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교차로 vs 회전교차로, 당신의 선택은?
저는 세상에서 교통 체증이 가장 싫습니다. 여러분도 차가 밀리는 바람에 학교나 회사에 늦거나(접니다) 화장실에 제때 못 갈 뻔한(이것도 접니다) 적 있지 않습니까? 교통 체증으로 인한 실존적 위기를 겪고 나면 으레 다른 운전자나 도로 만든 사람을 욕하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직접 도로 한 번 만들어 보시지!
‘프리웨이즈’는 도로를 건설해 교통 체증을 없애는 게임입니다. 투박한 2차원 도트 그래픽에 고전 게임 스타일의 효과음까지, 2017년이 아니라 40년 전에 발매된 게임 같습니다. 게임 방법도 단순해서 마우스로 쓱쓱 길을 그려서 길과 건물들 사이를 이어주면 됩니다. 물론 목표가 단순하다고 게임이 쉽진 않습니다. 이 게임에선 신호등을 만들 수 없어서 교차로를 많이 만들면 금방 차가 밀립니다. 목적지에 따른 교통량도 다릅니다. 이 변수를 생각하지 않고 길을 마구 건설하면 곧 ‘jammed!(막힘!)’라는 문구와 함께 빽빽이 막힌 차량 행렬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최적의 길을 만들기 위해 기자는 서울대 교통연구실의 최준희 석사 연구원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최 연구원은 일주일 동안 게임을 40~50판 정도 한 후 연락했습니다. “우선 교통량을 파악하고, 교통량이 가장 많은 곳부터 길을 직선으로 뚫으시죠.” 교통량이 많은 길을 단순한 형태로 만들어 교통 문제를 해소한 다음, 교통량이 적은 길은 분기점이나 교차로를 짓는 방식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핵심은 어떤 교차로를 건설하느냐입니다. 우리가 시내에서 자주 보는 사거리는 ‘평면교차로’입니다. 도로가 한 평면에서 교차하지요. 평면교차로에는 대개 신호등이 있지만 이 게임에는 신호등이 없으니 우리의 대안은 두 가지입니다. 교량을 활용해서 도로를 위아래로 엇갈리게 설치하는 ‘입체교차로’와 차가 한 방향으로 빙빙 돌면서 통과하는 ‘회전교차로’지요.
최 연구원은 “두 교차로에는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회전교차로는 신호등이나 입체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으니 비용이 절감됩니다. 대신 회전교차로에 진입할 때 속도가 많이 줄고, 운전자들의 양보를 통해 차량 흐름이 결정되기 때문에 교통량이 많아지면 차가 밀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교통량이 적은 시골에서 많이 쓰이지요. 입체교차로는 반대로 건설 비용이 많이 드는 대신, 차량이 빠르게 통행합니다. 고속도로 주변에 복잡한 입체교차로가 세워지는 이유가 다 있었던 겁니다. 최 연구원은 “게임에서도 교통량과 도로의 특성에 따라 입체교차로와 회전교차로 중 더 적당한 종류를 설치하면 되겠다”는 팁을 알려주었습니다.
교통공학 연구에 GTA V가 쓰이는 이유
교통공학은 의외로 게임과 가깝습니다. 최 연구원은 “실제로 도로를 짓기 전 프리웨이즈와 비슷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도로를 구획하고, 교통시스템의 최적 운영 방식을 찾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가르치기 위해 범죄 액션 어드벤처 게임인 ‘GTA V’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doi.org/10.48550/arXiv.1712.01397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가르치려면 많은 주행 영상이 필요한데, 모으기 힘듭니다. 특히 실제 사고 영상을 쓰기엔 윤리적 문제도 생기지요. GTA V는 게임 내부에 다양한 차량과 넓은 도로망, 보행자 등의 기초적인 교통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교통공학자들은 게임 내부를 운전하며 영상을 촬영해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가르칠 수 있죠.
프리웨이즈는 교통과 게임이라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조합을 이루어낸 게임입니다. 오늘 하루 교통 체증 때문에 고생하셨다면 프리웨이즈 한 판을 추천합니다. 아마 저처럼 교통공학자들을 존경하게 될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