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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융복합파트너] 배터리의 한계에 도전하다

“사람들은 건강 검진을 할 때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잖아요? 배터리의 건강을 진단할 때도 비슷한 장비를 쓸 수 있죠.”


7월 26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만난 이홍경 에너지공학과 교수가 실험실 입구에 놓인 커다란 투명 박스를 가리켰다. 자기장 영상(MFI·Magnetic Field Imaging) 장치였다. 사람이 누워 MRI 기기 안으로 들어가듯 이 교수는 배터리 샘플을 눕혀 기기 안으로 넣어 보였다.


 
배터리가 부풀지 않도록 하려면


우린 더 이상 배터리 없이 살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침대에 누울 때까지 휴대전화를 쓰고, 그마저 부족할 땐 보조 배터리를 쓴다. 배터리는 점점 더 영역을 넓혀, 배터리를 달고 다니는 전기 자동차도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배터리가 완전무결한 기술의 경지에 이른 건 아니다. 아직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엔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전기 자동차가 내연 기관차보다 최대 주행 거리가 짧은 이유다.


“배터리의 성능을 위협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우리 연구실은 ‘덴드라이트(dendrite)’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 교수는 노트북을 열어 ‘덴드라이트’가 뭔지 보여줬다. 덴드라이트는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오는 모양의 금속을 말한다. 배터리 안에서 이런 덴드라이트가 생길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다. 음극에 주로 흑연 층이 있고 그 사이사이에 리튬이온이 삽입되는데, 배터리가 방전될 땐 저장된 리튬 이온이 양극으로 움직이고 충전할 땐 리튬 이온이 음극으로 다시 돌아가 차곡차곡 삽입된다. 그런데 이때 돌아온 리튬 이온이 음극 표면에 불규칙하게 쌓이며 나뭇가지 모양의 덴드라이트로 뻗어 나온다.


“책장에 책을 차곡차곡 쌓아야 하는데, 급하면 아무렇게나 막 쌓아두잖아요? 그것과 비슷한 일이 배터리 음극에서 벌어집니다.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도 어느 정도 쓴 뒤에 뜯어보면 덴드라이트 문제로 부풀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덴드라이트 때문에 위험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덴드라이트가 음극과 양극을 나누는 분리막을 뚫을 때까지 자라면 양쪽 극을 이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런 덴드라이트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한다. 차세대 리튬 금속 배터리를 개발하기도 하고, 리튬 이온이 오가는 통로인 전해질을 바꿔 보기도 한다. 또 리튬 이온이 음극에 불규칙적으로 붙으면서 덴드라이트가 생기다 보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해질에 대류를 일으킬 방법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doi : 10.1002/adfm.202204052


“MFI 기기도 결국 덴드라이트가 어디에, 어떻게 생기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겁니다.”


이 교수는 전류가 어떻게 분포하는지 배터리를 뜯지 않고 볼 수 있으면 덴드라이트 현상이 어디서 생기는지 알고, 배터리 이상을 빨리 검진할 수 있을 거라 설명을 덧붙였다. 소개를 마치며 이 교수가 조심스레 배터리 연구의 미래를 내다봤다.


“배터리는 휴대용 기기의 심장과 같은 건데, 덴드라이트 문제는 물론이고 배터리를 검진하고 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더 필요합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할 일이 많다면서도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이 기사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DGIST)의 제작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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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과학동아 정보

  • 대구=신수빈 기자
  • 사진

    장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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