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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골라 잡는 ‘표적 기술’ 꿈꾼다

 
“대학교 세포생물학 시간에 처음 DNA 복구에 대해 들었어요. (사람의 생사가 달려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석사과정 때부터 이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수한 염기 서열로 이뤄져 있는 DNA는 자외선과 발암물질 등에 의해 서열이 변형되는 등 손상을 입기 쉽다. 다행히 인체는 이런 손상을 복구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암으로 발전한다. 이를 알게 된 명 교수는 대학을 졸업한 뒤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DNA 복구 과정 연구에 매진해 왔다.

개인 맞춤형 항암제 개발에 도전!

한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줄곧 미국에서 연구한 명 교수는 지난해 UNIST 특훈교수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산하 유전체항상성연구단장으로 부임했다. 연구단의 목표는 DNA 복구 과정을 다각도로 연구해 개인별 맞춤형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가 세균 같은 원핵생물에서 DNA를 조작한 뒤 복구 메커니즘을 확인한 것이었다면, 명 교수팀은 실험쥐와 제브라피쉬처럼 사람에 더 가까운 진핵생물과 줄기세포 등에서 일어나는 DNA 복구 과정을 연구한다. 특히 제브라피쉬는 한 번에 수백 마리의 개체를 얻을 수 있어서 여덟 마리 안팎의 새끼를 낳는 실험쥐보다 연구에 유리하다. 2014년 말 한국에 돌아온 명 교수는 최근 사육시설을 완성하고 제브라피쉬를 도입했다.

명 교수팀은 이들을 활용해 미국국립보건원(NIH) 시절 진행하던 연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NIH에서 명 교수는 DNA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생기는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개인 맞춤형 항암제’를 연구했다. 암세포의 DNA 복구를 방해해 사멸시키는 원리다. 할리우드 배우인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암 유발 가능성이 70% 안팎인 ‘BRCA1 유전자 이상’이 발견돼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표적 치료가 가능해지면 굳이 유방을 절제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명 교수는 NIH 재직 시절 약 30만 개의 화합물을 분석해, 암세포의 DNA 복구 과정을 막아서 암세포를 죽이는 후보물질을 300개 정도로 압축했다. 그는 “특히 대장암과 유방암에 효과가 있는 물질을 찾았다”며 “향후 제브라피쉬와 실험쥐 등에서 이 물질이 암세포의 DNA 복구를 어떻게 방해하는지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내기 연구자의 성장 돕는 징검다리를 꿈꾸며

명 교수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멘토’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그가 DNA 복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종신연구원 자리가 보장된 NIH를 떠나 UNIST에 올 결심을 하게 된 것도 멘토들이 그에게 줬던 영향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할 때 만난 멘토가 리차드 콜로드너(현재 UC샌디에이고 교수)예요.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 중 하나인 ‘DNA 불일치 복구’가 대장암의 발병 원인이라는 것을 처음 밝힌 분이죠. 연구를 할 때 가설을 세우고, 실험의 방향을 설정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 주셨어요. 후배 연구자들을 보면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데도 가설과 연구 방향 설정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 역시 그랬는데, 멘토를 통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죠. 저도 학생들에게 그런 역할을 해 주고 싶어서 UNIST에 오게 됐습니다.”

NIH에서는 데이비드 보다인 박사가 멘토가 돼줬다. 보다인 박사는 자신의 연구를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을 길러줬다. 당시 명 교수는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명 교수의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보다인 박사는 명 교수의 연구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소개해서 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도왔고, 아침마다 명 교수와 만나서 자신의 연구 이야기를 들려줬다. 명 교수만을 위한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준 셈이다.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고치고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멘토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멘토를 여럿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명 교수는 행운아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조언과 지도를 받아들였던 명 교수의 겸손함과 노력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2015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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