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통 가운데 구멍을 뚫어 굴릴 수 있게 한 큐드럼(Q drum), 축구공을 차서 발생한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싸켓(SOCCKET). 이들은 모두 물, 전기 등의 공급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을 위해 개발된 ‘적정기술’ 제품이다. 적정기술은 문화와 환경 등의 조건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술을 뜻한다.
영국의 사회적 기업인 데시와트는 적정기술을 이용해 자연재해, 소득 부족, 분쟁 등으로 전기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조명을 개발한다. 개발도상국에서 사용되는 석유램프를 대체하기 위해 2014년 개발한 ‘그래비티라이트(GravityLight)’가 대표적이다. 그래비티라이트는 가방에 약 12kg가량의 흙, 물건 등을 담아 줄에 매달면 전기가 발생하고, 연결된 전구에 빛이 들어온다.
2020년에는 여기에서 한 단계 발전된 형태인 ‘나우라이트(NowLight)’를 개발했다. 이름에는 당장 빛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래비티라이트가 중력을 이용했다면, 나우라이트는 회전력을 이용한다. 가로, 세로 10cm 정도 되는 사각형의 통 아래 손잡이가 달린 줄이 나와 있는 형태다. 벽에 매달아 줄을 당기면 발전기에 연결된 톱니바퀴가 돌아간다. 이때 생성된 운동에너지로 전력을 만들어 전구에 전원을 공급한다. 1분 동안 줄을 당기면 내부에 장착된 3200mAh(밀리암페어시) 배터리가 충전돼 2시간 동안 빛을 낼 수 있다.
나우라이트 디자인에 참여한 크리스 스킬톤 데시와트 최고경영자(CEO)는 “160lm(루멘) 수준 빛도 제공할 수 있어 그래비티라이트보다 10배 정도 밝고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추가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우라이트는 현재 파키스탄, 콩고 등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의 12개국에서 이용되며 에너지 취약 지역에서 빛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