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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원숭이 아닌 인간이 주범?

엣지 사이언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5월 6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시작된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6월 6일 기준 전 세계 29개국에서 1000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원숭이두창의 유행은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퍼졌고, 현재 미국, 이스라엘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제껏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감염 사례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적은 없었다. 왜 갑자기 전 세계로 퍼진 걸까.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1958년 처음 보고됐다. 덴마크의 한 실험실에서 천연두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원숭이에서 발견한 것이다.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후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풍토병으로 자리잡았다. 


2000년대 들어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2003년 미국에서는 47명이 감염됐다. 당시 가나에서 텍사스로 수입된 설치류 동물을 통해 미국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영국에서도 3건이 발생했다.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사람을 통해 감염된 것이다. 같은 해 이스라엘에서 1건의 사례가 나왔으나 더 이상 전파되지 않았다. 2019년 싱가포르에서도 원숭이두창 환자가 최초로 나왔다. 그러나 이제껏 아프리카 외의 지역에서 발생한 원숭이두창은 일부에게만 감염된 뒤 퍼지지 않고 그쳤다. 

 

확산 한 달여 만에 찾은 단서들


올해 발생한 원숭이두창은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유래없는 유행에 각국의 연구자들은 이번 바이러스 유행의 원인과 전파 경로 등을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확산 한 달여 만에 몇 가지 단서가 나왔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유전 계통이 크게 두 줄기로 나뉜다. 콩고 분지를 중심으로 한 중앙아프리카 계통과 서아프리카 계통이다. 역사적으로 중앙아프리카 계통의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높고 치명률이 10%로 위험했다. 서아프리카 계통 바이러스 치명률은 1~3%로 알려져 있다.  


국제 게놈연구프로젝트인 ‘넥스트스트레인’에 공개된 게놈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포르투갈을 비롯해 현재 유행중인 바이러스는 모두 서아프리카 계통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6월 6일 기준). 그런데 이 바이러스가 유전적으로 다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원지가 여러 곳일 수 있다는 의미다.

 

진원지 여러 곳…, 동물 아닌 사람이 퍼뜨렸다


원숭이두창의 진원지가 여러 곳이라는 것은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이번 유행이 사람에게서 나타난 변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요하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염기서열 데이터 분석 결과 미국에서는 서아프리카 계통 원숭이두창에서 서로 다른 변이 2종이 발견됐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대부분은 유럽에서 유행하는 계통과 같다. 그런데 일부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의 종류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행이 시작되기 이전에 미국에서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있던 것을 감안하면 변이로 인해 아직 파악하지 못한 감염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니퍼 맥퀴스톤 CDC 병리학담당 부국장은 6월 4일 언론 브리핑에서 “유전자 분석 결과 서로 유사하지만 유전적으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한 번이 아닌, 두 번의 별개 발병에서 이번 유행이 비롯됐다는 것을 시사한다. 맥퀴스톤 부국장은 이어 “지난 몇 년동안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던 사람이 다른 삶과 밀접한 접촉을 해서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유행이 동물을 통해서가 아닌 사람들간의 전염으로 촉발됐다는 것이다. 단지 원숭이에게서 처음 증상이 발견돼 원숭이두창이란 이름이 붙었으나, 결국 유행은 사람이 초래한 셈이다. 


이에 6월 18일 전 세계 과학자 30명은 질병 이름을 비차별적이고 낙인을 찍지 않는 식으로 긴급히 변경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명칭 변경을 고려중이다. WHO 대변인은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문화적, 사회적, 국가적, 지역적, 민족적 집단에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질병의 이름을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외로 빠른 변이…, 사람 몸에서 47개 변이 발견


유럽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왔다. 앤드류 람바우트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팀은 바이러스 연구 공유 사이트인 바이롤로지컬(virological)을 통해 최근 유행 바이러스가 2017~2019년에 이스라엘, 나이지리아, 싱가포르, 영국 등에서 발견된 소수 사례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본래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1년에 DNA 염기 1~2개만 바뀔 정도로 천천히 변이가 발생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폭스바이러스과(Poxviridae) 올소폭스바이러스속(Orthopoxvirus)에 속한다. 이는 구조가 안정적인 DNA 바이러스로, 상대적으로 변이 바이러스 발생이 적다. 


그런데 이번에 발생한 바이러스는 초기 사례와 비교했을 때 DNA 염기서열에 최대 47개의 변이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6월 6일 기준). 특히 47개 DNA 염서열의 변이 중 42개는 티민-티민(TT)이 티민-아데닌(TA)으로, 또는 구아닌-아데닌(GA)이 아데닌-아데닌(AA)으로 바뀌는 것과 관련 있었다. 람바우트 교수는 “바이러스로부터 사람 몸을 방어하는 효소 ‘APOBEC3’가 바이러스 DNA에 돌연변이를 유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바이러스가 몸속 면역 체계와 반응하는 과정에서 변이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동물과 직접 접촉해 발생한 감염이 아닌, 2017년부터 바이러스를 보유한 사람에서 사람으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올해 갑자기 확산된 원인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분석 중이다. 지난 5월 23일 WHO 고문인 데이비드 헤이먼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스페인과 벨기에에서 열린 두 번의 대규모 행사에서 이 질병이 확산됐을 것”이라며 “당시 행사에서 밀접한 성적 접촉이 전파를 증폭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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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과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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