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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과학은] 마법으로 되살아나는 꿈의 소재 트위스트로닉스

얼마 전까지만 해도 MZ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단연 골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테니스가 골프를 추월했다고 합니다. 유행이란 이렇게 빠르게 왔다가 떠나가곤 합니다. 라이덴 클러스터를 통해서도 과학계 유행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신소재로 주목받던 그래핀의 인기는 시들해졌지만, 그래핀을 활용한 새로운 연구가 최근 인기입니다. 2차원 물질을 쌓아 올려 물성을 측정하는 트위스트로닉스 연구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라이덴 클러스터는 최근 5년 간 발표된 논문의 비율이 97.23%로, 4159개 클러스터 중 네 번째로 높은 분야 입니다. 3780번 클러스터가 그 주인공입니다. 3780번 클러스터의 주요 키워드는 ‘마법의 각도(magic angle)’ ‘비틀어진 이중 이중층 그래핀(twisted double bilayer graphene)’ 등입니다. 이준영 KISTI 글로벌R&D분석센터 책임연구원은 “3780번 클러스터는 트위스트로닉스(Twistronics)라는 분야의 연구를 모아 놓은 것으로 보인다” 며 “트위스트로닉스는 최근 뜨고 있는 연구 주제에 속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클러스터를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최근에 많은 연구가 이뤄지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클러스터에서 주로 연구하는 대상이 ‘그래핀’이기 때문입니다.

꿈의 소재 ‘그래핀’의 성장세는 시들

 

그래핀은 탄소의 동소체 중 하나입니다. 흑연과 다이아몬드, 그래핀은 모두 탄소로만 이뤄진 물질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성질은 모두 다릅니다. 탄소가 이루는 구조 때문입니다.

 

그래핀은 2차원(2D) 평면에 탄소가 육각형으로 배치된 구조를 갖습니다. 다른 탄소 동소체에 비해 열전도도와 전기전도도가 높고, 안정성도 뛰어납니다. 덕분에 2000년대 후반부터 디스플레이나 배터리 등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렇게 붙은 별명이 ‘꿈의 소재’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인기가 시들합니다. 이런 추세는 라이덴 클러스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핀은 4000여 개 의 클러스터 중 9번째로 많은 문헌이 나온 분야지만, 최근에 성장하는 주제는 아닙니다. 연도별 문헌 수를 보면 2014년에 4010건으로 정점을 찍었고, 그 이후부터는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2020년에는 2680건의 논문이 나왔습니다.

 

위아래 층이 서로 어긋나게 배치된 아파트

 

소재로서의 그래핀 연구가 주춤한 사이, 기초과학으로서의 그래핀 연구는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정재일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트위스트로닉스는 ‘반데르발스 물질’이 비스듬한 각도로 쌓여 있을 때 나타내는 물성을 연구하는 분야”라고 설명합니다.

 

반데르발스 힘으로 결합돼 층간구조를 이루는 물질들을 ‘반데르발스 물질’이라고 부릅니다. 반데르발스 힘은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약한 인력이나 척력을 뜻하죠.

 

평면 구조인 그래핀은 자연 상태에서 아파트처럼 층층이 쌓여 흑연을 이룹니다. 이때 각 층 사이에 반데르발스 힘이 작용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그래핀 외에도 이황화몰리브덴 (MoS2), 이황화텅스텐(WS2) 등이 있습니다. 아파트는 보통 위아래 층의 구조가 똑같죠. 위층이나 아래 층이나 현관, 화장실, 안방이 있는 위치가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위층과 아래층이 구조는 같지만 30° 가량 틀어져서 배치돼 있다면 어떨까요. 위층 현관이 있는 자리에 아래층 화장실이 있을 수 있죠. 이렇게 위아래 층이 비스듬하게 배치될 때 나타나는 특징을 연구하는 분야가 ‘트위스트로닉스’입니다.

 

마법의 각도로 새로운 돌파구를 열다 트위스트로닉스는 2018년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습니 다. 당시 미국물리학회 학술대회에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MIT) 연구팀이 그래핀 두 장을 다른 각도로 비틀어 붙여 초전도체가 되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했습니다.

 

높은 전기전도도로 각광받은 그래핀이지만, 당시까지 그래 핀이 초전도 성질을 갖기 위해서는 μK(마이크로켈빈·1μK은 100만 분의 1K) 수준의 낮은 온도가 필요했습니다. 반면 MIT 연구팀은 두 장의 그래핀을 1.1° 비틀어 붙여 초전도 온도를 1.7K까지 끌어올렸죠.

 

정 교수는 “이 정도 온도 차이가 작아 보이지만, 극저온 환 경에서는 큰 차이”라며 “단지 1.1°의 차이로 이렇게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마법의 각도’라고 부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라이덴 클러스터의 주요 용어 중 첫 번째는 ‘마법의 각도’입니다. 

 

문헌수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2016년까지 한자릿수였지만, 2017년 13건으로 늘었습니다. 2018년 54건에서 2020년 241건으로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서로 다른 원자의 배열을 가진 층이 여러겹 쌓인 구조를 ‘초격자’라고 부릅니다. 초격자 구조에서는 전기전도도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어 반도체에 활용하기 좋습니다. 반데르발스 물질과 마법의 각도를 이용하면 전기전도도 이외에도 기존 물질의 특성이 바뀌면서 새로운 물성이 나타납니다. 최근에는 반도체를 만들 때 이 성질을 이용하려는 연구가 많습니다.

 

얼마나 혁신적일까, 트렌드 좌우할 것

 

트위스트로닉스를 활용해 첨단 기술에 쓰이는 소재를 개발 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현재 많은 연구는 새로운 물성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 교수는 “최근 관련 연구가 크게 늘고 있는 이유도 그간 알지 못했던 새로운 물성 하나하나 가 논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과거 그래핀을 연구하던 일부 연구자들도 트위스트로닉스 분야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위스트로닉스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질 수 있을까요. 그래핀을 보면 알 수 있겠죠. 뛰어난 물성을 갖고 있어 주목을 받았지만 산업적으로 쓰이기 어려워 관심이 사그라들었습니다. 트위스트로닉스 역시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에 따라 전망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 교수는 “기존 산업에서 쓰이는 소재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성능, 비용, 효율 면에서 월등해야 한다”며 “앞으로 3~4년 내에 트위스트로닉스에서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온다면 연구 범위도 넓어지고, 더 많은 연구팀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2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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