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며 자가복제까지 할 수 있는 로봇이 나왔다. 미국 버몬트대와 터프츠대 공동연구팀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Xenopus laevis)의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제노봇(Xenobot)을 2020년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7일에는 제노봇이 자가복제를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doi: 10.1073/pnas.2112672118 다음은 연구성과를 재구성한 가상 인터뷰다.
제노봇은 어떻게 만드나?
배아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피부세포와 심장근육세포로 분화시킨 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라 두 세포를 쌓는다. 피부세포는 로봇의 몸체에 해당하고, 심장근육세포는 수축, 이완 운동을 반복하며 로봇을 이동시키는 엔진 역할을 한다.
지난해 3월에는 제노봇 표면에 섬모를 추가해 추진력을 더하고, 주변 빛에 따라 색이 변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 로봇은 자가 치유도 가능하다.
제노봇은 어떻게 자가복제를 한 건가?
세포 3000개로 이뤄진 제노봇을 줄기세포가 있는 배양 접시에 풀어놓아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했다. 그러자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 듯 제노봇은 줄기세포들을 원형으로 뭉쳐 새로운 제노봇을 만들었다. 분자 단위에서만 이뤄졌던 ‘운동 자가복제’가 세포 단위에서도 이뤄진 것이다.
슈퍼컴퓨터로 삼각형, 사각형, 피라미드 등 수십억 가지의 제노봇 형태를 테스트한 결과, 동그란 모양에 한쪽이 찢어진 알파벳 C 모양의 팩맨 형태가 가장 효과적으로 자가 복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팩맨 형태의 제노봇은 최대 4세대까지 복제했다.
이번 연구는 어떤 의미가 있나?
제노봇은 아직은 초기 개발 단계지만 앞으로 맞춤형 질병 치료에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가복제 기능은 부상이나 암, 노화 등으로 손상된 생체 조직을 재생시키거나 약물을 전달할 때 쓰일 수 있다. 방사능 폐기물을 다루거나, 생태계에서 오염물질을 모으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제노봇을 더 깊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20년 제노봇이 등장한 이후 제노봇을 기계와 살아있는 유기체 중 무엇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계속됐다. 이번 연구 결과로 제노봇을 디스토피아 SF영화의 소재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노봇은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