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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ST@융복합 파트너] 재미있는 양자물질연구실

 

“우리 연구실은 ‘재미있는 양자물질 연구실’이에요.”


7월 26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만난 박기성 교수는 연구실을 이렇게 소개했다. 실제 박 교수 연구실의 이름이기도 한데, ‘재미있는’과 ‘양자물질’이라. 어울리기 어려울 것 같은 두 단어가 붙어있다.


‘어째서…’ 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 교수는 “영어 단어 ‘노블(novel)’을 ‘재미있는’으로 의역한 것”이라 답했다. 사전 에서 novel을 찾으면 ‘(이전에 볼 수 없는) 새로운, 신기한’이 라고 나온다. 박 교수는 이 단어를 ‘새로운’ 만으로 번역하기엔 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나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것들은 보통 재미가 없잖아요. 전혀 모르는 것을 알아내거나 이미 알고 있지만 그것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재미를 느끼죠.


그 재미를 위해 우리 실험실에서는 새로운 양자물질을 찾거 나, 이미 있는 양자물질의 새로운 성질을 찾습니다.”


아무도 찾지 못한 양자물질을 찾아서


박 교수는 이전까지 보고된 적 없는 양자물질을 찾는다. 새로운 물질을 단결정 형태로 만들고 그 성질을 측정한다. 여기서 양자물질이란 양자역학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물질이다.


전자 같은 작은 알갱이의 움직임은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없는데, 양자역학은 이를 파동 방정식으로 설명한다. 파동은 크기와 위상을 갖고 있어 고전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만들어 낸다. 반도체, 초전도체, 위상 부도체 등이 그 보기다.


“양자물질 가운데 ‘위상 부도체’ 연구가 트렌드예요.”


박 교수는 최근 연구하는 위상 부도체 얘기를 꺼냈다. 위상 부도체란 안쪽엔 전류가 흐르지 않고 표면으로만 전류가 흐르는 독특한 성질을 갖는 부도체를 말한다. 표면의 전류 흐름이 불순물의 영향을 적게 받아 양자컴퓨터에 활용될 거란 기대를 받기도 한다. 이미 어떤 물질이 위상 부도체 성질을 가질 거란 이론적 예측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정말 그 물질을 만들어 위상 부도체의 성질을 갖는지 보는 건 다른 문제다.


박 교수팀은 실제로 새로운 물질을 단결정으로 만들고, 홀전도도 등을 측정해 특이한 성질을 지닌 것들을 추려내는 연구를 한다. 예를 들어, 철 원자 5개와 주석 원자 3개가 결합한 Fe 5 Sn 3 은 위상 부도체라고 알려진 Fe 3 Sn 2 보다 비정상 홀전 도도가 3배 더 크다고 알려져 있어 좋은 후보가 된다.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어줬을 때 어떤 물질의 전하가 그에 수직으로 움직이는 걸 ‘홀 효과’라고 한다. 그런데 자성을 나타내는 일부 물질은 외부 자기장 없이도 이런 홀 효과를 나타낸다. 이걸 비정상 홀 효과라고 부른다. 비정상 홀 효과가 큰 물질은 위상 부도체의 후보가 된다.


또 Mn 2 Sn, Co 3 Sn 2 , Ni 3 Sn 2 , 그리고 Cu 6 Sn 5 등은 Fe 5 Sn 3과 원자구조가 같지만 자기적 특성이 다르다. 이 물질군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면 자성이 홀 효과에 주는 영향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박 교수팀은 이 중 Co 3 Sn 2 와 Cu 6 Sn 5 의 단결정 형태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또 박 교수팀은 최근 흥미 로운 성질을 나타내는 니켈, 인듐, 비스무트 화합물을 발견했 다. 이 내용으로 첫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박 교수는 “세상이 어떤 물질로 구성돼 있고, 그 물질이 어떻게 반응해서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을 만들어 내는가가 물리학의 질문”이라며 “우리 연구실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또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 연구한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대구=신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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