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네, 그래서 이과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어봤습니다 ❷

 

“코끼리는 열대에 사는 동물이잖아요? 왜 굳이 추운 냉장고에 넣으려고 하는 건가요⋯? 한국의 겨울은 코끼리가 감기에 걸릴 수 있어 사육사들이 특히 신경 쓰는 시기거든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기 전, 우선 실험대상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지난 1월 10일, 서울대공원 코끼리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 만난 한규영 사육사에게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란 질문을 던졌습니다. ‘네, 그래서 이과가 일해봤습니다’ 코너가 새해를 맞아 시작한 장기프로젝트의 목표죠. 한 사육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 답은 생각치도 못했던, 그러나 아주 타당한 이야기였습니다.

 

코끼리는 열대나 온대 기후에서 서식하는 동물입니다. 아프리카나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지가 고향이죠. 서식지가 아닌 곳에서 코끼리를 사육할 땐 따뜻한 온도를 유지해주는 건 물론입니다. 원래 서식환경을 고려해 코끼리가 야생에서 보이는 행동을 비슷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필수고요.

 

한 사육사는 “코끼리는 침팬지나 돌고래만큼 인지능력과 감정지능이 뛰어난 동물”이라며 “지능이 높은 만큼 제한된 환경 속에서 쉽게 무료해질 수 있으니 (야생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자극을 주려고 노력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시아코끼리는 원래 서식지에선 숲에서 무리를 지어 지냅니다. 나뭇잎이나 열매 등을 따 먹는 습성을 고려해 높은 곳에 먹이를 올려놓거나, 야외 공간 곳곳에 먹이를 숨겨서 코끼리가 돌아다니며 찾아 먹도록 유도하죠.

 

이렇게 고민하며 키우는데, 냉장고에 넣겠다는 이야길 했으니. 사육사의 억장이 와르르 무너질 만 했죠. 문제의 근본부터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실험을 해도 될까요?

 

실험설계 I 코끼리라는 실험대상에 대한 고찰

 

이제 아주 진지해질 겁니다. 살아있는 생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땐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동물실험은 학교 토론수업의 단골 소재일 정도로 찬성과 반대 측이 오랫동안 첨예하게 대립해온 문제입니다. 인류의 안녕과 동물권 둘다 양보하기 힘든 중요한 가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동물실험을 할 때는 동물의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여기서 ‘고통’은 물리적 자극에 의한 고통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2022년 10월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진행한 동물실험이 전세계 과학자들의 공분을 산 일이 있었습니다. 갓 태어난 원숭이 새끼를 어미와 떼어놓고, 어미에게 봉제인형을 줬죠. 무생물인 봉제인형이 새끼를 잃은 어미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킬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원숭이는 지능이 높으며 감정을 나타내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미국 동물보호단체인 PETA의 신경과학자 캐서린 로 박사는 하버드대에 “어미로부터 떨어진 새끼 원숭이는 자해, 수면 패턴 붕괴, 뇌 구조 및 기능 이상 등 즉각적이고 장기적인 악영향을 받는다”며 “새끼 원숭이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준 이 실험이 허가된 사실 자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이어 전 세계의 과학자 250여 명이 논문이 발표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해당 논문 게재를 철회하라는 내용의 항의를 보냈죠.

 

한 사육사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막내 코끼리 ‘희망이’가 동물원을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를 보며 놀라 “뿌우~” 울곤 한다”며 “그럴 때마다 엄마나 이모, 할머니 코끼리가 희망이를 둘러싸고 같이 울음소리를 내 진정시키는 걸 보며 코끼리의 감정 지능을 체감한다”고 했습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을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코끼리의 고통은 좁은 공간과 추위라는 물리적 고통만이 아닙니다. 지능이 높은 동물인 코끼리가 느낄 공포와 외로움 같은 정신적 고통도 고려해야 하죠. 그리고 판단해야 합니다. 정말 이 실험에 살아있는 코끼리를 동원해야 할지요.

 

게다가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위급(CR)단계로 분류한 멸종위기종입니다. 일이 점점 커집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겠다는 우리의 실험이 멸종위기종을 대상으로 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실험은 아니었는데요.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동물실험 없이도 연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으로 실험을 대체해야 합니다. 살아있는 코끼리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도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을 방법. 과학동아는 그 대안을 찾았습니다. 3월호에서 소개하겠습니다.

 

 

202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김소연 기자

🎓️ 진로 추천

  • 철학·윤리학
  • 심리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