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세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63.4%)이 얼마나 낮은지는 30~39세의 경제활동참가율(77.9%)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것은 실업 때문이다. 한국 전체 실업률은 4.6%에 불과하지만, 20~29세 실업률은 9.6%에 이른다. 열심히 구직 활동을 해봐야 취직이 안 되니, 자연스럽게 구직 활동을 포기한 사람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졸자의 실업률이 높은 이유
그렇다면 왜 한국 청년의 실업률이 이렇게 높을까. 이 의문을 푸는 데 한국개발연구원에서 2014년 발간한 자료 ‘한국은 인적자본 일등 국가인가?’는 꽤 중요한 힌트를 준다.
인용 문구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오른쪽 그래프가 도움이 된다. 4년제 대졸자들을 소득 분위 별, 다시 말해 소득 상위 10% 혹은 하위 20% 등으로 나눠서 고등학교 졸업자에 비해 얼마나 많은 소득을 얻고 있는지 나타낸 그래프다. 즉 대학교 졸업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한 것이다.
조사 결과 상위 1% 집단은 고등학교 졸업자에 비해 임금이 2배 이상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되며, 또 1990년대 후반 이후 임금 프리미엄이 더욱 확대됐다. 그러나 하위 41~50% 집단은 고등학교 졸업자들과의 임금 프리미엄 격차가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것은 소득 하위 11~20% 계층의 경우에는 고졸자보다 임금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국의 대졸자 중 상위 20%가량만 고등학교 졸업자에 비해 의미 있게 더 높은 소득을 기록한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대졸자들은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찾기가 힘들다. 4년이라는 긴 시간, 값비싼 대학 등록금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졸업자에 비해 연봉이 높지 않다면 취직하려는 동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졸 프리미엄’은 왜 하락했을까
대졸 프리미엄의 하락은, 다들 예측하다시피 공급과잉 때문이다. 2017년 고등학생들의 상급학교 진학률은 68.9%에 이르는데, 이는 2005년의 82.1%에 비해 그나마 낮아진 것이다. 높은 진학률은 ‘대졸자의 희소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고, 대졸 프리미엄의 하락으로 연결됐다.
실제로 2015년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2014 ~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 보고서를 보면 2014~2024년 대학 및 전문대의 졸업생이 약 79만 명 이상 초과 공급 되는 상황이다. 풍년에 농민들의 소득이 줄어들 듯, 노동시장에 초과 공급이 지속되면 높은 임금을 받고 취직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높은 대학진학률만 문제일까. 대학의 입학 정원을 크게 줄여, 대학진학률을 떨어뜨리면 청년 실업문제가 해결될까 물었을 때 쉽게 ‘그렇다’라고 답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전공별 미스매치’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미스매치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근로자와 대학에서 공급되는 졸업생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데에서 생기는 문제를 의미한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공학계열과 의약계열은 졸업자에 비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즉 ‘초과 수요’가 발생하는 전공이다. 4년제 대학 기준으로 공학계열은 21만5000명이 부족하며, 의약계열은 4000명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사회나 인문 그리고 사범계열의 전공자들은 매우 심각한 공급 과잉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한국이 수출 중심의 공업국이기 때문이다. 2017년 한국은 세계 6위 수출국에 등극했다. 한국보다 수출이 더 많은 나라는 중국, 미국, 독일 등 세계적인 경제 강대국들이다. 인구가 5000만 명에 불과한 한국이 세계 6위의 수출 대국이 된 이유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하고 또 정부도 적극적으로 이를 육성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들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대학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1990년대 이후 입학 정원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공학 및 의약계열의 정원보다 인문, 사회계열의 정원을 늘리거나, 혹은 기존 정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그 결과 심각한 미스매치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런 미스매치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공급과잉이 존재하는 계열로 진학했던 사람이 다시 다른 분야로 전환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특정 분야는 인력이 부족해 쩔쩔매는 반면, 다른 분야는 취직을 못해서 시들어가는 청춘으로 가득한 불균형이 심화된다.
인구 줄면 청년 실업 문제 해결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곧 청년 실업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통계청이 2016년 말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학령인구(6~21세)는 2017년 846만 명에서 2027년에는 697만 명으로 줄어들고, 2040년에는 64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들 학령인구는 미래 노동시장에 공급될 인구를 의미하니, 청년층 실업사태는 인구 감소 흐름 때문에 점차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무엇보다 미스매치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전공의 졸업자는 부족하고, 기업이 선호하지 않는 전공의 졸업자가 넘쳐나는데 학령인구가 줄어든다고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까.
두 번째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가 이미 2000년부터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불황 때문에 학령인구가 줄어든 것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근로자의 수가 더 크게 줄어든다면, 청년층 실업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니, 해결되기는커녕 일시적인 실업자가 장기 실업자로 남아 실업사태가 만성화될 뿐이다.
결국 손쉬운 해결책은 없다. 대학 및 전문대학을 구조조정하고 더 나아가 계열별 정원을 조정해야 하며,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및 연구기술 분야에 예산이 투입돼야 할뿐만 아니라,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걷어야 할 것이다.
물론 세금 더 걷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청년실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십시일반 조금 더 자기 몫을 덜어내는 게 어떠냐고 설득하면,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홍춘욱_hong8706@naver.com
1993년 12월부터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으며, ‘환율의 미래’ ‘인구와 투자의 미래’ 등 다양한 책을 통해 경제 지식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며, 블로그(blog.naver.com/hong8706)를 통해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