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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관광] 지역주민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여행을 고민합니다

 

한라산부터 서귀포 앞바다까지. 관광으로 인해 제주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제주도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한라산 백록담 일대에서 환경 정비 사업을 통해 7월 1일 하루 동안 5t(톤)의 쓰레기를 수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6월 성명을 내고 “출입이 금지된 곳에 마음대로 드나들고 음식과 술을 마시는가 하면 불법으로 야영까지 하는 등 일부 탐방객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며 “불법행위를 막을 의식개선과 규제 방안이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한편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지난 6월 12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돌고래 선박관광 업체 소속의 선박 네 대가 동시에 돌고래 관광을 한 것을 지적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동시에 많은 배가 보호종 돌고래 무리 가까이 가면 서식처 교란 등 여러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에 해양수산부에서는 동시에 선박 2대까지만 선박관광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돌고래 무리 5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등 돌고래 선박관광 업체들의 해수부 규정 위반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이대로 서식처를 침범한 선박들이 난립한다면 대정읍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를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녹색연합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지난 7월 12일 관광잠수함 운항으로 인해 제주 서귀포시 문섬의 암반과 산호 군락이 훼손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관광객에게 걷은 돈으로 환경보전?


이런 상황 속에서 제주도에서는 현재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관광을 통해 제주도의 환경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 피해에 대한 책임 또한 관광객이 함께 나눠야 한다는 의미에서 제주도 관광객들에게 물리는 일종의 세금이 바로 환경보전분담금입니다. 기존에는 환경보전기여금이란 명칭으로 도입이 논의됐었습니다. 그러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새로 부임하면서 돕는다는 뜻의 ‘기여’보다는 책임을 진다는 뜻의 ‘분담’으로 용어를 바꾸어 환경보전분담금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죠.


실제로 제주도가 2017년 시행한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타당성 조사’에 의하면 제주도의 생활폐기물은 2015년 기준으로 인구대비 1.92배 발생했습니다. 생활폐기물과 하수도 처리비용의 22.7%는 관광객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환경보전분담금을 통해 마련된 재원은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는 지역의 환경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는 지역공동체에 비용을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관광객에게 환경보전분담금을 내게 하고, 이 돈으로 관광으로 인해 파괴된 환경을 복구하겠다는 겁니다.


도민들 사이에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해녀로 일하고 있는 조정심 씨는 “평소 물질을 하면서 바닷속에서 쓰레기를 많이 발견한다”며 “올 초 한라산에 방문했을 때 쓰레기가 많이 있는 걸 발견하고 집어 오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환경보전분담금을 받아 환경을 정화하는 데 사용한다면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한편 돈을 낸다고 해서 제주도의 환경문제가 모두 해결되리라 생각하는 건 금물이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서귀포시에서 사설 박물관을 운영하는 하대철 씨는 “환경보전분담금으로 일종의 입도세를 부과한다면 관광객 입장에서는 ‘돈을 냈으니 쓰레기를 마음껏 버려도 되는구나’란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며 “생활폐기물 때문에 징수하는 환경보전분담금이 오히려 생활폐기물을 더욱 불러들이는 악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자칫 관광객은 돈만 지불하고, 주민들에게 환경문제를 해결하도록 떠넘기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관광에서 생기는 환경문제를 풀어낼 방법이 이것밖에 없는 걸까요. 고민의 방향을 살짝 바꿔 새로운 관광 형태를 찾을 차례입니다. 

애정 가진 주민이 보호하는 두루미


생태관광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생태관광은 환경을 보전하고 지역주민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자연지역으로의 책임 있는 여행을 뜻합니다. 1990년대 미국, 유럽 등지의 관광객들이 코스타리카, 짐바브웨 등지의 보호지역을 찾는 새로운 관광형태를 추구하면서 출발했죠. 유명 관광지에 방문하는 식의 관광에서 벗어나 직접 지역의 자연을 만나보는 형태의 관광을 원하는 관광객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확산됐습니다.


국내에서는 2002년 세계 생태관광의 해를 맞아 제주도에서 ‘한국의 생태관광 발전 전략 모색’ 포럼이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2008년 들어 녹색관광이 장려되면서 제도화됐습니다. 현재는 환경부가 2013년부터 생태관광지역 지정제를 운영하면서 전국 29곳의 생태관광지를 선정해 관리하고 있죠. (맨하단 인포그래픽)


강신겸 한국생태관광협회 부회장은 “국내 생태관광자원은 대부분 지역사회, 즉 마을과 인접해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며칠을 걸어가도 사람이나 마을을 만날 수 없는 광대한 원시지역이 아니기에 생태자원을 잘 알고 관리할 수 있는 주체인 주민 주도로 생태관광이 이뤄진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생태관광지 대부분은 마을 주민이 주도적으로 협의체를 형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철원DMZ두루미생태관광협의체의 류종현 사무국장은 “철원은 겨울에 두루미, 독수리 등이 찾아오는 대표적 철새도래지”라며 “멸종위기종이면서 천연기념물인 두루미를 지키려는 환경단체 다섯 곳과 두루미가 자주 오는 지역의 다섯 개 마을이 함께 모여 철원DMZ두루미생태관광협의체를 구성했다”고 했습니다.


류 사무국장은 “일평생 두루미와 함께 살아가며 애정을 쌓은 주민분들이 많아, 이전부터 두루미를 위해 겨울철 논에 물을 대놓아 무논을 조성해주는 경우가 있었다”며 “생태관광이 활성화되면서부터 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주민의 수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논이 늘어나자 철원 지역을 찾는 두루미 개체수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두루미 덕에 지역 주민의 소득이 오를 수 있게 되자 자연히 두루미를 지키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는 겁니다.


비슷한 사례는 해외 생태관광에서도 드러납니다. 호주 그리피스대 환경학과 연구팀은 지난 2016년 생태관광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올라온 오랑우탄, 바다사자 등 생물의 보전과 지역 경제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멸종위기종을 보러 가는 식의 관광이 성행하니 지역사회가 멸종위기종 보호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한거죠. doi: 10.1371/journal.pone.0147988

마을 삼촌이 들려주는 민요


제주도 동백동산의 곶자왈에서 생태관광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선흘곶의 김호선 총괄팀장은 “주민들이 주체가 돼 ‘삼촌 해설사’로 활약한다”며 “동백동산을 거니는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지역 주민인 삼촌들이 관광객들에게 민요를 들려주거나 동백동산에 얽힌 이야기들을 전해주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요즘은 오히려 주민들이 관광객과 만나는 일에서 활기를 느끼며 즐거워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관광형태는 관광객들에겐 단순히 ‘방문하는’ 여행이 아닌 ‘일부가 되는’ 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됩니다. 김 총괄팀장은 “관광객들이 주민들의 설명을 들으며 선흘곶을 거닐면서 선흘곶을 아끼는 주민들과 자연스레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고 했습니다.


류 사무국장은 “생태관광을 통해 관광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너무나 쉽게 자행해온 가서 즐기는 관광이 아닌, 자연이 있는 그대로 존재하도록 존중하려는 관광 형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생태관광을 통해 지역주민, 자연, 관광객 사이의 선순환이 구성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강 부회장은 “지역주민 주도의 생태관광 개발은 필요하지만, 아직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라며 “고령화되고 낙후된 지역 상황을 고려할 때 생태관광을 위한 전문적인 지식과 자금 조달을 위해 지역사회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성연주 환경부 자연환경정책과 주무관은 “생태관광지역 주민과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생태관광 디렉터 및 자연환경해설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지역주민 교육 및 컨설팅을 통해 지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1 안산 대부도·대송습지
2 서산 천수만
3 서천 금강하구와 유부도
4 정읍 월영습지와 솔티숲
5 고창 고인돌·운곡습지
6 무등산 평촌 명품마을
7 신안 영산도 명품마을
8 순천 순천만
9 완도 상서 명품마을
10 제주 동백동산습지
11 제주 저지곶자왈과 저지오름
12 서귀포 효돈천과 하례리
13 철원 DMZ 철새평화타운 및 철새도래지
14 양구 DMZ
15 인제 생태마을(용늪)
16 강릉 가시연습지·경포호
17 평창 어름치마을(백룡동굴)
18 울진 왕피천계곡
19 영양 밤하늘·반딧불이공원
20 괴산 산막이옛길과 괴산호
21 창녕 우포늪
22 밀양 사자평습지와 재악산
23 김해 화포천습지
24 울산 태화강
25 부산 낙동강 하구
26 남해 앵강만
27 인천 백령도 하늬해변과 진촌마을
28 옥천 대청호 안터지구
29 창원 주남저수지

 

2022년 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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