각 세 개가 한데 꼬인 부분 말단 안쪽에는 씨앗을 담는다. 드론이 종자 운반체를 하늘에서 뿌리면 종자 운반체는 지면과 25~30도의 각도를 이루며 착지한다. 이 각도는 씨앗이 담긴 부분이 지면에 파묻히기 가장 좋은 수치다. 종자 운반체가 지면에 떨어지면, 수분의 영향으로 꼬여 있던 나무조각이 서서히 풀린다. 나무가 습기를 머금으며 부풀기 때문이다. 솔방울의 비늘이 비가 오면 닫히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다. 수분에 따라 종자운반체의 꼬임이 풀어지고 다시 조여지면서 종자 운반체는 흙 속으로 더 깊이 파고 든다. 이 과정을 통해 씨앗은 흙 속 깊이 안정적으로 싹을 틔울 수 있다.

 

특이하게 생긴 종자 운반체의 형태는 쥐손이풀 씨앗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쥐손이풀은 산과 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쥐손이풀의 씨앗은 꼬리처럼 기다란 껍질로 둘러싸여 있다. 자연에서 쥐손이풀 씨앗의 껍질은 서서히 풀어지며 씨앗이 땅 속에 잘 자리잡도록 돕는다. 다만, 실험 결과 쥐손이풀 씨앗은 드론을 이용해 하늘에서 뿌릴 경우 발아율이 0%였다. 대부분 지면에 나란하게 착지해 발아할 수 없는 각도였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최적의 각도와 굴착력을 얻을 수 있도록 가장 적합한 나무조각 곡률과 나무소재 강도를 찾았다. 그 결과 “종자 운반체에 꼬리를 3개 붙였고, 발아율을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종자 운반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종자 운반체가 작은 식물 종자부터 길이 약 11mm, 약 72g의 흰수피 소나무만큼 크기가 큰 종자까지 다양한 크기를 운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종자 운반체에는 씨앗 뿐만 아니라 씨앗 생장을 돕는 비료나 균류 등도 넣을 수 있다. 종자 운반체는 나무 합판으로 만들어져 생분해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이점도 있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야오 교수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부드러운 땅에서 잘 작동한다”며 “아직 토양 모든 유형을 연구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대량 생산을 위한 최적화 단계도 남았다. 야오 교수는 종자 운반체 제작에 대해 “꼬리를 붙이는 작업은 손으로 했다”며 “대량 생산을 위해선 종자 운반체를 자동으로 조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2023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수린 기자
  • 디자인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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