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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로운 덕후생활] 마블 역대급 빌런 정복자 ‘캉’ 앤트맨이 이길 수 있을까

▲ 2월 15일 개봉한 앤트맨 시리즈 세 번째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지난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빌런’, 정복자 ‘캉’이 등장해 호기심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 편집자 주 

사이언스 픽션(SF), 즉 과학적 사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를 ‘과학덕후’의 시선으로 뜯어봅니다.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 바쁜 과학덕후들을 위해 준비한 연재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앤트맨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개봉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스캇 랭을 주축으로 한 ‘앤트맨 패밀리’가 모두 양자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데요. 그곳에서 엄청난 힘을 가진 악당, 정복자 ‘캉’을 만납니다. 

마블의 역대급 빌런으로 꼽히는 캉과 어떤 대결을 펼칠지 과학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이하 앤트맨3)’는 올해 처음 개봉한 마블 영화입니다. 앤트맨은 마블 세계관에서 유일하게 양자 세계를 오고 갈 수 있는 히어로입니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도 양자역학의 힘으로 시공간을 여행하며 스톤을 모아, 타노스와의 전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바 있죠.

 

앤트맨의 ‘본체’인 스캇 랭은 천재 과학자 행크 핌 박사가 만든 앤트맨 슈트를 입고 양자 세계를 여행합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딸인 캐시 랭이 만든 양자 장치로 양자 세계에 빨려 들어가죠. 다만 이번에는 캐시와 핌 박사, 그리고 핌 박사의 아내인 재닛과 딸 호프까지, 앤트맨 패밀리와 함께입니다. 

 

‘김치찌개’를 먹는 나, ‘파스타’를 먹는 나

모두가 존재한다는 평행우주론

 

스캇은 양자 세계에서 캉을 만납니다. 캉은 향후 마블 시리즈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지는 인물입니다. 영화의 원작인 마블 코믹스에서는 캉을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3100년에서 태어난 천재 소년으로 소개합니다. 그는 삶에 무료함을 느끼고 시간여행에 몰두하던 중 다른 시간대에서 온 또 다른 자신을 만나고, 결국 모든 시공간을 넘나들며 우주의 정복자로 군림하게 됩니다. 영화에서도 캉은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존재입니다. 그는 스캇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너에게 가장 필요한 걸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바로 ‘시간’.” 

 

캉의 능력을 보면 바로 떠오르는 가설이 있죠. 마블 시리즈에도 자주 등장하는 ‘다중우주(멀티버스)론’입니다. 정확하게는 다중우주론의 한 갈래인 평행우주론입니다. 평행우주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와 동일한 평행선상에 다른 우주들이 무한히 존재한다고 봅니다. 가령 오늘 점심에 김치찌개를 먹을까, 파스타를 먹을까 고민했다고 해봅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나는 김치찌개를 선택했지만, 또 다른 우주에는 파스타를 선택한 내가 존재합니다. 

 

 

평행우주론을 설명하는 가설도 여럿이지만, 이번 글에서는 ‘다세계 해석(many worlds)’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다세계 해석은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여러 가설 중 하나입니다(양자역학에서 ‘이론’이라 부를 만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증명이 어렵고 난해한 학문이라는 거겠죠?) 양자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양자의 ‘중첩’ 현상입니다. 모든 가능성이 확률로만 존재하는 상태죠. 가령 빨간색 혹은 파란색, 둘 중 하나의 빛을 띨 수 있는 작은 입자가 있다고 해봅시다. 우리가 그 입자를 관찰하는 순간 둘 중 하나로 상태가 결정됩니다. 다세계 해석은 우주가 이런 여러 가지 가능성이 중첩된 ‘유니터리(unitary)’ 진행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즉 내가(관측자) 빨간색 입자를 본 우주, 파란색 입자를 본 우주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봅니다. 

 

참고로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또 다른 가설인 ‘코펜하겐 해석’은 관측을 하는 순간, 나머지 가능성이 모두 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관측 전까지는 중첩 상태일지라도, 거시세계에 사는 내가 입자를 관측하는 순간에 그 입자 역시 거시세계의 상태로 고정이 된다는 거죠. 다시 정리하면 마블 세계관 속 캉이 여러 시간대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다세계 해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캉은 여러 개의 우주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능력을 가졌고요. 앤트맨 슈트를 벗으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인 스캇이 캉에게 어떻게 맞설지가 정말 궁금해집니다. 

 

 

 

몸에 맞게 커지고 작아지는 

앤트맨 슈트를 현실에서도? 

 

슈트는 앤트맨이 가진 놀라운 능력의 근원입니다. 앤트맨의 몸에 맞게 슈트가 커지거나 작아지며 힘을 발휘하죠. 현실 세계에서도 앤트맨의 슈트처럼 작았던 것이 커지거나 모양이 바뀌는 방식의 신소재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4D 물질입니다. 

 

4D 물질은 자극감응성 재료로 만들어집니다. 자극감응성 재료란 온도, 화학물질, 빛, 전기장 등 다양한 자극에 따라 크기를 10배 이상 늘리거나 모양을 바꾸는 물질을 말합니다. 이런 물질을 프린팅하는 4D 프린팅 기술도 있습니다.

 

4D 물질 및 4D 프린팅 개발의 대가라 불리는 스카일러 티비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2013년 4월 테드(TED) 강연에서 자가조립을 할 수 있는 물질을 공개했습니다. 4D 프린터로 프린팅한 기다란 막대 모양의 물질을 티비츠 교수가 차가운 물에 넣자 MIT라는 글자로 접혔습니다. 온도에 반응해 스스로 모양을 변형시킨 겁니다. 티비츠 교수가 협업했던 3D 프린팅 업체 스트라타시스는 아직까지 4D 프린팅과 관련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MIT 출신의 과학자 제시카 로젠크란츠가 설립한 미국의 너버스 시스템은 4D 프린팅을 이용해 옷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3316개의 이음새로 연결된 삼각형 모양의 패널 2279개는 체형에 맞게끔 모양이 조금씩 변합니다. 드레스를 이루는 부품은 모두 나일론을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4D 물질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체형에 따라 혹은 외부 힘에 의해 모양이 변하는 것을 ‘운동성’이라고 본다면 최초의 4D 드레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018년경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형상기억고분자를 이용해 온도에 따라 크기가 변하는 ‘깁스’를 개발했습니다. 이 깁스는 차가운 물에 넣으면 팔뚝에 들어갈 만큼 크기가 커지지만, 드라이기로 열을 가하면 크기가 줄어들며 팔에 꼭 맞게 변합니다. 현재 기술로는 크기가 변하는 속도가 매우 느리지만, 훗날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앤트맨의 슈트처럼 특정한 자극에 의해 순식간에 크기가 바뀌는 물질과 기술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 최지원 

과학동아와 한국경제신문을 거쳐 현재 동아일보에서 과학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동아의 열혈 독자다. jwchoi@donga.com

202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동아일보 기자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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