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년 11월 15일, 유엔(UN)은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1년 인구 70억에 다다른 지 11년 만이다. 세계 인구는 2080년까지 104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폭발하는 인구 때문에 자원이 부족해지고, 기아와 전쟁이 몰아닥칠 것이라는 부정적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동시에, 인구가 부족해도 위기가 찾아온다며 ‘초저출산 국가 한국’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왜 어딘가에서는 사람이 많아서 문제이고, 어딘가에서는 사람이 적어서 문제인가. ‘인류 80억 명’이란 숫자에 담긴 의미를 살폈다.
세계 인구, 60년 후 정점에 다다른다
2022년 11월 15일, 지구 어디선가 80억 번째 인간이 태어났다. 물론 이는 UN 인구통계학자들의 추측이다. 아무리 열심히 인구 조사를 한다 할지라도, 전 세계 사람들의 숫자를 정확히 셀 수는 없으니까. 11월 15일이라는 날짜는 인구통계학자들이 각국의 인구 통계와 출생률, 이민율, 사망율 등의 수치를 활용해 세계 인구를 추정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80억 번째 아이는 아마 2021년에만 2300만 명이 넘게 태어난 인도에서 태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겨우 반 세기 전인 1972년만 하더라도 세계 인구는 40억 명을 넘지 않았다. 세계 인구는 50년 만에 2배가 된 셈이다. 앞으로도 인구는 한동안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UN이 작년 7월 15일에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80년대에 약 104억 명으로 정점에 다다른다. 현재 가장 인구가 많은 대륙은 아시아지만, 앞으로는 아프리카가 치고 올라온다. 합계 출산율이 2명 이하로 낮아진 동아시아와 유럽 국가는 인구가 줄어들지만, 합계 출산율이 4.6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가 세계 인구 성장을 이끌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인구는 우리의 삶에,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금으로부터 234년 전인 1789년, 영국의 성직자였던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는 ‘인구론’이라 불리는 저서로 근대 인구학을 열어젖혔다. 인구학에서는 사회가 가진 한정된 자원에 따라 인구의 변동을 예측하고 분석한다. 식량과 같은 자원이 남는 만큼 인구는 증가할 것이고, 자원이 부족하면 인구는 줄어든다. 인구론의 핵심 주장 하나는 식량의 생산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과잉 인구로 인한 식량 부족이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비슷하게 불길한 예언은 이후에도 반복되었다. 폴 에얼릭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교수는 1968년 저서 ‘인구 폭탄’에서 인구 과잉으로 수억 명의 인간이 굶어죽는 미래를 예측했다.
기아와 전쟁, 환경 파괴. 과잉 인구 디스토피아는 지금도 여전히 인류 파멸 시나리오로 우리 곁을 떠돈다. 2018년 11월 프랑크 괴트마크 스웨덴 예테보리대 생물학・환경과학과 교수팀은 인구가 줄면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의 재야생화가 이루어지는 등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 주장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생명윤리학자인 트래비스 리더도 기후변화를 멈추려면 출산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80억’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세계 인구 80억 명이 많아서, 혹은 적어서 문제라고 뭉뚱그려 말하기는 힘듭니다. 지역에 따른 인구 변화의 경향성이 다르거든요.”
80억 명의 인구가 어떤 문제를 불러올 거냐는 질문에 대해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인구정책연구센터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기자의 기대와 다른 의외의 대답이었다. 인구의 증감 추세는 국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어 국가마다 다른 종류의 인구 문제를 안게 된다. 그래서 ‘80억’이라는 하나의 수치로 문제를 뭉뚱그릴 수 없다는 것이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니, 겪는 인구 문제도 다르다. 인구가 급증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늘어난 인구가 충분히 쓸 수 있는 기반 시설을 마련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식량은 물론 거주 시설, 수도, 의약품 등이 부족하면 인도주의적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나아가 늘어난 인구가 음식을 먹고 차를 타고 이동하면 앞으로 온실 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아프리카의 출산율을 억제하는 것이 정답일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왔다. 조은주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20세기 중반 세계 인구가 너무 많다는 우려와 불안이 확산되었지만 그 우려와 불안은 비서구 ‘제3세계’의 인구가 너무 늘어난다는 점 때문이었다”며, “이때 제3세계 인구를 줄이기 위한 여러 정책이 실행되었고, 인구학의 발전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한정된 지구 자원을 더 많이 쓰는 사람이 아프리카 국가가 아니라 선진국 거주민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는 작년 7월 28일 전 세계 사람이 미국인들과 같은 수준의 생활을 영위한다면 지구가 5.1개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선진국이 훨씬 많은 자원을 사용하고 더 많은 온실 가스를 배출한다면, 지금처럼 선진국의 생태발자국이 개발도상국가의 그것보다 훨씬 크다면, 아프리카 국가의 출산 제한보다는 선진국의 소비 제한이 지구의 생태에 더 이로울 지도 모른다.
내털리 카넴 유엔인구기금(UNFPA) 사무총장이 말했듯, “인구가 너무 많아 자원이 부족한 상황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인구 자체가 두려움의 원인은 아니다”.
결국 ‘80억이 많은가?’, 혹은 ‘지구의 적정 인구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앞으로 어떤 수준의 생활을 누리고 살 것인가에 달려있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앞으로 인구 변화로 어떤 미래가 올지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실천적인 고민일지도 모른다.
인구학자가 그리는
암울한 미래는 틀려야만 한다
인구 과잉을 걱정하는 시선과는 반대로, 서구와 동아시아 국가는 노인 인구의 비율이 청년 인구보다 많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전혀 다른 인구 문제를 겪는다. 노동 인구인 청년이 부족해지고 부양해야 하는 노인이 많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바로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다.
“이미 인구 감소 추세는 시작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 ‘정해진 미래’입니다. 기자님이 태어난 1989년에 65만 명의 아이가 태어났어요. 지금 중학생일 2007년 생은 45만 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020년 생은 겨우 29만 명이에요.”
2022년 한국의 인구 피라미드는 중간이 볼록 튀어나온 호리병 모양이다. 출산율 감소의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그래프이다. 통계청 기준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2021년 0.81명으로 홍콩의 0.75명에 이어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미 통계청은 작년 7월 28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최초로 순인구가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조 교수는 중요한 것은 달라진 인구 구조에 맞춰 예전의 인구 형태에 맞춰진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 설명했다. 줄어들 노동 인구만큼 적극적으로 이민을 장려하는 이민 정책의 도입, 늘어나는 노인들을 위한 의료 시설 확충 등이 한 예이다. 조영태 교수는 독자들도 ‘인구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앞으로 바뀔 사회를 상상해보자고 조언했다.
“인구학자들은 현재 사회의 모습을 기준으로 미래를 상상합니다. 당연히 암울한 미래가 그려지기 쉽지요. 하지만 인구학자가 그리는 정해진 미래는 항상 틀려왔습니다. 우리도 미래가 바뀔 수 있도록 변화할 사회의 모습을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늦지 않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