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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풍화의 절정 설악산 흔들바위

강원도 속초에 가면 한번은 들르게 되는 곳. 바로 설악산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날카로운 첨봉과 기기묘묘한 형태의 암석들이 함께 어우러진 설악산은 바위산이 뿜어낼 수 있는 자연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 가운데서도 외설악에 있는 울산바위 아래 계조암(繼祖庵) 앞에는 마치 커다란 공 모양의 바위 하나가 떡하니 암반 위에 올라 있어 눈길을 끈다. 두세 사람이 힘을 모아 밀면 흔들린다는 ‘흔들바위’다. 바위가 사람의 힘에 의해 흔들리는 것도 흥미롭지만 어떻게 해서 이렇게 둥근 모양의 바위 덩어리가 생겼는지는 더욱 신기하다.

흔들바위와 같은 이런 형태의 암괴를 지형학 용어로는 ‘토르’(tor)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돌알 바위’ 혹은 ‘암탑’(岩塔)이라고 불린다. 꼭 공 모양은 아니지만 흔들바위와 비슷한 형태를 띤 암괴 지형은 설악산을 비롯해 북한산, 도봉산, 월출산, 속리산, 월악산, 계룡산 등 화강암이 주종을 이루는 산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대구 팔공산의 삿갓바위, 서울 도봉산의 오봉이 대표적인 예다.
 

구상 풍화의 절정 설악산 흔들바위


이런 둥근 모양의 돌알 바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둥근 암석이나 돌은 강가나 바닷가 등에서 물에 의한 침식으로 형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설악산의 흔들바위는 강과는 거리가 먼 산비탈에 있다. 이는 화강암의 구상(球狀) 풍화 때문이다.

지하 깊은 곳에서 관입한 마그마가 지하에서 식으면서 굳어 만들어진 화강암은 지표가 깎여나가면서 계속 지표 가까이로 올라오게 된다. 이때 화강암을 짓누르던 압력이 사라지면서 화강암이 점차 팽창한다. 이 과정에서 암석에 수직과 수평으로 균열, 즉 절리(節理)가 생겨 화강암은 일련의 블록으로 갈라진다.

갈라진 틈으로 물이 침투해 얼고 녹기를 반복하는 한편 물이 암석의 구성 광물과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화강암은 점차 침식과 풍화를 겪는다. 특히 절리가 만나는 모서리 부분에 침식과 풍화가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이로 인해 원래 격자모양이었던 암석은 서서히 모서리가 깎여나가면서 둥그런 모양으로 변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마침내 화강암을 덮고 있던 풍화토가 모두 씻겨 내려가고 나면 화강암 기반암과 둥그런 모양의 암석들만이 남아 지표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해서 산 한가운데 있는 기반암 위로 둥근 암석이 불안정한 석탑처럼 쌓인 토르가 생기는 것이다.

처음에 토르가 생기면 여러 개 군집을 이루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흔들바위는 왜 바위가 달랑 하나 뿐일까. 이는 침식과 풍화가 일어나면서 위에 쌓여 있던 바위는 모두 아래로 굴러 내려가고 기반암 상부의 움푹 파인 홈에 놓인 바위 하나만 남았기 때문이다.

화강암 산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암괴 지형인 토르는 그 생김새가 다양하지만 설악산의 흔들바위처럼 완전한 공 모양을 띤 것은 그리 찾아보기 쉽지 않다.
 

흔들바위 생성원리

 

200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우평 지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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