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과학의 성공 여부는 교사의 능력, 학교의 실험시설, 학생수에 달려있다" 고 서울대 물리교육학과 박승재교수는 말한다. 공통과학은 통합과학으로서 생활 속에서 보는 소재들을 통해 개념과 지식의 관련성을 따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를 지도하는 교사의 능력에 따라 학생들은 올바른 과학지식의 체계와 개념의 연관성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많은 과학교사들은 공통과학을 가르치기엔 역부족이란 말들이 많다. 우선 공통과학을 가르치려면 대학 때부터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고루 배웠어야 한다. 또 학교에서 평소 공통과학적인 교육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일선에서 과학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통합과학에 대해 전혀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뒤늦게 각 시·도 과학교육원에서 60시간을 마련해 통합교육에 대한 지도 방법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나마 이 연수도 1996년이면 끝난다. 새로 임용될 교사들을 교사교육기관인 사범대학에서 가르쳐야 하는데, 사범대학에서는 이에 대한 준비를 거의 못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중학교 과정은 통합과학적인 교과로 돼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물상과 생물로 나눠 가르치는 학교가 상당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고등학교에서도 공통과학을 가르치면서 교사들이 단원을 나눠 가르칠 거라는 우려가 높다. "통합과학인 공통과학을 한사람의 교사가 가르치는 것은 아직까지 무리"라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말이다. 물론 이것은 교육부가 통합과학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선 한사람의 교사가 가르치도록 권장하는 것과 위배된다.
한편 탐구학습이 중심인 공통과학에서 실험실습을 할 수 없다면 그 본래의 취지를 버리는 꼴이 된다. 그러나 학교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실험기자재의 부족과 실험실의 미비로 탐구학습을 살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보다 실험시간이 더 늘어나는데도 실험실은 하나 뿐이다. 교사들은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잘 조정해 실험실을 최대 활용하거나 교실수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오금고 현정오교사는 과학교육이 탐구학습으로 구성돼 좋기는 하지만 실험실 등 불편한 점이 하나 둘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부실한 여건 속에서 탐구학습을 하기 위해 "OHP나 슬라이드와 같은 교육 보조자료 등을 사용함으로써 부족한 실험을 보충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청와대교육자문위원회는 열린교육을 지향한다면서 교육재정을 5%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이렇게만 된다면 실험실과 실험기자재가 절대 부족한 교육현실에 물꼬를 터주겠지만, 아직까지도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다만 학교 교육에도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해 학교장과 학부모가 학교 재정을 꾸리는 방법으로 선회함으로써 학교와 학부모에게 그 책임을 떠 넘기는 것은 아닌지 교육부의 본심을 알기 어렵다.
"탐구학습을 제대로 하려면 수업을 받는 학생수가 30명을 넘어서서는 곤란하다"고 과학교육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실험을 하더라도 30명을 넘으면 학생들이 스스로 해보기가 어렵고, 교사와 1대1로 질의응답을 하는 것은 더구나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반에서 배우고 있어 입시교육 중심으로 편성된 것이지 도저히 탐구학습을 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해 오금고 구수길 교사가 작성한 석사논문이 눈길을 끈다. 구수길교사에 따르면 전국 4백95명의 과학교사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47.1%의 교사가 공통과학이 현재와 미래를 고려한 아주 합당한 과목이며 꼭 필요한 과목이라고 한다. 반면 50.5%의 교사는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가 없으며 탁상공론으로 만든 과학이라고 공통과학을 비판하고 있다.
공통과학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선 "교과서부터가 일부를 제외하곤 여전히 각 교과별로 단원만 모아놓은 데 불과하다"는 게 현장교사들의 말이다. 또 다른 과목으로부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들도 있다. 탐구학습을 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과학과목에 투자해야 하는데, 교육보조자료 하나 없이 가르치는 과목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타교과 교사들은 "과학교육 뿐 아니라 교육 현실 전체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넘어야 할 가장 큰 산, 입시제도
공통과학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바로 입시제도다. "현재의 수학능력시험이 통합과학적인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공통과학을 잘 공부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수학능력시험이 과학만 치루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은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드는 과학보다는 다른 과목에 더 신경을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통과학은 그 취지를 살리려면 숙제를 많이 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수업만 충실해도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수업의 난이도가 높지 않지만, 생활 속에서 소재를 발견하고 신문이나 잡지를 읽고 스크랩하는 등의 기본적인 숙제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공통과학을 굳이 1학년 과정에 넣은 이유도 다른 학년보다 시간이 많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때문에 학생과 교사는 다시 암기식으로 결론만 외우고 본래의 탐구학습을 등한시할 확률이 높다. 수학능력 시험에서 탐구학습을 했는지 안했는지를 가릴 평가방법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공통과학을 제대로 하려면 밤에 별자리를 관찰하거나 산업체를 돌아보는 등 현장학습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극성스런 학부모들은 이런 것들이 입시에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반문할지 모른다. 학교 역시 사고를 우려해 현장학습을 막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공통과학은 자리잡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공통과학이 출범하고 있는 가운데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교육개혁위원회는 지난 12월 14일 2천년대 교육방향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통과학을 다시 학문중심 교육으로 바꾸겠다고 해서 많은 과학교육 관계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내용을 보면 2천년대부터 점차적으로 문·이과를 없애고 공통과학도 없앤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에다 환경과학과 과학사를 넣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교육개혁위원회의 발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참으로 한심하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또 우리 교육이 언제까지 학생을 볼모로 방향없이 우왕좌왕해야 하는 것인지 교사들은 안타까와 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현직 과학교사들 중 36.3%가 교육과정의 개정 이유를 정권이 바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모처럼 통합과학과 탐구학습을 담은 과학교육이 그 실시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박승재교수는 "그 방향과 목적이 타당하다면 부족한 것은 메우고 모자라는 것이 있으면 보충해 가면서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통과학이 아직까지 현실 여건의 미비로 완벽하게 실현되기는 어렵지만 학교 형편과 교사의 수준에 따라 점차적으로 실천해 나간다면 반드시 과학교육을 진일보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통과학의 문제가 무엇이고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살펴 보완하는 일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어렵게 시작된 공통과학이 뿌리를 내리기 전에 흔들리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