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들은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늘어나는 실내 생활에 갑갑함이 느껴진다. 실내 미세먼지와 오염물질도 신경 쓰인다. 공기 질을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상품에 숨은 기술을 살펴보는 ‘상품암호문해독서’에서 대표적 실내 오염물질인 포름알데하이드를 제거하는 기술을 살펴봤다.
미국폐협회(ALA)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9000L 이상의 공기를 호흡한다. 전용면적 75m² , 높이 2.5m인 집을 가득 채운 공기가 1만 8750L이므로, 한 사람이 하루에 집안 공기 절반을 들이마시는 셈이다. 문제는 겨울처럼 환기가 쉽지 않은 시기에 실내 공기질은 계속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요리 등 생활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가구에서는 포름알데하이드 등 보이지 않는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우리 집에 숨은 포름알데하이드를 찾아서
특히 포름알데하이드는 가정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오염물질이다. 건축 자재 접착용 물질 중 하나로, 성능이 우수하고 비용도 저렴해 건축 자재 외에 가구 제조 등에도 널리 쓰인다. 새 가구를 들였을 때 나는 매캐한 냄새의 원인 중 하나도 포름알데하이드다.
포름알데하이드는 인체에 노출될 경우 눈과 목의 따가움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아토피성 피부염과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런 위험 때문에 국제암연구소(IARC)는 포름알데하이드를 1급 발암물질로 정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포름알데하이드 등을 제거해 실내 공기질을 높이려면 주기적인 환기가 필수다. 하지만 겨울에는 실내외 기온 차가 심해 환기를 꺼리는 가정이 많다. 게다가 포름알데하이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해서 방출돼 누적될 수 있어, 평소 실내 공기 질을 모니터링하고 정화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필터를 이용해 거르면 되는 미세먼지와 달리, 포름알데하이드는 감지와 제거가 까다롭다. 감지할 때엔 포름알데하이드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에 반응하는 다공성 젤 형태의 센서를 이용할 때가 많다. 젤이 해당 물질과 반응할 경우 특정 색으로 변하는데(색반응), 이 현상을 통해 물질을 검출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사용할 경우 젤 물질이 건조와 증발을 반복해 겪으며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 외에 다공성 젤을 금속 산화물 반도체와 결합시켜 VOCs를 검출하는 반도체 센서 방식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산화주석, 탄소나노튜브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VOCs를 검출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새로운 전기화학 고체 센서로 정밀하게 감지
기업도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기술기업 다이슨은 최근 액체 젤을 사용한 VOCs 센서의 한계를 전기화학 기술로 개발된 고체 센서로 극복했다고 밝혔다. 특정 구조의 분자가 센서와 접촉하면 전기 신호를 바꾸는데, 그 신호를 감지하는 방식이다. 고체로 제작된 덕분에 건조 위험 없이 장기간 꾸준한 성능을 낼 수 있다. 기존에도 전기화학 기술을 적용한 센서는 존재했는데, 비교적 간단한 구조를 가진 포름알데하이드(HCHO)와, 일산화탄소(CO)나 에탄올(C2H5OH) 등 다른 VOCs를 구분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대해 다이슨은 “센서는 고유의 지능적인 알고리즘으로 매초 데이터를 확인해 포름알데하이드를 다른 VOCs와 구분해 선별적으로 감지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감지한 포름알데하이드를 분해 및 파괴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다이슨은 공기 중 포름알데하이드를 제거하기 위해 촉매를 활용했다. 원하는 물질을 산화시켜 분해하는 ‘선택적 촉매 산화 필터(Selective Catalytic Oxidztion Filter)’다. 산화망간의 일종인 크립토멜레인을 필터에 코팅해서 만들었다. 보통은 포름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촉매로 백금과 같은 귀금속을 활용한다. 하지만 이 경우 반응물질이 표면에 부착돼 사용 기간이 늘어날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공성 구조인 크립토멜레인을 활용하면 원자 크기의 구멍으로 포름알데하이드가 통과하며 흡착, 파괴된다.
다이슨은 지난해 12월 포름알데하이드 감지 센서와 분해 및 파괴기술을 적용한 제품 3종 등 총 4종의 공기청정기를 새롭게 선보였다. 포름알데하이드 감지 및 파괴 기능을 갖춘 제품부터 온풍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까지 다양하다.
알렉스 녹스 다이슨 환경제어부문 부사장은 “포름알데하이드는 실내에서 지속적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관리하지 않으면 공기 중에 오래 남는다”며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공기 질에 대한 경각심을 혁신과 기술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