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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머리카락 속의 검은 눈 'M64'

은하 안에는 다른 은하 잡아먹은 흔적도 있어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검은 눈’ 은하. 누군가를 응시하는 거대한 눈처럼 보여 섬뜩한 느낌이 든다. 이 은하에는 주변의 조그만 은하를 잡아먹은 흔적도 발견된다.


칠흑처럼 어두운 밤에 혼자 거닐다 보면 누군가 하늘에서 쳐다보는 것은 아닌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지난 2월 5일 미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런 느낌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사진의 주인공은 누군가를 응시하는 거대한 눈처럼 보인다. 별명도 ‘검은 눈’ 또는 ‘악마의 눈’ 이다. 섬뜩함이 느껴진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이 천체는 사실 바람개비를 닮은 나선은하다. 정식 명칭은 M64. 이 은하는 18세기 프랑스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가 처음 목록화한 천체 중 하나다. 은하의 중심에는 밝은 핵이 있고 그 주변을 거대한 먼지 띠가 감싸고 있어 전체 모습이 영락없는 '검은 눈' 이다. 소형 망원경으로도 검은 눈을 닮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M64는 아마추어들이 즐겨 찾는 대상이다.

‘검은 눈’ 은하는 지구에서 약 1천7백만광년 떨어져 있고 북반구에서 잘 보이는 머리털자리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머리털자리에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별자리의 주인공은 이집트 왕비 베레니케라고 한다.

소형 망원경으로도 잘 보여

기원전 3세기 이집트 왕 프톨레마이오스 3세가 아시리아와 전쟁에 나서자 왕비 베레니케는 아프로디테 신전에서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면 자신의 머리카락을 바치겠노라고 맹세했다. 얼마 후 왕이 승리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베레니케는 맹세대로 했다. 하지만 신전에 바쳐진 머리카락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왕은 분노해 신전의 사제를 죽이려 했다. 이때 궁중천문가 코논이 하늘의 별자리를 가리키며 신이 왕비의 머리카락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늘에 걸어뒀다고 재치있게 설명했다. 왕비의 탐스런 머리다발을 닮은 그 별자리는 이후 베레니케의 머리털자리로 불리게 됐다.

아름다운 뒷머리채의 한복판에 검은 눈이 박혀 있다고 상상하니 약간은 소름이 끼친다. 머리카락과 검은 눈을 어울리게 생각해본다면 이 별자리는 베레니케의 옆모습이 아닐까.

허블우주망원경의 사진에서는 ‘검은 눈’ 은하의 세부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사실 1990년대 이후 여러 천문학자들이 이 은하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면서 베일에 싸여있던 비밀을 하나둘씩 벗겨 왔다.

놀랍게도 은하의 안쪽에 있는 가스와 별들이 은하 바깥쪽의 가스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은하 중심 주변을 돌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통 은하에서는 안쪽이나 바깥쪽의 회전 방향이 동일하다. 천문학자들은 검은 눈 은하의 이런 현상을 10억년 전에 주변의 작은 은하를 잡아먹은 결과로 설명했다. 물론 지금은 작은 은하가 완전히 파괴됐고 회전 방향의 차이로만 흔적을 남겼다.

은하 바깥쪽의 파란 별들과 핑크빛 구름은 은하의 안쪽과 바깥쪽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계지역에서 탄생한 것이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파란 별은 갓 태어난 젊은 별이고 핑크빛 구름은 이 별에서 나온 자외선에 노출된 수소가스가 빚어낸 현상이다.

‘검은 눈’ 은하는 별자리가 된 왕비의 머리카락처럼 특별한 존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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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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