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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뚱보가 되는 지름길인가?

귀족의 식품, 아이스크림

국내에서만 연 4천억원어치가 팔리는 아이스크림. 그 내력과 제품화과정, 우량품의 판별법을 알아보자.

어린이 시간대의 TV를 보고 있으면 아이스크림 광고가 그야말로 홍수를 이룬다. 아마도 아이스크림을 가장 많이 먹는 층이 어린이라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디를 가나 형형색색의 아이스크림류가 팔리고 있다. 집에서 손수 만들어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흔히 '아이스케이크'라고 불렀던, 설탕물에 향료를 넣어 얼린 아이스바가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다음에는 속칭 '하드'라고 부르는, 넓적한 얼음과자 비슷한 것에 막대를 끼운 아이스캔디가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어디를 가나 온통 아이스크림 세상이다. 아이스케이크 공장은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대신 대규모의 자동화공장에서 대량으로 아이스크림이 생산돼 나오고 있다.


귀족의 식품, 아이스크림
 

유지방분 3%가 기준

한동안 아이스크림의 유지방분이 3% 이상이면 고급 아이스크림으로 분류, 특별소비세를 부과했다. 그래서 업자들은 유지방분이 3% 이하인 저질 아이스크림만 만들어 팔았다. 1백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내다 팔기 위해서는 부득이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엔 유지방분이 3% 이상인 아이스크림은 제과점이나 호텔에서만 팔았고 대다수의 서민과 어린이들은 옥수수 가루가 성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질만을 먹었다. 그러나 86년부터 유지방 3% 이상의 아이스크림에 대한 특별소비세가 면제되면서 아이스크림의 질이 크게 향상되고 우유의 소비가 급격히 증가했다.

아이스크림은 무엇보다 우유가 전제돼야 한다. 실제로 낙농이 성하지 않으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팔거나 먹을 수 없다.

아이스 케이크에서 하드로 다시 아이스크림으로의 변화는 바로 우리나라의 낙농발달과 비례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우유가 풍부하게 생산되면서 이제 그 우유를 이용, 질 좋은 아이스크림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연간 국내시장 규모만 해도 4천억원에 달하는 아이스크림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아이스크림은 얼음덩어리도 완전한 크림도 아니다. 부드럽고 차가우면서 독특한 풍미를 지닌 아이스크림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은 지금부터 4백50년 전인 15세기 중엽 무렵이다. 발상지는 이탈리아에서 가까운 지중해의 시실리섬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그 이전에도 우유를 이용한 과자류가 있었지만 오늘날의 아이스크림과 같은 크림모양의 냉동식품은 아니었다. 시실리섬의 아이스크림은 얼음에 초석(硝石)을 섞어 급속한 저온을 얻어 냄으로써 제조될 수 있었다. 여기에 우유를 넣고 잘 휘저어 아주 곱고 가는 얼음입자(粒子)로 된 우유의 냉동크림을 만들었던 것.


일반적으로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으면 비만증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귀족들의 독점물로

그러나 유럽의 일반 서민이 아이스크림의 그 독특한 향미를 즐기기까지는 그로부터 1백5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야만 했다. 왜냐하면 시실리의 그 희한한 식품을 만드는 기술이 왕이나 귀족들의 전유물로 비밀스럽게 전수됐기 때문이다.

시실리섬에서 아이스크림 제조기술이 확립된 뒤 이 기술은 곧 이탈리아 본국의 귀족들에게 전해졌는데 이 맛있는 식품은 귀족들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던 중 프랑스 황제 앙리 2세가 카타리나라는 이탈리아 귀족집 딸을 왕비로 맞을 때 왕비가 친정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기술자를 데리고 왔다. 이 기술자는 결혼 피로연 때 아이스크림을 대접, 각국의 왕족과 귀족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프랑스 왕실은 이 아이스크림 제조기술을 1백년 이상 극비에 부쳐 절대로 외부에 새어 나가지 않게 했다. 제조기술자는 특별히 우대됐고 그 기술을 2, 3명의 선택된 기술자에게만 전수하는 철저한 비밀관리를 했다.

영국의 경우에는 17세기 중엽, 독자적으로 궁중에서 크림상의 제품을 만들었다. 이 맛에 매혹된 찰스1세 이후의 여러 왕들이 비법 유지를 위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기술자에게 연간 5백파운드라는 특별급여를 주었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이 유럽의 서민들의 입맛을 돋우게 된 것은 17세기가 다 저물어갈 무렵이었다. 이때 시실리섬의 아이스크림 제조기술자들이 유럽각국으로 돈벌이를 위해 나들이를 한 것이다. 당시 아이스크림 기술자는 터무니없이 높은 보수를 받았기 때문에 수많은 기술자들이 프랑스 영국 독일 등지로 팔려 나가게 되었다. 이로써 유럽 일대에 아이스크림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불과 10년도 못돼 유럽전역에 퍼지게 되었다.

이 아이스크림이 일본에 들어온 것은 1872년이고, 우리나라에 건너온 것은 1890년대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외 없이 도입초기에는 아이스크림이 일부 귀족 부호들만의 기호식품에 불과했다. 1930년대가 되어서야 장안에 처음으로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생길 정도였다.

일본에서는 1952년부터 아이스크림이 대규모공장에서 대량생산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말부터 아이스크림산업이 태동했으며 70년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시장경쟁이 본격화되기에 이르렀다.

아이스크림은 냉동식품의 일종이지만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냉동 식품은 일단 온도를 올려 녹인 뒤에 가공하거나 조리한다. 반면 아이스크림은 얼은 상태 그대로 입에 넣어 체온으로 녹여 먹는 식품이다. 입인에서 시원한 느낌을 주면서 혀 위에서 녹아 단맛과 향미와 청량감을 준다는 데 특징이 있다.

아이스크림의 맛은 우유 유제품 당류 유지 유화제 안정제 등 여러가지 원료를 골고루 뒤섞은 혼합성과 균질성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균질성을 높이기 위해 우유와 생크림에 함유된 지방덩어리나 버터 등 입자가 큰 것을 아주 작은 구멍에 고압으로 불어 넣는다. 모든 입자를 1천분의 1㎜ 정도의 미립자로 부수는 것이다. 이 미립자가 유화제의 작용으로 물속에서 분산되면 현탁액(콜로이드 용액)으로 바뀐다. 현탁액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거품이 생기고 이것이 크림 전체의 조직을 부드럽고 연하게 한다.

이 현탁액을 5℃ 이하의 환경에 노출시키면 지방분이 응집되는데 응집이 생기면 다시 휘저으면서 냉동한다.

이 과정을 통해 현탁액은 균일하고 아주 미세한 얼음덩어리와 공기덩어리(거품)로 변한다. 또 지방의 응집에 따라 점도(粘度)도 높아진다. 이때 액체 전부가 얼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얼음이 된 미립자와 아직 얼지 않은 액체의 미립자가 섞여 있는 상태가 되는데 이것이 소프트크림(soft cream)이다.

제과점이나 호텔 등에서는 흔히 이 상태로 팔지만 대량생산하는 공장에서는 소프트크림을 일정한 그릇에 부어 -18℃ 이하에서 냉동 경화(硬化)시킨다. 시중의 소매점에서는 이것을 받아 냉동 냉장고에 넣어 두고 판매하므로 우리가 사먹는 아이스크림은 바로 이 상태의 것이다.

품질을 가름하는 3요소

아이스크림의 품질을 평가하는데는 조직 상태 색깔 등 세가지가 기준이 된다.

조직이란 전체의 촉감이 얼마나 부드럽고 고운가를 말한다. 아주 포근하고 부드러운 상태라면 얼음, 얼지않은 입자, 지방, 공기의 거품 등이 골고루 혼합된 이상적인 미립자로 만들어진 아이스크림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아이스크림은 맛이나 풍미가 좋다. 그렇지 않고 입자가 굵고 거칠며 고르지 않으면 풍미가 떨어진다.

상태란 끈끈한 기운과 굳기를 말하는 데 입안에서 녹을 때 끈끈한 기운이 있고 적당히 굳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끈끈하거나 딱딱하면 실격이다.

아이스크림은 대개 식용색소로 색깔을 나타내게 되는데 공기의 양과 조직의 상태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원료의 배합비율 혼합조건 가공시간 등의 조정비에 따라 맛도 다르고 촉감도 달라지게 된다.

아이스크림의 포장지에는 고형분과 유지방이 몇 %라고 표시돼 있다. 식품위생법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유가공식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은 세종류로 구분되는데 아이스캔디나 샤베트 등은 아이스크림과 구별, 빙과류라고 한다. 색깔을 내기 위해 식용색소는 무엇을 사용했고 언제 만든 것인지를 표시하도록 법령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이스크림시장은 연간 약 4천억원 정도지만 해마다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특별소비세의 조정으로 고급품의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1인당 아이스크림의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컵아이스크림으로 환산해 연간 미국인은 2백개, 유럽인은 1백20개 일본인은 50개를 소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앞으로 성인들의 소비가 크게 늘 것으로 예측되며 전반적으로 수년내에 소비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아이스크림은 보통 사람들의 음식물로 차츰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지금 50세 이상이면 대개 기억하겠지만 6.25동란 직후에는 과자 깔대기에 아이스크림을 퍼 담아 팔았다. 물에 탄 분유에 향료를 넣고 이것을 원통모양의 외통에다 얼음과 함께 담은 뒤 손으로 오랫동안 돌리면 아이스크림이 되었다. 아이스크림이라기 보다는 샤베트분말 같은 것으로 당시에는 그것도 아주 별미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진짜 우유로 만든 진짜 아이스크림을 누구나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뚱뚱해진다고 믿어 아이스크림을 기피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업자들의 상혼은 이 문제도 해결해냈다. 즉 우유지방인 동물성 지방 대신 식물성 지방을 쓴 저(低)칼로리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낸 것이다.

또 거기 섞는 향, 즉 인공향료가 말썽이 된 적도 있었지만 아이스크림 공장의 책임자는 "이미 옛날 이야기"라고 한다. 예컨대 딸기향은 합성향료가 아니라 진짜 딸기를 섞거나 딸기즙을 넣어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바닐라 바나나향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제 안심하고 먹을만 하다고 생각된다.

아이스크림에는 향료외에도 많은 식품 첨가제가 들어가는데 이것도 문제다.

예컨대 아이스크림의 색깔을 내기 위해 색소첨가제를 쓰기도 한다. 이것도 지금은 규제가 심해지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전혀 독성이나 해가 없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되도록 천연과즙을 넣고 착색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메이커측의 주장이다.

아이스크림의 날을 제정하기도

아이스크림의 맛을 결정하는 요소중 가장 중요한 것이 조직인데 부드럽고 매끄러운 조직을 가진 것이 좋은 아이스크림이라고 한다. 이에 비하면 샤베트 아이스케이크 하드류는 맛이 떨어진다.

둘째는 향이다. 과일 과일즙 초콜릿 땅콩 잣 호도 등 천연과일의 향, 그리고 첨가제나 색소의 향이 좋으면 당연히 혀는 좋은 맛을 느끼게 된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도 약간의 소금을 넣는다는 사실이다. 소금이 고소한 맛을 내주기 때문에 소금을 첨가하는 것이다.

일단 녹은 아이스크림을 다시 얼리면 어떻게 될까. 이때 아이스크림은 원상태로 되돌아가지 않고 맛도 아주 달라진다. 그것은 냉동생선을 한번 녹였다가 다시 냉동하면 맛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한다.

아이스크림에 얽힌 몇가지 이야기를 해보자. 미국에서는 레이건대통령 때 아이스크림의 날(Icecream day)이 있었다. 이렇게 특별한 날을 정한 까닭은 아이스크림을 미국인이 가장 즐겨하고 또 많이 먹으며 미국적인 식품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40여종의 각종 아이스크림이 팔리고 있기 때문에 아이스크림가게에 가서 그냥 "아이스크림 주세요"라고 했다가는 영락없이 촌뜨기로 몰린다.

또 3년 전부터 이웃 일본에서도 아이스크림데이를 만들고 미스 아이스크림을 선발하는 등 아이스크림 소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거리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늘어나고 있으며 유명 아이스크림점은 전국적인 체인망을 가동시키고 있다.


이제 국내에서도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199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원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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